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불상 CT 찍었더니..머리에서 고려 불경 나왔다

2017. 5. 24. 0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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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상사 건칠불좌상과 건칠보살입상은 조성 시기·방법 동일"
남원 실상사 건칠불좌상 머리 부분에 있었던 불경.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서울=연합뉴스) 박상현 기자 = 남원 실상사 극락전에 안치된 조선시대 건칠불좌상의 머리 안에서 14세기에 제작한 것으로 추정되는 고려시대 불경이 발견됐다.

대한불교조계종 실상사와 불교문화재연구소는 포항 성모병원에서 건칠불좌상을 3D-CT(컴퓨터단층촬영) 장비로 촬영해 뽕나무 종이에 은가루로 쓴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찾아냈다고 24일 밝혔다.

앞서 불교문화재연구소는 2005년 이 불상을 X선으로 찍어 머리에 복장물(腹藏物·불상 안에 넣는 물품)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확인했으나, 실체는 파악하지 못했다. 건칠불(乾漆佛)은 삼베나 종이로 틀을 제작한 뒤 반복적으로 옻칠을 해서 만드는 불상이다.

임석규 불교문화재연구소 유적연구실장은 "3D-CT 장비로 불상을 조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며 "조사를 통해 금속성 물질로 글자를 쓴 책이 접혀 있다는 것을 알아냈고, 불경의 보존 상태가 염려돼 수습했다"고 말했다.

실상사 건칠불좌상에서 나온 대반야바라밀다경.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이번에 나온 불경은 전체 600권으로 구성된 '대반야바라밀다경'의 제396권으로, 병풍처럼 접을 수 있는 절첩장(折帖裝) 형태다. 크기는 가로 11.8㎝, 세로 30.6㎝이다. 끝 부분에는 "이장계(李長桂)와 그의 처 이씨(李氏)가 시주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이에 대해 송일기 중앙대 문헌정보학과 교수는 "선친의 명복을 빌고 집안의 액운을 물리치기 위해 조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대반야바라밀다경을 은가루로 쓴 절첩장 불경은 국내에 4점만 있어 희소가치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경주 기림사 비로자나불에서 수습한 14세기 대반야바라밀다경이 보물 제959호로 지정돼 있다"며 "실상사 불경도 보물급이라고 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실상사 건칠불좌상(왼쪽)과 건칠보상입상.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연구소는 이번에 실상사 건칠불좌상과 함께 역시 실상사의 보광전에 있는 건칠보살입상도 3D-CT로 촬영해 두 불상이 15세기 전후에 동일한 양식으로 만들어진 삼존불(본존과 좌우 협시를 모시는 형식)임을 밝혀냈다.

임 실장은 "삼존불 중 나머지 한 건칠불은 부산 동아대가 소장하고 있다"며 "불상의 정확한 유출 경로는 알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불상을 파괴하지 않는 과학적 방법으로 불상의 원형을 확인하고 불경을 찾았다"며 "건칠불의 제작 기법을 정리한 연구 보고서를 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원 실상사 건칠불좌상 머리 부분에 있었던 불경. [불교문화재연구소 제공]

psh59@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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