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창간둥이' 최정이 그리는 미래 "이승엽 선배처럼"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2017. 5. 1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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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 와이번스 최정이 1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스포츠경향 창간 12주년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스포츠경향이 창간한 2005년에는 한국 야구의 전성기를 이끈 스타플레이어가 대거 등장했다. 현재 미국 메이저리그 무대에서 뛰는 오승환(35·세인트루이스), 박병호(31·미네소타) 등은 스포츠경향과 함께 데뷔해 최고의 자리에 오른 선수들이다. 2017년 국내 프로야구에서는 또다른 ‘창간둥이’ SK 최정(30)이 있다.

이미 창간 특집 인터뷰에 주인공으로 나선 경험이 있는 최정은 지난 12년간 함께 했던 스포츠경향의 생일을 가장 먼저 축하했다. 최정은 “스포츠경향이 창간한지 12년이 됐다고 하니 나도 벌써 데뷔 13년차가 됐구나는 생각이 든다. 박병호(당시 넥센)와 목동구장에서 인터뷰했던 것도 생각난다”며 인연을 떠올렸다.

■스포츠경향과 함께한 12년 최정은 스포츠경향과 함께 성장해왔다. 스포츠경향이 2005년 5월15일 가판을 발행하면서 창간을 알린 지 불과 엿새 후인 5월21일 최정은 인천 현대전에서 데뷔 첫 아치를 뿜어냈다. 만 18세 나이에 1군 무대에서 홈런을 기록한 선수로는 역대 두 번째 기록이다. 일찌감치 ‘소년장사’라는 별명으로 작은 체구에서 나오는 파워를 인정받은 최정은 또래 선수들 가운데 가장 먼저 주목받았고, 이후에도 꾸준한 성적을 내 리그 정상급 타자들이 포진한 3루 포지션에서 최고 자리에 올랐다.

잘 나가는 입단 동기들이 좋은 자극제가 됐다. 최정은 “특히 2005년에 입단했던 좋은 선수들이 많았던 것 같다. 나한테는 더 열심히 하게 만드는 동력이 되곤 했다”고 밝혔다.

2014시즌이 끝난 뒤 자유계약선수(FA) 자격을 얻은 최정은 소속팀 SK에 잔류하면서 당시 최고액인 4년 총액 86억원을 받는 ‘거물’이 됐다. 지난해에는 홈런 40개로 개인 첫 (공동)홈런왕에 올라 제2의 전성기를 맞이했다. 올 시즌 초반엔 역대 세 번째 한 경기 4홈런(4월8일 인천 NC전)을 쏘아올리는 등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장타 페이스로 홈런 단독 선두(12개)를 질주하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고 있다.

SK 와이번스 최정이 12일 인천 문학야구장에서 스포츠경향 창간 12주년 인터뷰를 마치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문학 | 이석우 기자 foto0307@kyunghyang.com

■최정이 말하는 나의 성장 막내 중의 막내였던 최정은 어느덧 30대에 접어들었다. 호리호리했던 몸매는 웨이트트레이닝으로 다져진 단단한 체형으로 바뀌었다. 체중은 입단 때 83㎏에서 7㎏ 이상 늘었다. 최정은 “2005년과 가장 달라진 것은 몸매”라며 웃었다. 그렇지만 최근 홈런이 급격하게 늘어난 것은 단지 웨이트트레이닝 효과와 더 강한 타구를 날리기 위한 타격 포인트 변화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최정은 “개인적으로는 심리적인 이유가 가장 큰 것 같다”고 분석했다. 남들 앞에서는 웃는 것조차 수줍어하는 최정이지만 야구에 관한 한 스스로 작은 실수도 용납하지 않을 정도로 냉정하다. 그런 철저함이 최정을 최고의 반열에 올려놨다. 반대로 이런 예민한 성격이 주는 한계도 있었다. 부상으로 오랜 슬럼프를 겪는 동안 그 욕심을 내려놓으니 자신도 모르게 타구에 더 힘이 실렸다. 최정은 “예전에는 확실히 여유가 없었던 것 같다. 경기마다 진이 빠질 정도로 전력으로 경기했다. 잘 풀리지 않으면 빨리 털어내지 못했는데 이제는 제법 마인트컨트롤이 되는 것 같다”고 자신의 변화에 만족스러워했다.

베테랑이면서 높아진 몸값만큼 클럽하우스의 리더로서 팀의 기대도 커졌다. 그 사이 가정도 꾸렸다. 2014년 12월 전직 기상캐스터였던 나윤희씨와 화촉을 밝힌 최정은 이제 돌이 갓 지난 아이의 아빠로 가장의 책임감도 짊어졌다.

