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은 성게 철이 시작되는 달입니다. 바다의 밤송이 성게의 외피를 가르면 우리가 흔히 ‘성게알’이라고 부르는 황금빛 속살이 모습을 드러냅니다. 바다 향 가득 품은 녹진한 성게를 즐길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합니다.
▶서촌의 파스타 강자 ‘서촌김씨 뜨라또리아’
따끈따끈한 서촌김씨 2호점의 신장 개업 소식을 전한다. 서울미쉐린가이드에 실릴 만큼 유명해진 서촌김씨(리스토란테)의 2호점 공식 명칭은 ‘서촌김씨 뜨라또리아’이다. 지난 4월15일에 문을 연 이곳은 뉴페이스이지만 이미 실력을 검증 받은 ‘신인답지 않은 신인’이라 할 수 있다. 2호점 또한 정통 이탈리안 레스토랑이지만, 뜨라또리아를 표방하고 있는 만큼 저녁 코스요리만 제공하는 1호점보다 편안한 분위기에서 식사를 즐길 수 있다. 뜨라또리아, 리스토란테는 이탈리아의 식당 등급 기준 용어로, 리스토란테는 고급 레스토랑, 뜨라또리아는 가정식백반집 정도를 뜻한다.
제철 맞은 성게로 만든 파스타(Spachetti Al Rici Di Mare)를 주문해 보았다. 성게의 경우 평소에는 캘리포니아 산, 제철에는 국내산을 사용한다고 한다. 파스타에는 큼지막한 성게가 면 위에 올라가 있고, 또 면 사이에도 성게알이 알알이 박혀 있었다. 달콤한 성게와 아삭하면서도 향기로운 대파로 완성된 깔끔한 오일파스타였다. 김도형 셰프는 성게파스타를 베난티 비앙코 디 카셀레 이트나(Benanti Bianco di Caselle Etna) 2012년 산과 매칭해 내어왔다. 이 집의 파스타 맛 비결은 의외로 간단하다. 셰프는 플루네띠(PRUNETI)의 디오피 끼안티클라시코 올리브오일을 보여준다. “이탈리아에서도 손꼽히는 엑스트라버진 올리브오일입니다. 우리 식당 모든 요리에 이 오일을 사용하고 있습니다.” 오일파스타의 비결이 오일이라니, 당연하지만 뜻밖의 대답이기도 했다. 요리의 가장 기본이 재료라는 것을 다시 한 번 증명하는 순간!
성게파스타와 함께 추천하고 싶은 봄 메뉴는 ‘카프레제(Caprese)’다. 접시를 받으면 우선 아름다운 플레이팅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풍덩풍덩 찢어 넣은 모짜렐라 치즈와 색색의 토마토, 치즈&먹물 튀일(프랑스식 과자), 새싹이 어우러진 모습이 마치 봄 정원을 보는 듯 하다. 한 접시 안에서 다양한 식감과 맛을 즐길 수 있도록 반건조 토마토, 대추방울 토마토, 대저 토마토 등을 복합적으로 사용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서촌김씨 2호점은 ‘아버지의 유산을 충실히 물려받은 주니어’란 표현을 하고 싶다. 그리고 그 유산은 좋은 재료를 아끼지 않는 ‘기본’에 있다. 런치 메뉴 3만5000원(성게 파스타 선택 시 7000원 추가), 카프레제 1만9000원, 베난티 비앙코 디 카셀레 에트나 6만원(와인 반입 불가능). 주차공간은 없다.
위치 서울 종로구 자하문로9길 6
시간 월~토 12:00~15:00/18:00~22:00(마지막 주문 14:00, 22:00), 일 휴무
▶기대한 만큼 값을 하는 곳
삼성동 파크하얏트 호텔 ‘팀버하우스’
파크하얏트 지하에 위치한 바&일식 다이닝 매장 ‘팀버하우스’에서 성게를 활용한 신 메뉴, ‘우니 차완 무시(1만5000원)’와 ‘랍스터와 성게 구이(3만8000원)’를 선보인다. 먼저 일본식 달걀 찜에 성게와 오크라, 캐비어를 올린 차완 무시는 담백하고 깔끔해서 부드럽게 속을 달래기 좋은 메뉴다. 랍스터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성게를 가득 올려 구운 두 번째 메뉴는 그야말로 해산물 애호가를 위한 한 접시. 바다 향이 강한 성게요리엔 드라이한 사케, 닷사이 준마이(한 병 19만원)가 잘 어울린다. 팀버하우스의 시그니처 메뉴 ‘쿠시모노(3만9000원)’도 기억하자. 관자와 갈비 인삼 말이 등 10가지 재료 중 5가지를 골라 직접 숯불풍로에 구워 맛보는 호화로운 꼬치요리다. 사케, 위스키, 칵테일 세 가지 전문 바를 운영하고 있는 만큼 훌륭한 비버리지 리스트도 갖추고 있으며, 5월에는 신 메뉴 칵테일들을 3코스로 맛보는 독특한 프로모션이 예정 중이다.
