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연의 책과 지성] 제임스 조이스 (1882~1941)

허연 2017. 5. 12. 1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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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재는 실수하지 않는다. 의도할 뿐"
너무 앞서 세상에 왔던 '천재 작가'
1차 세계대전의 포연이 겨우 가신 어느 날. 누군가가 제임스 조이스에게 전쟁 때 무얼 했느냐고 물었다. 조이스의

답변은 냉소적이었다.

"나는 율리시스를 썼다. 당신은 무얼 했지(I wrote Ulysses, What did you do)?"

조이스는 단칼에 맹목적 애국주의자의 질문을 뭉개버린다. 조이스는 이렇게 말하고 싶었을 것이다. '전쟁을 일으켜 인간을 파멸로 몰고 간 게 바로 당신들이야. 바보야.'

강퍅하게 마른 몸집에 도수 높은 안경과 삐딱한 모자, 얼굴 가득 조소를 머금은 조이스. 그는 천재였다.

조이스는 과거의 가치와 현대의 가치가 충돌하던 1882년 아일랜드 더블린에서 태어났다. 실직한 세금징수원이었던 주정뱅이 아버지와 모든 걸 기도에만 의존하는 어머니 사이에서 자란 그는 인간 내면의 위선과 허위에 일찍 눈을 떴다. 언어에 뛰어난 재능을 보였던 그는 이미 10대 후반에 이탈리아어와 불어를 구사했고 나중에는 9개국어를 하게 된다.

이 무렵 첫 소설 '스티븐 히어로'를 잡지에 연재하지만 큰 비판에 시달린다. 더블린 사람들을 너무 참혹하고 수준 낮게 묘사했다는 게 이유였다. 결국 조이스는 자신의 천재성을 몰라주는 조국을 떠나 유럽 대륙으로의 이주를 결심한다. 고향 더블린과 조이스의 애증관계는 이때부터 시작돼 평생을 가게 된다.

파리로 이주한 조이스는 영어교사와 번역일로 연명하면서 본격적인 소설 창작에 들어간다. 1906년 소설 '더블린 사람들'을 완성하지만 항의와 삭제 요구에 시달리다 급기야는 고소까지 당한다. 더블린 사람들은 자신들의 음울한 민낯을 대면하고 싶어 하지 않았다. 1922년 완성된 그의 대표작 '율리시스'의 운명은 더 가혹했다. 음란하고 난해하다는 이유로 영어권 국가들로부터 판금을 당했다. 프랑스에서 겨우 출간된 '율리시스'는 1960년에서야 고향 더블린의 서점에서 독자들을 만날 수 있었다.

조이스는 너무나 일찍 지상에 온 천재였다. 당시 사람들이 별다른 사건도 없고 구두점조차 없는 주술 같은 그의 문학을 이해하지 못한 건 어쩌면 당연했다. 조이스는 세계대전을 목도하면서 인류가 신봉해온 가치관이 지닌 이중성에 깊은 회의를 느꼈다. 그래서 그가 선택한 것이 '의식의 흐름'이었다. 조이스는 허구로 가득 찬 외면적 규범에 저항해 형식 자체를 파괴했다. '율리시스'에서 알 수 있듯 주인공의 일상과 내면을 있는 그대로 보여줌으로써 외피를 벗어버린 인간의 진짜 속내와 욕망을 말하고 싶었던 것이다.

문법 질서를 파괴했다며 소설 '율리시스'를 비판하는 사람들에게 조이스는 이렇게 말하곤 했다.

"천재는 실수하지 않는다. 발견을 위해 의도적으로 저지를 뿐이다."

사실 조이스는 서정을 바탕으로 한 전통적 글쓰기를 이미 데뷔 초기에 뗀 사람이었다. 입체파의 창시자인 화가 피카소가 이미 어린 시절 사실적인 그림에 통달했던 것처럼 말이다.

증거가 있다. 조이스는 실험적인 문학을 하기 전에는 시를 썼던 시인이었다. 그가 25세 때 출간한 시집 '체임버 뮤직(실내악)'에 실린 한 편의 시를 보자. 뛰어난 서정이 빛난다.

"지나간 옛날이, 사랑이 우리에게 왔지/한 사람은 황혼 무렵 수줍어하며 장난을 치고/한 사람은 두려워하며 가까이 서 있었지/사랑은 처음에는 다 두려우니까."

[허연 문화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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