최정은 “그 동안은 내 중심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고, 바라봤다. 지금은 다르다. 많이 성숙해졌다고 해야할까. 야구에 대한 생각도 더 진지해졌다”고 했다. 더불어 “가족이 생기니 야구에도 활력소가 된다. 캐스터 출신 아내 덕분에 인터뷰 기술도 많이 좋아졌다는 얘기를 듣고 있다”며 아내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거포의 꿈을 이루다 여전히 ‘홈런’과 자신을 연관지으려 하면 손사래부터 치는 최정이지만 ‘홈런왕’ 타이틀 만큼은 자랑스럽다.

최정은 고교 시절 메이저리그 강타자인 매니 라미레즈, 알렉스 로드리게스, 미겔 카브레라 등을 보면서 큰 꿈을 키웠다. 게다가 최정이 입단했을 당시 리그 3루수에는 김동주(은퇴), 이범호(KIA), 이대호(롯데) 등 장타자가 즐비했다. 지난해 홈런왕으로 어쩌면 야구인생 최고의 목표를 달성한 셈이다.

“타석에서 홈런를 쳐야 한다는 생각은 안하지만 김동주, 이범호 선배 등 힘있는 타자들을 보면서 3루수 자리에 어울리려면 장타를 많이 쳐야 한다고 생각했다. 언젠가는 정말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가 되고 싶었는데 멀어보였던 홈런왕을 이미 한 번 해봤다니 마치 꿈같다.”

최정은 올해도 가장 주목받는 홈런타자다. 그러나 2년 연속 홈런왕 타이틀을 지켜내기 위한 여정은 쉽지 않다. NC 외국인 타자 재비어 스크럭스(11개)를 비롯해 최형우(KIA·10개), 나성범(NC), 이대호(이상 9개) 등이 최정을 바짝 추격하고 있다.

홈런 1위에 올라 있는 팀에서도 한동민(11개), 김동엽(8홈런) 등 후배들 기세도 무섭다. 최정은 “홈런타자로서 욕심보다는 선의의 경쟁이 되는 것 같다. 다들 몸관리는 너무 잘하고, 훈련도 열심히 하니 나도 자극받는다”고 말했다.

SK 최정 입단 당시 팬북 사진. SK와이번스 제공

■‘이승엽 선배처럼’ 최정이 유일하게 닮고자 하는 선수가 있다. 바로 이승엽(삼성)이다. 최정은 아마추어 시절 이승엽의 전성기를 보면서 컸다. 이승엽을 보기 위해 인천에서 삼성 경기가 열릴 때 야구장을 찾았다. 최정은 “모든 선수들에게 마찬가지지만 나에게도 ‘전설’이다. 이승엽 선배가 요미우리 자이언츠에서 뛸 때 아마 대표팀으로 연습경기를 하면서 처음 만났다. 정말 가슴 벅찼던 기억”이라고 했다. 이승엽은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예고했다.

그의 퇴장을 아쉬워한 최정은 “이승엽과 같은 선배와 함께 뛰었다는 것만으로 영광이다. 앞으로 들어올 선수들은 경험하지 못할 일 아닌가”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야구 뿐만 아니라 모든 부분에서 배울 게 많은 선배다. 후배들을 늘 격려하던 모습은 이제 고참이 된 내가 가장 닮고 싶은 부분”이라며 주저없이 이승엽을 롤모델로 꼽았다.

최정이 야구선수로서 추구하는 목표는 꾸준함에 있다. 지난해 이전까지 30홈런을 친 경험이 없었던 그가 개인 200홈런(2016년 6월1일 대전 한화전·역대 23번째)을 채운 것도 끊임없는 노력의 결과다. 최정이 올해까지 12년 연속 두자릿수 홈런을 친 것을 가장 자랑스러운 기록으로 꼽는 이유다. 앞서 200홈런을 달성한 5명의 선배 가운데 가장 적은 나이에 대기록을 이뤄낸 최정이 써나갈 역사가 기대된다.

최정은 “저를 항상 응원해주는 팬들에게 실망시키지 않는 플레이하고 싶다. 꾸준히 기복없는 경기력을 보여주는게 목표”라며 “올해도 지금까지 좋은 기록을 내고 있으니 마지막까지 이 분위기를 이어가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그러면서 “스포츠경향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독자를 만나는 신문으로 남아줬으면 좋겠다”고 창간 축하 메시지를 남겼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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