닮은 꼴 두 고양이와의 '운명 같은 만남'
[편집자 주] 유기견 '토리'와 길고양이 출신 '찡찡이'가 대한민국 '퍼스트 도그'·'퍼스트 캣'이 됐다. 반려동물 양육인구가 1000만명을 넘어설 만큼 우리 사회는 동물들과 가까워지고 있다. 하지만 한해 평균 8만마리에 이르는 유기동물이 발생하듯 여전히 버려지고, 학대 당하며, 이유 없이 고통 받는 생명들도 많다. <뉴스1>의 반려동물 전문 플랫폼 '해피펫'은 고양이보호단체 사단법인 '나비야사랑해'(이사장 유주연)와 함께 '나비에게 행복을' 시리즈를 연재한다. 이 땅에서 고통받는 생명들의 아픔과 그들에게 손을 내밀어 다시 행복을 찾아준 사연 등을 통해서 사람과 동물이 더불어 함께 살아가는 방법을 모색해보고자 한다.

(서울=뉴스1) 이병욱 기자 = 10년째 동물보호활동을 하고 있는 사단법인 고양이보호단체 '나비야사랑해'의 유주연 이사장(44)은 아직도 그날을 잊지 못한다.
2006년 가을 어느날, 서울 용산삼각지 한 아파트 옆 공터를 지나가던 유 이사장은 한 무리의 아이들에게로 눈길이 닿았다. 무리 속 아이들 몇몇이 무엇인가를 주고받으며 천진난만하게 웃고 장난치고 있었다.
그런데 아이들끼리 하는 말을 무심코 듣게 된 유 이사장은 그만 소름이 돋았다.
"옥상에서 떨어뜨려 보자! 살까? 못살까?" 놀랍게도 아이들이 손에 쥐고 있던 것은 살아 있는 새끼고양이였다. 초등학생인 아이들 손보다 더 작고 여린 생명이었다.
아이들을 꾸짖고 타일러 고양이를 구한 유 이사장은 바로 그 길로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언제 어떻게 어미를 잃었는지 알 수 없는 새끼고양이는 극심한 영양실조와 탈수증세를 보였다. 여기에 사료조차 넘기질 못했고, 설사도 계속됐다.
매일 밤 기도하며 곁을 지킨 유 이사장은 새끼고양이에게 '쵸키'(쵸콜릿 키튼)란 이름을 지어줬다.
쵸키의 상태는 조금씩 좋아졌다. 또래 고양이들에 비해 체구는 작고 말랐지만 서서히 회복돼 갔다.
그런데 그해 겨울. 쵸키가 이상하게 다리를 꼬고, 검은 눈동자는 미세하게 흔들렸다.
병원 진단 결과, 쵸키는 '복막염'이란 무서운 병을 앓고 있었다. 고양이 코로나바이러스가 변이된 복막염바이러스로 인해 발생하는 이 병은 복수가 차거나 호흡 곤란이 오고, 심하면 신경이 마비되기도 한다.

작고 여린 몸으로 힘겨운 투병을 하던 쵸키는 한 달 남짓을 버틴 뒤 결국 '무지개다리'를 건너고 말았다.
쵸키가 별이된 지 10년이 지난 2016년 가을 어느 날. 유 이사장은 지인으로부터 고양이 한 마리를 부탁받았다. 유난히 파란 하늘이 10년 전 그날과 너무 비슷한 날이었다.
지인이 보내온 사진 속 고양이는 작은 몸에, 온 몸의 털이 모두 검은색이었다. 하늘로 떠난 쵸키와 너무나도 닮아 있었다.
유 이사장은 고양이를 보자마자 자신도 모르게 "쵸키야!"를 외쳤다. 아주 작고 까만 2개월령 아기고양이 '쵸키'는 경기 용인시 어느 커피숍 옆 쓰레기장에서 발견됐다. 그런데 발견 당시 이 새끼고양이는 끔찍한 모습이었다.
눈과 얼굴 전체가 의료용 테이프로 휘감기고, 두 앞발과 두 뒷발 역시 같은 상태였다. 자칫 조금만 늦었다면 위험한 상황이었다.
가는 숨을 내쉬던 새끼고양이를 동물병원으로 옮겨 기본검사를 진행해보니 다행히 눈에 타박상 말고는 큰 문제가 발견되지 않았다.
'나비야사랑해' 보호소로 온 쵸키는 '껌딱지'란 별명이 붙을 만큼 사랑스럽고 귀여운 아기고양이로 돌아왔다.
그런데 행복도 잠시, 2차 접종을 끝내고 눈에 낀 하얀 자국이 사라질 무렵 유 이사장은 걸을 때 뒷다리를 살짝 저는 쵸키의 모습을 보게 됐다. 병원에서는 단순 칼리시바이러스에 의한 현상이라고 진단했다.
처방받은 약으로 며칠을 보낸 뒤 어느날 창가에 앉아 있던 쵸키는 왼쪽 눈에 있던 하얀 자국이 옅지만 더 크게 번져있었다.
다시 찾은 병원에서 이번에는 청천벽력 같은 진단을 내렸다. '복막염 바이러스에 의한 뇌손상'. 이 병은 발병 원인을 몰라 아직까지 치료방법도 없다.

그해 겨울을 병원에서 보낸 쵸키는 올해 1월 23일 앞서 별이 된 다른 쵸키의 뒤를 따랐다.
유쥬연 이사장은 "나비야사랑해의 대표가 되어 살아가는 제 하루하루 모든 순간에 '쵸키'가 함께 하고 있다"면서 "지금껏 그랬듯 앞으로 만나는 모든 아이들, 특히나 작고 검은 고양이들을 만나면 더욱 '쵸키'가 떠올라 힘들지 모르겠지만 쵸키와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서라도 포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6년 첫번째 사단법인 고양이보호단체로 출범한 '나비야사랑해'는 그동안 600마리 이상의 고양이들에게 가족들을 만들어줬다.
현재 서울 용산구에 2곳의 보호소와 1곳의 입양센터를 운영하는 '나비야사랑해'에는 아직도 130여 마리의 고양이들이 가족을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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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kl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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