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개막 이후 꾸준히 거론된 키워드는 '타고'의 종말과 '투고'의 재래다. 3년 동안 지속된 '타자의 시대' 대신 '투수의 시대'가 왔다는 것이다. 실제로 지난 4월 말까지 130경기 평균득점은 4.75점으로 16년의 5.61점에 비해 휠씬 줄었다. 리그평균타율도 0.270으로 역대 1위였던 16년 0.290보다 많이 낮아졌다.
그런데 최근 들어 조짐이 묘하다. 지난 주말 3연전의 경기당 득점은 5.8점이다. 15경기에서 35개의 홈런이 터졌다. 물론 일시적 현상일 수 있다. 하지만 몇 년 동안의 월별 통계를 보면 괜한 의심이 아니라는 생각도 해봐야 한다. 시즌 초의 득점저하 경향이 애당초 착시였을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올해 4월의 경기평균 4.82득점은 2016년 시즌전체의 경기당 5.61점보다 큰 차이로 낮았던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같은 4월 한달로 비교하면 4.82점과 4.84점으로 거의 비슷하다. 타율도 마찬가지다. 올해 4월 리그타율 0.272는 작년 전체평균 0.290 보다 휠씬 낮지만 4월 한달로 비교하면 15년의 0.265보다 높고 16년의 0.272와 같다. 경기당 홈런 역시 2017년 1.7개는 역대급 타고시즌이던 14년과 16년의 1.8개와 비슷하다.
5월까지는 그래도 무난한 수준이던 공격지표는 6월 들어서 치솟는 중이다. 이 기간만 보면 '투고'는 커녕 역대급 '타고'라던 14년-16년보다 전부 높다. 아직 6월 경기수가 아직 20경기이기 때문에 단기적 득점증가일 수 있다. 게다가 지금 리그에는 6개 홈런으로 한 경기 7득점 전부를 만드는 경악스러운 팀이 나타났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렇지만 반대로 시즌 초 득점저하가 오히려 일시적 현상일 수도 있다.
최근 3년의 월별 통계에서 볼 수 있듯이, 타고 시즌이라도 4월 까지는 공격지표가 저조했다. 올해가 작년보다 낮아져서가 아니라 4월에는 원래 낮았던 것일 수 있다는 것이다.

넓어졌던 스트라이크존이 되돌아가는 조짐도 보인다.
시즌 초의 득점하락에 관해 타율, 홈런 등 타격지표 뿐 아니라 삼진증가와 볼넷감소도 많이 지적되었었다. 그중에도 특히 볼넷감소의 영향이 컸다. 월별 통계를 보면 타석당 삼진비율은 지난 3년과 비교해서 별로 차이가 없었다. 4월 같은 기간에서 올해의 삼진비율은 15년보다 낮고 16년과 비슷하다. 5월 역시 올해가 예전보다 삼진이 많았다고 하기 어렵다. 의미있는 차이는 볼넷감소에 있었다. 4월 7.5% 5월 8.0%로 지난 타고시즌보다 확실히 줄어있었다.
이는 시즌 초의 득점하락이 스트라이크존 조정과 관계있음을 시사한다. 그런데 6월 들어서 타석당 삼진비율은 14.8%로 지난 4시즌 중 가장 적었고 타석당 볼넷비율은 9.5%로 가장 높았다. 역대급 타고였던 14-16년에 비해 삼진은 더 적고, 볼넷은 더 많은 것이다.
불과 한달 사이에 투수의 제구와 구위가 갑자기 하락했다고 보긴 어렵다. 그렇다면 축소되었던 스트라이크존이 다시 회귀하고 있을 가능성이 크다.
개막 전 심판위원회는 규칙대로 판정하려는 것이라 했고 그 결과로 존이 넓어질 것이라 했다. 그것이 스트라이크존 조정이 필요했던 첫번째 이유다. 두번째 이유는 경기의 질 개선이다.
스트라이크존은 투수와 타자의 승부전략에 결정적 변수가 된다. 지난 3년 동안의 KBO리그 존은 좌우폭에 비해 상하폭이 지나치게 좁았다. 슬라이더와 체인지업 처럼 좌우로 변하는 공에 유리하다. 반면 높은 존을 공략하는 하이패스트볼과 낮은 존을 공략하는 빠르고 짧게 변하는 변형패스트볼에는 불리하다. 따라서 성공하는 투수들의 유형이 단순해질 수 밖에 없다.
너무 좁은 스트라이크존은 구위파 투수에 비해 제구파 투구의 생존과 성장을 어렵게 만든다. 이렇게 투수의 유형이 단순해지면 타자의 성장도 장기적으로 저해된다. 경기 스피드업과도 관계가 있다. 지난해보다 짧아지는 듯 했던 경기시간은 다시 늘어나는 중이다.
'타고투저'는 아직 끝난 것이 아닐지도 모른다. 어느 해에나 있던 시즌 초의 일시적 득점감소가 불러일으킨 착시에 불과한 것일 수 있다. 지나친 '타고'의 완화가 리그발전에 필요하다는 판단이 옳은 것이라면 스트라이크존의 명확한 설정을 포함해서 그에 필요한 조치도 여전히 계속되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