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 내린 김성근 시대 '3김 야구' 무덤된 한화 이글스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입력 2017. 5. 24. 09:59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데일리안 스포츠 = 케이비리포트팀]
3년 계약 채우지 못하고 떠나는 김성근 감독. ⓒ 한화 이글스

파열음을 내던 한화 이글스와 김성근 감독이 결국 헤어졌다.

23일 오후 김성근 감독의 사실상 경질 소식이 알려졌다. 갑작스러운 경질이든 사퇴든 김성근 감독은 이제 한화를 떠난다. KIA와의 ‘2017 KBO리그’ 홈경기도 이상군 감독 대행 지휘 아래 열렸다. 그리고 경기 중 한화는 김성근 감독의 사의 수용을 공식적으로 밝혔다.

추락한 야신

한화 팬들의 강력한 청원에 힘입어 영입된 김성근 감독은 3시즌 동안 한화 팬들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했다. 취임 첫 해인 2015년 초반에는 반짝 돌풍을 일으켰지만, 후반기 부진으로 6위에 머물렀다. 이듬해는 시즌 초반부터 극심한 부진에 시달리더니 7위로 하락했다.

올 시즌에는 지난 22일까지 43경기 소화한 가운데 18승 25패(승률 0.419)로 1위 KIA에 무려 9.5게임 뒤진 9위였다. ‘야신’이라는 별명을 머쓱하게 하는 성적표다.

김성근 감독 지휘 하에 한화가 치른 2017시즌 5월 21일까지의 성적 (출처: 야구기록실 KBReport.com) ⓒ 케이비리포트

구단의 전폭적인 지원을 받고 받아든 성적표라 더욱 실망스러웠다. 한화는 2014시즌 종료 후 김성근 감독 요청에 따라 외부 FA 권혁, 송은범, 배영수를 영입했다. 2015시즌 종료 후에는 외부 FA 정우람과 심수창까지 불러들였다. 김태균과 조인성 등 내부 FA에게도 돈을 아끼지 않았다.

한화는 김성근 감독 체제 하에서 내부와 외부 FA를 잡는데 약 315억 원을 쏟아 부었다. 화끈한 지원에도 김성근 감독은 2년 동안 가을야구 티켓을 확보하지 못했다. 외부 FA 영입 과정에서 젊은 유망주들은 한화를 떠나 이적했다. 김성근 감독의 재임 기간 유망주 육성에 실패한 한화의 미래는 험난하다는 것이 중평이다.

혹사의 아이콘

‘혹사’는 김성근 감독을 따라다니던 꼬리표다. 선발 투수가 흔들리면 가차 없이 퀵후크를 단행한 뒤 불펜을 조기 투입, 매 경기를 한국시리즈 7차전처럼 운영했다. 이에 대해 김성근 감독은 “프로답게 매 경기 최선을 다하는 것”이라며 항변했다.

2015년 권혁은 78경기 등판해 불펜 투수로는 과다한 112이닝을 소화했다. 버거씨병을 극복한 송창식도 2015년 64경기에서 선발과 불펜을 오가며 109이닝을 던졌다. 2016년에는 박정진이 리그 최다인 77경기에 등판해 96이닝을 던졌다.

김성근 감독 재임 중 혹사 논란의 중심에 섰던 권혁, 송창식, 박정진. 이 중 권혁과 송창식은 지난 시즌 후 팔꿈치 뼛조각 제거 수술을 받았다.ⓒ 한화 이글스

혹사는 부상과 수술로 직결되는 경우가 많았다. 2016년 권혁과 송창식을 비롯해 안영명, 로저스, 김범수 등 투수들이 줄줄이 수술대에 올랐다.

혹사는 마운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투수들은 특투, 타자들은 특타, 야수들은 야간 펑고에 내몰렸다. 적절한 훈련과 휴식을 병행해 최상의 컨디션으로 경기에 나서야 하는 선수들이 시즌 중 계속된 훈련으로 체력을 소모했다.

한화 선수들의 잦은 부상과 부진은 과다한 훈련 탓이라는 전문가들의 지적을 김성근 감독은 외면했다. 오히려 앞뒤가 맞지 않는 발언으로 스스로를 부정하며 ‘남 탓’으로 일관한다는 비판까지 들었다.

삼김(金)야구의 종언

한화 이글스에서 프로 감독 경력을 마무리하게 된 김인식-김응용-김성근 감독 ⓒ 한화 이글스

2017시즌을 앞두고 한화는 박종훈 단장이 취임했다. LG 트윈스 1군 감독, 두산 베어스 2군 감독 경력은 물론 NC 다이노스의 육성 총괄 이사 등 다양한 경력의 소유자다.

예상대로 단장과 감독 사이는 불화가 끊이지 않았다. 두 개의 머리를 가진 한화 선수단이 화합 속에서 좋은 성적을 거두길 기대한 것은 구단 수뇌부의 판단 착오였다.

김성근 감독의 퇴진은 ‘구세대 야구의 종언’을 의미한다. ‘야구는 감독이 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가진 김성근 감독의 독선적 지도 방식은 새로운 세대의 젊은 선수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최근의 젊은 감독들은 코칭스태프는 물론 선수들과의 소통을 강조하며 ‘야구는 선수가 하는 것’이라는 지론을 실천하고 있다. 김성근 감독과 달리 타 구단 감독들은 현장과 프런트의 영역 및 권한의 분리를 인정하는 추세다.

김성근 감독 특유의 퀵 후크 및 불펜 총력전도 그의 퇴진과 더불어 KBO리그에서 사라지게 된 유물이다. 144경기의 장기 레이스 체제에는 어울리지 않으며 투수의 선수 생명을 갉아먹는 무리한 마운드 운영은 현대 야구에서 적합하지 않다.

향후 또 다른 KBO리그 팀의 감독으로 김성근 감독이 현장에 복귀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매번 구단과 마찰을 일으키는 그를 필요로 하는 구단은 없다. 한화에서의 성적 부진으로 인해 ‘과정이야 어떻든 성적을 내는 지도자’라는 세간의 인식도 사라지게 됐다.

30여년 KBO리그를 주름잡았던 노감독 3인이 모두 공교롭게 한화를 끝으로 프로팀 감독 커리어를 마쳤다. 김인식 감독, 김응룡 감독에 이어 김성근 감독까지 불명예스럽게 감독 자리에서 물러나게 됐다.

글: 이용선,김정학 / 정리: 야구기록실 KBReport.com(케이비리포트)

스포츠 객원기자-넷포터 지원하기 [ktwsc28@dailian.co.kr]

- Copyrights ⓒ (주)데일리안,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

Copyright © 데일리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