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이트 릴리' 나카타 히데오 감독 "호러와 에로, 닮은 구석 많죠" [인터뷰]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일본 호러 영화의 거장 나카타 히데오 감독이 포르노 영화를 찍었다는 소식이 들려왔을 때, 영화계에는 의문과 호기심이 얽힌 시선이 공존했다. 단순한 포르노 영화가 아닌 '로망포르노'라는 낯선 장르에 도전했다는 소식이 궁금증을 더했다. 신작 '화이트 릴리'를 들고 한국을 찾은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이러한 궁금증에 대해 "호러와 에로는 닮은 구석이 많다"는 답변을 내놨다.
'화이트 릴리'는 '로망포르노 리부트 시리즈' 다섯 작품 중 하나다. 로망포르노는 1971년부터 1988년까지 17년 간 일본 니카츠 스튜디오에서 제작된 성인 영화의 장르를 일컫는다. '10분에 한 번 정사 장면을 넣는다'는 독특한 규칙을 제외하면 스토리에 대한 제약이 없는 터라 단순한 포르노에 그치지 않고 다양한 사회적 이슈, 예술적인 연출 등을 담아낼 수 있던 터라, 전성기 당시에 약 1100편의 작품이 등장하며 일본 영화계의 황금기를 주도했다.
이러한 로망포르노의 제작 46주년을 맞아 새롭게 부활을 꾀한 프로젝트가 바로 '로망포르노 리부트 시리즈'다. 현재 일본을 대표하는 거장 감독 5명이 선보인 5편의 영화가 그 주인공. 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작품은 공포 영화의 거장으로 알려진 나카다 히데오 감독이 연출한 '화이트 릴리'다. 공포영화와 로망포르노, 언뜻 보기에는 전혀 접점이 없는 장르처럼 보이지만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두 장르 사이에서 의외의 공통점을 찾았다고 말했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호러와 로망포르노는 서로 인접한 장르라고 봐요. 관객들이 로망포르노를 보며 성적인 본능을 느끼는 것과 공포영화에서 불안감, 공포심을 느끼는 방식이 꽤 비슷하거든요. 특히 뇌를 자극해서 본능에 호소한다는 점이 그렇죠."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로망포르노에는 독특한 규칙이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상영시간은 80분 전후이며 촬영 기간은 통상적으로 일주일이다. 10분에 한 번 꼴로 정사신이 포함돼야 하며 온전한 오리지널 작품이어야 한다. 이번 리부트 시리즈에는 제작비가 46년 전과 동일해야 한다는 조건과 로망포르노를 처음 연출하는 사람이 감독을 맡아야 한다는 조항도 덧붙었다고.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닛카츠 영화사와의 오랜 인연을 통해 로망포르노 리부트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식으로 장편영화감독으로 입봉하기 전에 로망포르노에 대한 동경심을 가지고 닛카츠 영화사에 입사했고, 조감독을 맡아 여러 로망포르노 작품을 연출한 적이 있었다는 것. 그는 "이번 프로젝트에는 '로망포르노를 한 번도 제작해 본 적이 없는 사람'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었지만, 조감독을 맡았던 당시에는 직접 연출을 맡았던 것 아니라 스태프의 신분이었기에 '화이트 릴리'를 찍을 수 있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 릴리'는 통상적인 로망포르노와는 달리 레즈비언 커플을 주인공으로 한다. 주인공 하루카(아스카 린)가 비틀린 욕망 속에서 진정한 자신을 찾아가는 성장기를 관능적인 시선으로 그렸다. 남성 감독이 연출을 맡았지만 인물 간의 세밀한 감정선을 다양한 방식으로 묘사해 섬세함이 돋보인다.
그는 이처럼 여성의 심리를 잘 포착해내고 표현해낼 수 있는 데는 어머니의 영향이 컸다고 했다. 어린 시절 홀어머니 밑에서 자랐다는 그는 "어머니와 함께 살다 보니 자연스레 여성의 심리를 알게 됐고, 예전부터 여성이 주인공인 작품을 좋아해 왔다. '링'이나 '검은 물 밑에서' 등의 작품도 이런 성향에 어느 정도 영향을 받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입봉 전 로망포르노를 동경하고 연출을 꿈꿨던 것 또한 같은 이유에서였다고.
