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전망] 연구개발서비스업 집중 육성해야

2017. 5. 28. 1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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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진형 지능정보기술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김진형 지능정보기술원 원장, KAIST 명예교수

4차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인공지능임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선거공약에서 "4차 산업혁명 준비에 국가의 모든 역량을 모아야 한다"면서 'AI First'라는 용어를 사용했다. 핵심인재 10만명과 초중고에서 소프트웨어 교육을 담당할 교사 1만명의 육성도 약속에 들어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소프트웨어와 인공지능에 관심을 갖고 투자를 강화할 것을 의심치 않는다. 그러나 대통령의 의지만으로 정책이 성공하지는 않는다. 김대중 대통령이 취임사에서 컴퓨터를 가장 잘 사용하는 나라를 만들겠다는 약속을 했고, 노무현 대통령도 정보시스템에 대한 이해가 깊었지만 우리의 소프트웨어 산업은 성장하지 못했다. 대통령의 높은 혜안을 관료들이 제대로 뒷받침 못했음이 분명하다.

20년전 중국은 전국에 대규모 소프트웨어 대학을 설립하는 등 미래를 준비했다. 20년이 지난 지금 중국은 인공지능 등의 첨단기술 능력에서 미국에 버금간다. 이 능력을 바탕으로 젊은이들이 창업하고, 이 능력으로 경제 사회전방위적으로 혁신하고 있다. 그들의 지도자와 관료들이 먼 미래를 내다보고 준비했다는 것이 부럽기 만하다.

4차산업혁명의 대응책에 단기적 묘수는 없다. 미리 준비하지 못한 업보를 치를 수 밖에 없다. 전문가들이 치밀하게 정책을 설계하고, 그 정책을 관료들이 신념을 갖고 집행했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의사결정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인공지능의 본질, 그리고 그 능력과 한계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에 핵심인재 10만명을 양성하겠다는 약속이 있다. 지금부터 열심히 인재를 키우면 10년, 20년 후에나 쓸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10만 인재를 양성할 것이며, 또 양성된 인재들을 어떻게 산업에 배치해야 스스로 성장하는 생태계가 육성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정부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학과를 신설하고, 정원을 대폭 증원하는 것과 같은 무모함은 피해야 한다. 사회 변화에 따라, 또 학생의 선호에 따라 스스로 조정되는 제도를 정착시켜야 한다. 지난 정부 시절에 시작됐지만 초중고의 소프트웨어 정규교육, 소프트웨어중심대학 등의 인재양성 정책은 잘 만들어진 정책이다. 이를 더욱 철저하게 지속적으로 추진하기 바란다.

변화를 선도하는 것이 첨단 기술력이다. 우리가 기술을 확보하고 활용할 능력이 없으면 4차 산업혁명은 남의 집 잔치일 뿐이다. 4차 산업혁명을 준비하는 우리나라의 기술수준은 세계 19위다. 그러나 더 걱정스러운 것은 혁신 능력의 부족이다.

우리의 연구개발 체계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국민소득 대비 연구개발 투자는 세계 1위이지만 그 성과는 초라하다. 우리 연구개발 체계 문제점을 단적으로 표현하자면 대기업은 폐쇄적이고, 출연연구소들은 노쇠해 경쟁력이 없다. 대학들은 부실하거나 무책임하다. 기술혁신을 선도하는 선진국의 전문 연구개발서비스업은 우리나라에 존재하지 않는다.

우리도 알파고를 만든 딥마인드와 같은 연구개발서비스 회사를 육성해야 한다. 창업한지 2년 만에 구글에 5000만달러에 팔렸다. 이제는 구글의 일원으로서 딥러닝 기술의 산업적 적용에 집중하고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창업기업들을 기술개발에 집중하게 하기 위해 돈을 받고 연구개발을 해주는 서비스 회사를 적극 육성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 국가연구개발체계를 민간기업이 참여하는 경쟁체제로 바꿔야 한다. 첨단 분야에서 연구개발서비스를 업으로 하는 기업들이 창출되고, 그들이 출연연구소와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생태계를 만들어야 한다. 그래야만 양성된 핵심인재 10만명이 일자리를 찾을 수 있다. 현재와 같은 출연연구소 중심의 연구개발 집중은 연구 성과 창출은 물론, 청년일자리 창출에도 결코 도움이 되지 않는다.

국가 연구개발과제 수행에 있어서 연구개발서비스기업이 겪는 불공정은 속히 시정돼야 한다. 연구개발 서비스 기업이 과제에 참여하려면 현금으로 매칭하라고 한다. 출연연구소와 대학은 십원 한 장도 내지 않는다. 국가 과제에는 이익을 계상할 수 없을 뿐 아니라 간접비 사용도 차별을 받는다. 이런 상황에서 연구개발 서비스기업의 생존은 불가능하다.

새로운 연구개발서비스 회사들이 생겨나서 공정한 경쟁을 통해 신기술의 창출과 혁신을 이끄는 것이 바람직한 4차산업혁명의 혁신생태계다. 이를 위해 연구개발서비스산업 진흥법을 조속히 제정할 것을 요청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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