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 베란다에서 바닐라 라테 한잔 어때?
아파트서 주방·베란다 활용해 벽돌·타일로 카페 분위기 연출
예쁜 찻잔·접시에 디저트 담아 인증샷 찍는 '홈카페 놀이'도 인기
서울 신월동 28평 다세대주택에 사는 장유경씨는 최근 부엌을 카페처럼 꾸몄다. 따뜻한 느낌의 원목 테이블을 놓고, 벽에는 깔끔하게 타일을 붙인 다음 종이와 전선으로 만든 영어 알파벳으로 장식했다. 프라이팬과 주전자, 직접 만든 소품을 천장에 걸었다. 장씨는 "밋밋한 집에 종일 있으니 싫증이 났다"며 "테이블에 앉아 향긋한 커피 한 잔과 마주하면 근사한 카페에 온 기분"이라고 했다.
7세·4세 두 아이를 키우는 이승리씨는 혼자만의 휴식 공간이 간절했다. 20년 된 24평 아파트에 사는 그는 베란다를 활용하기로 했다. 낡은 테이블 위에 화분과 향초를 놓고 잔잔한 음악을 틀어 홈 카페를 완성했다. 이씨는 "아이들 때문에 외출하기 어려운데 늦은 밤 두 아이를 재우고 베란다에서 차 마시는 시간이 정말 행복하다"고 했다.
집을 카페처럼 꾸미는 인테리어 트렌드가 유행하고 있다. '서재'가 남자들의 꿈이라면, '홈 카페'는 빠듯한 살림 속 '나만의 공간'에서 여유를 찾고 싶은 여성들의 로망인 셈이다. 커피머신과 우유 거품기 등을 구비해놓고 혼자 커피를 마시며 쉬거나 가족과 대화 나누는 여유로운 공간을 마련한다. 골목마다 카페를 두세 개씩 찾아볼 수 있는 커피집 10만개 시대, 집 안까지 카페가 들어온 것이다.
소셜미디어에 쏟아지는 홈 카페 사진들을 보면 아이디어가 반짝인다. 좁은 아파트에선 주방과 현관 사이 가벽을 세워 공간을 만들거나, 베란다에 긴 테이블과 의자를 들여놓기도 한다. 주방과 거실 사이 오래돼 안 쓰는 화장대를 놓고 홈 카페를 차린 주부도 있다. 조리대 위에 긴 선반을 달아 원두를 종류별로 진열하고, 직접 메뉴판과 '24시간 오픈' 팻말을 만들기도 한다.
따뜻하고 낭만적인 감성과 여유로움을 강조하는 것이 가장 큰 특징이다. 선반, 알파벳·그래픽 스티커, 알전구, 벽돌, 타일 등이 활용된다. 식탁보 깔고 예쁜 찻잔과 접시에 음료와 디저트를 담아 먹으며 사진 찍는 '홈 카페 놀이'도 유행이다. 주부 한민서(35)씨는 "분위기 있는 카페에서 시간 보내고 싶어도 가격이 만만치 않다"며 "홈 카페를 꾸민 뒤로는 날마다 내가 좋아하는 바닐라 라테 한 잔과 간식으로 휴식을 즐긴다"고 했다.
지난해 시장조사업체 마크로밀엠브레인이 홈 인테리어 설문 조사를 한 결과 '집에 커피 한 잔 즐길 수 있는 환경을 만들고 싶다'는 응답이 71.8%였다. 한 가구회사가 예비 신혼부부들에게 '집 안에 들이고 싶은 공간'을 물었을 때도 카페가 57%로 가장 많았다. '나만의 홈 카페가 생기면 가장 하고 싶은 것'으로는 지인 초대(37%), 독서(25%), 브런치 즐기기(21%) 등이 꼽혔다. 홈 카페 전용 가구도 등장했다. 일룸의 '레마 시리즈'는 선반과 키 낮은 수납장, 바 형태 테이블 등으로 구성됐고 원목과 흰색으로 아늑한 느낌을 냈다. 소형 주택에 사는 사람이 늘면서 거실, 안방, 부엌 등 구분을 허물고 실용적으로 공간을 활용하려는 수요가 늘었기 때문이다. 일룸 사업기획팀 김태은 팀장은 "주방을 카페처럼 꾸미면 주부의 요리 공간을 넘어 가족의 취미·소통 공간도 될 수 있다"고 했다.
[홈 카페 인테리어 팁]
▲싱크대 위쪽 찬장 대신 선반·공간박스를 활용하라. 그릇·도구·소품이 드러나도록 진열하면 공간에 활력이 생기고, 탁 트인 시야 덕분에 주방이 넓어 보인다.
▲영어 알파벳·그래픽 스티커로 벽을 장식하거나 액자 여러 개로 벽을 가득 채운다.
▲원목 테이블에 나무 의자와 강렬한 색상의 의자를 섞어 신선한 조합을 만든다.
▲알전구, 펜던트 조명으로 포인트를 주거나 여러 개 조명을 같이 사용한다.
▲벽돌, 타일, 나무 창틀, 칠판, 장난감 소품도 활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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