노보텔 앰배서더 강남의 정통 일식당 ‘슌미’는 올 초, 새로 부임한 표길택 셰프 주도로 또 한번 변신했다. 신 메뉴 중 성게가 들어간 메뉴로는 ‘해산물 덮밥’과 ‘성게 도미 말이 튀김’이다. 쫄깃한 전복, 성게, 연어알 등을 올린 덮밥은 해삼내장으로 간을 맞춘 밥맛도 달콤해서 양념장 하나 없이 끝까지 맛있게 먹을 수 있다. 살 오른 제철 도미로 성게를 말아 튀긴 튀김은 담백한 맛이 술을 부른다. 가모츠루 다이긴죠와 온나나카세 쥰마이 다이긴죠를 곁들이면 궁합이 좋다. 특히 벚꽃 모양 금박이 들어간 가모츠루는 봄날의 정취를 즐기며 마시기에 좋은 정미율 50% 이하의 고급 사케다. 맥주부터 와인까지 다양한 주류를 갖추고 있다. 주말은 뷔페만 진행한다. 해산물 덮밥/성게 도미 말이 튀김 가격미정, 주말 뷔페 어른 7만9000원/어린이 3만9500원. 가모츠루 한 병 19만8000원, 온나나카세 한 병 16만5000원.
위치 서울 강남구 봉은사로 130 지하 1층
시간 화~토 12:00~15:00/18:00~22:00, 일 11:30~14:30/17:30~21:00(마지막 주문 30분 전), 월 휴무
▶내 맘대로 골목 미쉐린 쓰리스타 충무로 ‘호미곶’
진정한 고수는 숨어 있는 법. ‘여기가 맞나’ 하고 들어선 좁은 골목 안쪽에 ‘호미곶’이 있다. 2000년에 문을 연 해물요리 전문점 호미곶은 매일 생산자가 보내오는 싱싱한 식재료들로 식탁을 차려낸다. 성게는 경북 울진 해녀가 보내오고 있다. 덕분에 이 집에선 무엇을 맛보든 하나같이 크고 달다. “해산물 요리는 신선함이 다죠. 사람이 맛을 내는 게 아닙니다.” 남동윤 사장의 말에 납득이 간다. 좋은 재료의 맛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 양념은 최소한으로 한다. 덕분에 속은 편안하고 입은 개운하다. 피문어에는 오이, 굴에는 양파초무침을 매치하는 등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을 제시하기 위한 노력도 눈에 띈다. 가격에도 거품이 없다. 가장 비싼 메뉴가 5만원인데 그 정도면 4인이 즐길 수 있을 정도로 푸짐한 양이 나온다. 10년 지기 단골들이 꾸준히 발걸음하는 데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해물 한 접시 3만원/5만원, 성게 미역쌈 3만원, 성게 비빔밥 1만원, 성게 미역국 1만원.
위치 서울시 중구 퇴계로28길 15
시간 월~금 11:30~14:00/17:00~22:00, 주말과 공휴일 휴무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 가회동 ‘떼레노’
정통 스페인 레스토랑이다. 이 식당의 특이한 점은 소외계층을 고용하는 사회적 기업이라는 점과, 다수의 스페인 식당들처럼 타파스나 간단한 단품요리를 내는 것이 아니라 고급스러운 파인 다이닝을 선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옥상 텃밭에서 셰프가 직접 재배한 허브와 야채가 요리의 맛을 살린다. 먼저 ‘발렌시아식 해산물 쌀 요리’를 추천한다. 주물팬으로 한 번 구운 밥 위에 사프란 크림과 부드러운 성게, 살이 여문 랍스터가 올라가 있었다. 황금빛 라벨이 화려한 마르케스 데 무리에따 파소 바란테스 알바리뇨(Marques de Murrieta Pazo Barrantes Albarino)와 함께 즐기면 색도 맛도 어울린다. 함께 나온 ‘토마토 가스파쵸’는 제철 대저 토마토로 만든 찬 스프를 송어알&게살 샐러드가 화관처럼 둘러싸 접시에 상큼한 봄이 담긴 느낌이었다. 발렌시아식 해산물 쌀 요리 단품 3만8000원/세트6만원~11만원, 토마토 가스파쵸 단품 1만8000원/세트 4만원~11만원.
위치 서울시 종로구 북촌로 71
시간 화~일 11:00~14:30/17:30~22:00(카페는 브레이크타임 없음.
