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aw & Life] 가사 도우미의 정년은?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2017. 6. 14. 03: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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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항소심서 28년만에 60→65세로 연장
양은경 법조전문기자·변호사

민사소송을 많이 하는 변호사들 사이에 화제가 된 판결이 있다. 4년 전 교통사고를 당한 가사도우미 김모(64)씨에게 보험사가 338만원을 더 주라고 한 수원지법의 항소심 판결이다. 재판부는 가사도우미 같은 도시 일용직 근로자의 일할 수 있는 기간, 가동연한(稼動年限)을 65세로 제시했다. 그간의 판례가 60세로 정해온 것에 비해 5년을 늘린 것이다.

김씨는 2013년 뒤쪽에서 달려온 승용차에 오른발이 깔리는 사고를 당했다. 사고 당시 김씨는 만 60세 10개월이었다. 가해 차량의 보험사는 치료비 900여만원을 김씨에게 준 후 2014년 "김씨 과실만큼을 보험료에서 빼달라"는 소송을 냈다. 김씨가 "65세까지 일할 수 있는데 60세까지만 일할 수 있는 걸로 쳐서 보험금을 줬으니 돈을 더 달라"고 맞소송을 내면서 '가동연한'이 쟁점이 됐다.

1심은 기존 판례대로 김씨가 60세까지만 일할 수 있다고 봐 김씨가 졌다. 반면 2심은 "노인복지법, 기초연금법 등에서 정한 노인 기준 연령은 만 65세이고, 각종 연금의 지급 시기도 만 65세부터"라며 김씨의 손을 들어줬다. 2심은 또 우리 사회의 생산가능인구(만 15~64세)가 갈수록 줄어들고, 60~64세 인구의 고용률이 59.4%에 이른다는 통계도 제시하며 "가동연한을 65세로 늘려 잡아야 한다"고 했다.

'도시 일용직 근로자의 가동연한 60세'는 대법원이 1980년대 초반 국민 평균수명을 기준으로 1989년 내놓은 판례다. 그 때문에 수명이 늘어난 요즘엔 맞지 않는다는 지적이 법조계에서 꾸준히 있었다. 한윤기 변호사는 "김씨처럼 실제론 60세가 넘어 소득 활동을 하고 있는데도 가동연한에 걸려 배상을 제대로 못 받는 경우가 적지 않다"고 했다. 법률구조공단에 따르면 2012~2016년 소송을 의뢰한 교통사고 피해자 가운데 60세 이상이 27.1%에 이른다.

직업별로 법원이 정해 온 가동연한은 다방 종업원은 35세, 프로야구 선수 40세, 개인택시 운전사 60세, 소설가·의사 65세, 변호사·종교인 70세 등이다. 최근엔 고령화 시대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에 따라 가동연한을 늘려주는 판결이 적지 않다. 의료사고로 숨진 가수 신해철씨 유족이 낸 사건에선 가수의 가동연한을 기존 50세에서 70세로 늘려 잡았고, 지난해 경운기 사고로 다친 농촌 여성의 소송에선 농부의 가동연한을 60세에서 65세로 늘려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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