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식이 사건 피해자 도와준 여성 "악플 모은 것만 A4용지 98쪽 분량"
"인터넷에 욕·비방 끝도 없어.. 이제 누구 도와줄 마음 안생겨"

경기도에 사는 주부 김모(28)씨의 생활은 지난 3일 이후 180도 달라졌다. 김씨는 그날 오후 친구들과 생일 파티를 하기 위해 서울 강남구 청담동의 한 호텔을 찾았다가 20대 여성과 마주쳤다. 60대 남성에게 이끌려 호텔로 들어서던 이 여성은 김씨 친구의 옷깃을 잡고 "도와주세요"라고 말했다. 김씨 일행은 대학 동기인 척 다가가 이 여성을 호텔 밖으로 데려갔다. 이 여성이 경찰 조사에서 '호식이 두마리치킨' 최호식(63) 회장의 비서(22)로 성추행을 당했다고 진술하는 것을 듣고서야 어떤 일이 있었는지 알았다.
다음 날 김씨는 상상도 못한 상황에 직면했다. 최 회장과 이 여성이 호텔로 들어서는 모습을 담은 CC(폐쇄회로)TV가 공개되면서 피해 여성과 김씨 일행이 '꽃뱀 사기단'으로 매도당하고 있었다.
아이 이유식을 먹이고 집안일을 하며 평범한 일상을 보내던 김씨는 요즘 '악플(악성 댓글)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악의적인 내용이 담긴 페이스북·트위터 글을 캡처해 경찰에 해당 글을 올린 사람을 고소하기 위해서다. 김씨는 9일 본지 통화에서 "남편과 동생, 친구들까지 온종일 모니터를 보면서 악플을 캡처하고 있는데도 끝이 없다"며 "지금까지 모은 악플 캡처본만 A4용지 98쪽 분량"이라고 했다.
그는 "저와 제 친구들은 좋은 일을 했다고 생각했는데 이렇게 욕을 먹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며 "'꽃뱀' '창X'와 같은 심한 욕설에 정신적 스트레스가 상당해 잠도 제대로 못 잔다"고 했다. 김씨는 "인터넷에 속 시원히 글이라도 올려서 '나 꽃뱀 아니다. 아이도 있는 평범한 주부이고 피해 여성과는 전혀 모르는 사이'라고 해명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는 물어뜯을 대상만 생기면 우르르 달려드는 네티즌들 때문에 이내 포기했다고 한다. 김씨는 "아이 엄마라고 밝히면 오해가 좀 풀릴까도 생각했지만, 요즘은 아이 엄마를 '맘충(극성 엄마)'이라고 비하하면서 욕하지 않느냐"며 "내 신상이 알려지고 아이까지 공격받을까 봐 도저히 용기가 안 났다"고 했다.
김씨는 지인들에게 '왜 알지도 못하는 사람 일에 괜히 나서서 피해를 보느냐'는 말도 들었다고 했다. 그는 "동생 같은 여자애가 다급하게 '도와주세요'라고 하는데 모른 채 지나칠 수는 없었다"면서 "한편으로는 도와주고도 이런 피해를 보니 이제 도와줄 마음이 안 드는 게 사실"이라고 했다. 피해 여성은 최근 김씨에게 "일면식도 없는 저를 도와주다가 악플에 시달리는 걸 보니 죄송하다"며 인사를 해왔다고 한다. 김씨는 다음 주 인터넷에 악성 댓글을 올린 사람들을 경찰에 고소할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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