때문에 "공포영화를 찍을 때도 여자 주인공들의 이야기를 아름답게 찍고자 하는 욕망이 강했다"는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화이트 릴리'를 통해 상상력을 발휘했다고 말했다. "남녀 관계에 한정된 러브신은 상상하기도 쉽고, 표현하는 방식이 직선적인 경우가 많다. 재미도 없고 흔한 연출이 되기 쉽다. 반면 여성들의 러브신은 경험이 없으니 상상의 여지가 넓었고 잔잔한 파도부터 큰 파도까지 곡선적인 표현 방식을 쓸 수 있었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때문에 그는 간단한 방법으로 클라이맥스에 도달하는 대신 오랜 시간 공들여 인물 간의 러브신을 묘사하려 했다고 말했다. 일례로 '화이트 릴리' 속 두 여주인공의 첫 정사신을 언급한 그는 "두 사람이 백합 속에서 애정을 나눈다는 설정으로 정사를 묘사했다. 보는 이들이 질리지 않도록 애정의 행위를 다양한 방식으로 표현했고, 당초 전체 러닝타임 80분 중 10분을 이 장면에 할애할 정도로 세밀하고 자세한 묘사를 곁들여 배우들을 아름답게 담아내려 애썼다"는 것이다.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로망포르노가 "단순한 포르노그래피가 아니라, 에로틱한 장면이 들어가기만 하면 어떤 이야기든 자유롭게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적인 장르"라고 설명했다. 전성기 당시에는 진보적인 젊은이들의 의견을 반영한 반사회적인 작품도 많았으며, 1100편이라는 어마어마한 수의 작품들이 탄생한 것 역시 놀라운 일이라며 장르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일본에서도 일반적인 포르노는 핑크영화라는 이름으로 분류한다. 로망포르노가 일반적인 핑크영화와 다른 점은 적나라한 포르노그래피가 아니라는 점"이라고 말했다. 일반적인 포르노그래피가 정사신 만을 위해 흘러가는 영상이라면, 로망포르노는 정사신을 직접적으로 찍는 대신 배우들의 연기 만으로 에로틱한 분위기를 표현하고, 자유로운 주제 선정을 통해 예술성 또한 놓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는 "일례로 예전엔 일본의 영화 시상식에서는 세 명의 로망포르노 여배우들이 신인상을 수상한 전력이 있고, 한 해의 베스트 영화를 꼽는 잡지 조사에서도 총 10편 중 2편이 로망포르노였던 적이 있다. 일본에서는 로망포르노가 인터넷을 통해 유포되는 하드코어 한 포르노가 아니라는 걸 안다"고 설명했다.
'화이트 릴리'는 지난해 가을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 미드나잇 패션 섹션에 초청돼 한국 관객들에게도 첫 선을 보인 바 있다. 정식 개봉은 오는 8월 17일로, 리부트 시리즈 중 가장 마지막으로 공개된다. 이에 개봉에 앞서 한국을 찾은 나카타 히데오 감독은 GV 행사를 통해 만날 한국 관객들과의 만남을 고대하고 있었다. '화이트 릴리'를 통해 한국 관객들에게 로망포르노라는 개념을 제대로 알리는 것은 현재 그의 가장 큰 바람이다.
"한국 관객들과의 대화를 고대하고 있어요. 일본 외의 다른 나라에는 없는 로망 포르노라는 장르에 대해 해외 관객 분들과 이야기할 기회는 많지 않아요. 작품을 접한 한국 관객 분들의 반응이 궁금하고, 무엇보다도 한국에서도 로망포르노가 예술적으로 훌륭할 수 있다는 것을 이해해주셨으면 좋겠어요."

[티브이데일리 황서연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조혜인 기자, 영화 '화이트 릴리' 포스터]
나카다 히데오|로망포르노|화이트 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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