랜섬웨어, 돈만 있으면 과자 사듯 산다

이효상 기자 2017. 5. 16. 1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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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1분기 악성코드 중 44%…별다른 기술 필요 없이 다운받아 실행하면 돼

주로 수도권에 매장을 두고 있는 한 유통업체는 이달 초 판매정보관리시스템(POS)이 먹통이 되는 일을 당했다. 중요 파일에 암호를 걸고 돈을 요구하는 랜섬웨어의 공격에 당한 것이다. 이 업체는 암호를 풀어주는 대가로 1000만원 상당을 줬다. 전 세계를 강타한 랜섬웨어 ‘워너크라이’의 공격이 있기 전에도 국내에선 랜섬웨어로 인한 피해가 빈발했다.

랜섬웨어를 주의하라는 보안·관제 업계의 경고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16일 한국인터넷진흥원의 사이버 위협 동향 보고서를 보면 올해 1분기에 수집된 악성코드 중 랜섬웨어는 44%에 달했다. 인터넷진흥원이 랜섬웨어의 피해를 집계한 2015년 이래 피해 사례는 계속 증가했다. 2015년 연간 770건 접수된 피해 사례는 2016년 1438건, 올해는 1분기에만 990건이 발생했다.

랜섬웨어가 급증하는 이유는 ‘돈’이다. 기존의 해킹은 데이터를 훔치거나 파기하는 데 집중했고, 랜섬웨어를 통한 해킹은 목표가 돈이다. 공격자들은 추적이 어려운 비트코인을 대가로 받기 때문에 적발될 위험도 없다. 피해를 입은 쪽에서는 범죄자에게 돈을 지불하는 것 외에는 데이터를 복원할 방법이 없다보니 울며 겨자 먹기로 대가를 지불하고 있다.

랜섬웨어가 별다른 기술 없이 다룰 수 있는 해킹툴이라는 점도 공격자들에게는 매력적이다. 보안업체 스틸리언의 박찬암 대표는 “해킹시장 자체도 누구나 쉽게 쓸 수 있는 해킹툴이 나오는 등 서비스 상품화되고 있다”며 “과자 사듯이 돈만 있으면 누구든지 간편하게 살 수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다크넷’에서는 랜섬웨어 등 해킹툴이 유통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다크넷은 일반 웹브라우저가 아닌 전용 브라우저로 접속가능한 인터넷으로, 해킹툴·마약·음란물·총기 등 불법 행위에 사용될 수 있는 상품들이 거래된다. 보안업계에 따르면 다크넷에서 ‘제로데이’ 해킹툴은 수천달러에, ‘원데이’ 해킹툴은 수백달러에 거래된다. 제로데이 해킹툴은 시스템의 보안 취약점이 발견된 뒤 이를 막을 수 있는 패치가 발표되기 전의 해킹 도구를 말하고, 원데이 해킹툴은 패치가 발표된 지 하루가 지난 해킹 도구를 말한다.

지난해부터는 의뢰인의 주문을 받아 제작을 대행해주는 서비스형 랜섬웨어도 기승을 부리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인터넷진흥원에 접수된 랜섬웨어 피해사례의 52%는 서비스형 랜섬웨어로 제작되는 ‘케르베르’였다. 기술력을 가진 조직이 해킹툴을 만들면, 실행조직이 이를 구입해 범죄를 저지르는 식으로 분업이 이뤄지는 셈이다. 글로벌 보안업체 포티넷은 지난달 발표한 ‘글로벌 위협 전망 보고서’에서 “사이버 범죄자가 공격을 시도하는 데 유례없이 비용이 적게 들고, 간편한 환경이 조성됐다”며 “서비스형 랜섬웨어가 늘어나면서 (공격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보고서는 “서비스형 랜섬웨어는 아무런 교육도 받지 않고 기술도 없는 잠재적 범죄자가 툴을 다운로드해 피해자를 노리기만 하면 되는 단순한 형태”라고 설명했다.

<이효상 기자 hsl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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