[단독] 부끄러운 역사 흔적 돌아보는 여행 .. 서울 남산 '다크 투어 코스' 생긴다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처럼
한국통감 관저·중앙정보부 터 등
일제 침탈, 군부독재 유적 재정비
해설사가 있는 탐방로 만들기로
‘국치의 길’은 한국통감관저터(현 서울유스호스텔 아래)~한국통감부(서울애니메이션센터)~노기신사(리라초교 내 보육원)~경성신사(숭의여대)~한양공원(한양공원 표석)~조선신궁(한양도성 발굴지)으로 이어지는 약 2km 구간이다. 길의 이름처럼 ‘나라의 수치’인 일제 침탈의 흔적을 돌아보는 역사탐방로가 된다.
‘인권의 길’은 중앙정보부 6국터(현 서울시청 남산 제2청사 철거지)~중앙정보부 사무동(서울소방재난본부)~중앙정보부 남산 본관(서울유스호스텔)~중앙정보부 5국(서울시청 남산별관)을 거치는 930m 구간이다. 이 탕방로에선 군부 독재시절에 두려움의 공간을 되짚어 본다. 안 팀장은 “남산에 남아있는 치욕스런 과거의 역사를 더 이상 외면하는 게 아니라, 보존하고 재창조하는 것”이라면서 “다시는 그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역사 교육의 장이 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서울시는 탐방지들의 연결성을 높이고, 역사적 의미에 맞게 각 탐방지를 재조성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두 길의 보도블럭과 벽면엔 각각의 역사가 담긴 그림 등의 디자인을 입힌다. 보도블럭엔 다음 탐방지를 안내하는 이정표도 그려 넣는다. 탐방지마다 과거 건물(터)의 용도와 역사가 적힌 표지판을 설치한다. 탐방지의 특성을 반영한 조형물도 세운다.
일부 탐방지엔 이전부터 안내 표지판이나 관련 조형물이 설치돼 있었지만 낡거나 눈에 잘 띄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았다. 또 이정표나 안내지도 등이 없어 둘러보기가 쉽지 않다.
두 탐방로를 기획한 서해성 작가는 “지난해 해체한 6국 건물(서울시청 제2청사 건물)의 콘크리트·벽돌·자갈 등의 잔해는 메모리얼 광장의 바닥·기둥·벤치로 재구성한다”고 설명했다. 6국터와 그 일대에는 ‘사람숲’(5000㎡·약 1500평)이 꾸며진다. 이곳엔 안중근 의사 등 역사적 위인들을 기리는 나무를 심는다. 일부 구간이 겹치는 ‘국치의 길’과 ‘인권의 길’은 함께 돌아보는 ‘통합 탐방로’(2시간 30분)로 운영된다.
비극적 역사 현장을 관광지로 조성하는 ‘다크 투어’는 해외에선 보편화돼 있다. 세계적인 관광명소가 된 폴란드의 아우슈비츠 수용소(제2차 세계대전 당시 유대인 학살지)가 대표적이다. 진희선 서울시 도시재생본부장은 “명동에서 남산으로의 보행길을 개선하는 ‘남산 예장자락 재생사업’이 내년 8월 마무리되면 남산의 탐방로는 명소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다크 투어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의 줄임말. 잔혹한 참상이 벌어졌던 역사적 장소나 재난·재해 현장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블랙 투어리즘’이나 ‘네거티브 헤리티지(Negative Heritage·부정적 문화유산)’라고도 한다. 」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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