마지막 주문 14:00,20:30), 매주 월요일 휴무
▶한옥에서 선보이는 퓨전 이탈리안 경희궁 앞 ‘단아’
레스토랑 ‘단아’는 그 이름처럼 단아한 한옥 건물에 깃들어 있다. 통 유리창으로 둘러싸인 실내에서는 초목이 싱그러운 이 집 마당과 건너편 꽃 대궐 성곡 미술관이 보인다. 메뉴는 계절마다 바뀌는데 피자부터 스테이크까지 폭넓게 즐길 수 있다. 일반 공개 전 초대 받아 미리 맛본 여름 메뉴 성게알 파스타(가격 미정)는 성게를 민물 새우, 조개 육수와 함께 볶아 고소하고 농후한 맛이 인상적이었다. 함께 나온 ‘문어와 아보카도, 햄프씨드, 호박 퓨레, 요거트 폼’(런치/디너코스 5만5000원/6만5000원)은 식감이 다른 각 재료를 새콤달콤하게 즐길 수 있어 즐거웠던 한 접시다. 메뉴 중에는 고사리나 시레기 등 한국의 식재료를 사용한 메뉴들도 눈에 띈다. 요리서적 다수를 집필한 안충훈 셰프의 창의성과 노력이 돋보이는 부분이다. 3만원 대부터 10만원 대까지 다양한 가격대 와인을 소개하는 것 또한 이 집의 장점이다. 프로베토 브뤼(PROVETTO Spumante Bianco Brut) 한 병 4만9000원, 때땡져 리저브 브뤼(Taittinger Reserve Brut NV) 한 병 9만9000원.
위치 서울시 종로구 신문로2가 1-165번지
시간 11:30~15:00/17:00~22:00(마지막 주문 14:30, 21:30)
▶베네치아 식 안주문화를 전파한 삼청동 ‘이태리재’
북적이는 삼청동길 옆으로 빠져들면 조용한 골목 끝, 초록색 입구가 인상적인 한옥건물이 있다. 2016년 오픈 후 약 반 년 만에 미쉐린 빕 구르망 리스트에 등재된 샛별, 이태리재다. 특징은 베네치아 안주 문화를 소개하는 식당이라는 점. 때문에 메뉴판의 반을 가벼운 식사거리 ‘치케티’에 할애하고 있으며 바 공간이 따로 있다. 또한 자유로이 서서 먹고 마시는 그곳의 분위기를 재현하기 위해 테라스도 새롭게 꾸미는 중이다. 치케티 외 메인 요리메뉴로는 성게 어란 파스타(Trout Roe Pasta With Sea Urchin)와 트러플 크림 뇨끼(Truffle Cream Gnocchi)가 특히 유명하다. 전자는 재료가 특이한데, 생선 알을 절여 말린 전라도산 어란을 성게와 접목시켜 간장 향과 감칠맛은 살리면서도 강한 맛을 중화시킨 창작 디쉬다. 뇨끼의 경우에는 밀가루와 감자의 황금비율을 잘 찾아내 카스텔라 같은 식감과 풍부한 감자향을 느낄 수 있다. 세 가지 치케티 믹스 2만5000원, 성게 어란 파스타 3만5000원, 트러플 크림 뇨끼 2만원, 아페롤 스프리츠(식전주) 한 잔 8000원.
위치 서울시 종로구 율곡로 1길 74-9
시간 화~일 12:00~15:00/18:00~22:00(마지막 주문 14:00, 20:30),
월요일, 둘째·넷째 일요일 휴무
▶소바에 시원한 국물 신사동 ‘미미면가’
2012년부터 오로지 메밀소바만 하는 집, ‘미미면가’는 ‘자루소바’보다는 국물있는 ‘붓카게 소바’를 전문으로 한다. 붓카게 소바는 국물에 면을 담고 면 위에 갖가지 토핑을 올리는 것으로 냉소바와 온소바가 있다. 가다랑어포와 다시마를 넣고 국물을 우려내는데 냉소바 국물엔 여기에 몇 가지가 더 들어가 공정이 더 복잡하다. 정성을 들인 국물에 제철 재료를 이용한 화려한 토핑이 인기비결인데, 이 토핑의 꽃이 바로 성게알이다. 성게알냉소바와 온소바는 1만6000원, 성게의 양이 아쉬운 이는 대(2만6000원)자를 주문하면 된다. 최근 코코넛 칩, 조개, 성게알을 곁들인 크림소스에 소바면을 찍어먹는 크림자루소바도 등장했다. 요즘은 캘리포니아산 성게를 쓰지만 5월부턴 국내 성게철이 도래하니 국내산을 사용한다고. 고등어구이 온소바(1만6000원), 새우튀김소바(9000원), 가지튀김소바(9000원)도 꾸준한 인기 메뉴다. 오픈 시간인 11시30분 이전부터 줄을 서 있지만 회전율이 좋아 자리가 금방 난다.
