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에 땀을 쥐게 한 출구조사 발표..환호·탄식 엇갈려
광장·역사·번화가서 너도나도 숨죽이며 개표 지켜봐

(서울=뉴스1) 박정환 기자,김다혜 기자,최동현 기자 = "정말 감격스러워요. 너무 감사드립니다. 감사합니다."
"저게 최종결과야?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왜 난리야."
9일 오후 7시 59분 50초, 차기 대한민국을 이끌 제19대 대통령선거 투표의 종료가 임박하자 서울 중구 서울역사 내에 설치된 3대의 텔레비전 앞에 모여 투표결과를 기다리던 200여명의 시민들은 일순 숨을 죽였다.
같은 시각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이순신 동상 앞에 설치된 대형 전광판 앞에 모인 시민 1000여명은 한목소리로 카운트다운을 외쳤다.
오후 8시, 환호와 탄식이 엇갈렸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후보 지지율 1위. 그 뒤를 따르는 홍준표 자유한국당후보와 안철수 국민의당후보의 출구조사 결과에 같은 공간에 모여 있던 시민들은 서로 다른 의미의 눈물을 흘렸다.
◇출구조사에 희비 엇갈려…누가 됐든 잘 이끌어주길
8일 어버이날을 맞아 부산에 거주하는 친정어머니를 뵙고 왔다는 전부덕씨(55·여)는 "집에 가는 시간도 아까워 역사에 머물며 출구조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고 말했다.
문재인 후보를 지지한다고 밝힌 그는 결과가 발표되기 전부터 불안한 듯 텔레비전에서 눈을 떼지 못하다가 출구조사 결과를 확인하고서야 막힌 숨을 고르며 눈시울을 붉게 적셨다.
전씨는 연신 "감격스럽다. 너무 감사하다"를 되뇌며 "상식과 법이 정한 공정한 원칙이 강물처럼 흐르는 나라가 되길 바란다"며 눈물을 훔쳤다.
광화문광장에서 지인과 함께 팔짝팔짝 뛰며 기뻐하던 이성주씨(50·여)는 "이런 결과가 나올 줄 알았다"고 말하면서도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서울역사에서 개표결과를 확인한 이모씨(26·여) 역시 감격에 겨운 듯 발을 동동 구르며 지인에게 전화를 걸어 기쁜 소식을 전하기도 했다.
환호하는 그들 곁에선 인상을 찌푸린 채 탄식하는 이들도 있었다. 서울역사 텔레비전 바로 앞까지 다가가 팔짱을 낀 채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던 한 중년남성은 돌연 그를 비추는 카메라에 "뭐가 신나서 찍냐"며 성을 냈다.
그의 곁에 앉아 개표상황을 지켜보던 중년남성 A씨도 환호하는 문 후보 지지자들이 못마땅한지 "출구조사가 최종결과냐"며 "아직 끝나지도 않았는데 벌써 난리를 치느냐"고 혀를 찼다. 이어 "제멋대로 대통령을 탄핵하고 불법으로 치르는 대선에 문제의식을 느끼진 못할망정…."이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반면 유승민 후보나 안철수 후보를 지지하던 시민들은 못내 실망감을 감추지 못했다.
유 후보에게 투표했다고 밝힌 안선우씨(32)는 "낮아도 너무 낮은 지지율이 나와 당혹스럽다"며 "최선의 후보라고 생각해 지지했는데 이런 결과가 나와 실망스럽다"고 안타까워했다.
안 후보를 지지했던 이신현씨(64)도 "생각보다 낮은 결과가 나와 실망스럽다"며 씁쓸한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이내 "그 누가 되든 공정하고 정의로운 나라로 꾸려나가 준다면 지지할 것"이라고 밝혔다.

◇지인과 함께 술잔 기울이며 개표결과에 울고 웃어
친한 친구나 지인들과 번화가에 모여 개표방송을 지켜보며 환호의 건배를 나누거나 쓰디쓴 술잔을 들이켜는 유권자들도 많았다.
서울 종각역 인근 식당에서 친구들과 함께 출구조사 결과를 지켜보던 황진성씨(42)는 "당연한 결과다. 굉장히 좋다"며 환하게 웃었다. 황씨는 "지금 당장 무엇이 바뀌리라 생각하지는 않지만 문 후보가 당선되면 앞으로 차차 바뀔 수 있는 토대가 만들어지는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초등학교 동창이자 40년 지기 친구들이 모였다는 한경훈씨(47)의 테이블 역시 축제 분위기였다. 한씨는 "문 후보의 당선유력 소식을 듣고 친구들과 시원하게 '짠!' 했다"고 들뜬 기분을 전했다.
인근의 다른 식당에서 취업스터디를 마치고 늦은 저녁을 하던 신모씨(25) 역시 "문 후보의 당선은 예상했던 부분이라 놀랍지 않다"며 "과거 성폭행 모의 의혹, TV토론에서의 상식에 벗어난 발언 등에도 홍 후보가 2위를 했다는 게 놀랍다"며 씁쓸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호프집에서 소주를 마시던 안철수 지지자 구모씨(43)는 아쉬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구씨는 "안 후보를 지지하면서 지지율이 낮을 줄은 예상했지만 홍 후보에게는 이길 줄 알았다"며 "사드배치에서 말을 바꾼 것이나 TV토론에서 아이처럼 투정하는 모습을 보인 것 등 뒷심이 부족했던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출구조사결과일 뿐 최종결과는 아니므로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반응을 보이는 시민들도 있었다. 가족끼리 저녁식사 중 출구조사 소식을 접했다는 박모씨(48·여)는 "출구조사가 틀릴 때도 있지 않았냐"며 "아직 모르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이왕이면 홍 후보가 당선되면 좋겠다"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dongchoi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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