위치 서울시 강남구 도산대로1길 12
시간 월~일 11:30~14:30/17:30~21:00
▶본토 셰프의 지중해 요리
광화문 포시즌스 호텔 ‘보칼리노’
포시즌스 호텔 2층, 이탈리안 레스토랑 ‘보칼리노’는 본토 셰프가 정통의 맛을 선보이는 미쉐린 가이드 선정 식당이다. 총괄 셰프 치로 페트로네(Ciro Petrone)가 추천하는 성게요리는 ‘성게알 리조토와 제철 해산물(3만6000원/5만원)’이다. 얇게 깔린 리조토 위에 튼실한 해산물들을 가득 올린 모습이 아름답다. 함께 맛본 ‘계란 반숙과 파마산 치즈를 곁들인 아스파라거스(2만4000원)’는 5월1일부터 6월30일까지만 맛볼 수 있는 봄 메뉴 중 하나. 서로 다른 조리법으로 요리한 아스파라거스를 담아 세 가지 식감으로 즐길 수 있는 흥미로운 메뉴다. 보칼리노의 특징 중 하나는 모든 단품 메뉴를 1인분 또는 여러 명이 즐길 수 있는 공용(Shared) 메뉴, 두 가지 형태로 제공한다는 것이다. 완연한 봄, 멋진 호텔에서 지인과 음식을 나눠 먹으며 짧은 소풍을 즐겨보는 것은 어떨까.
위치 서울시 종로구 새문안로 97
시간 11:30~14:30/17:30~22:00(마지막 주문 21:30)
▶‘친친 레스토랑’ 시리즈의 원점 서촌 ‘까델루뽀’
까델루뽀는 마당을 품은 고즈넉한 한옥 건물에서 선보이는 이탈리아 코스 요리 전문점이다. 현재 서촌에서 ‘친친’이란 이름으로 5개의 레스토랑을 더 운영하고 있는 이재훈 셰프의 첫 레스토랑이기도 하다. 까델루뽀의 메뉴는 매일, 혹은 계절마다 바뀌는데, 제철 재료와 좋은 식재료가 맛의 기본이라는 셰프의 철학 때문이다. 그래서인지 점심 세트에서 맛볼 수 있는 성게 파스타 또한 국내산 성게의 제철인 여름 한정으로 제공된다. 까델루뽀의 성게파스타에는 토마토, 새싹 등 여러 채소가 함께 어우러져 있는 것이 특징. 마리아쥬가 좋은 와인으로는 워번 스톤 소비뇽 블랑 2016년산(Woven Stone Sauvignon Blanc) 등이 있다. 저녁세트메뉴에 포함된 ‘아스파라거스 수란 샐러드’도 이 계절에 즐겨야 하는 요리다. 한편 이재훈 셰프는 일산에 ‘친친 그란데’를 오픈했다.
위치 서울시 종로구 자하문로16길 5-5
시간 월~토 12:00~15:00/18:00~22:00
(마지막 주문 13:30, 20:20), 일 휴무
▶밥도 술도 제대로 광화문 ‘월향’
조선일보 미술관 맞은편에 자리한 월향 광화문점은 깔끔한 밥집이자 전문 주점이다. 우선 이 집은 밥이 맛있다. ‘월향미’라는 특정 쌀 브랜드로 갓 지어낸 밥만을 내기 때문이다. ‘성게 전복 솥밥(2만5000원)’은 그 맛있는 밥 위에 튼실한 전복과 풍성한 성게, 각종 버섯을 얹어 낸 메뉴다. 성게와 어울리는 술로는 쌉쌀한 맛이 해물과 잘 어울리는 ‘채소 막걸리(0.5ℓ 7000원, 1ℓ 1만원)’를 추천한다. 20~50%까지 막걸리를 할인해주는 ‘낮술타임’을 이용한다면 더욱 즐겁게 즐길 수 있다. 와인, 위스키, 칵테일, 막걸리 외 주류 리스트도 다양하다. 제철 식사 메뉴 개발, 와인 공동구매와 전통 사과주 개발 등 각종 창의적인 기획이 끊이지 않는 월향. 그 열정과 노력으로 현재 여의도, 이태원점(주류만 판매) 오픈에 이어 새롭게 ‘한국식 횟집’ 개점도 준비 중에 있다. 가리찜 단품(3만5000원/5만8000원)/점심 세트(2만5000원).
위치 서울 중구 세종대로 21길 30
시간 11:30~24:00(마지막 주문 22:30 낮술타임 4시 이전 입장, 6시 이전 주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