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과학기술정책 위한 강력한 R&D컨트롤타워 필요

송준영 2017. 5. 7.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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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 보도를 보면 조만간 우리나라에서 4차 산업혁명의 꽃이 활짝 필 것 같아 보인다. 대통령 선거 후보들의 과학기술 정책 키워드가 4차 산업혁명이다. 각론은 조금씩 다르지만 저성장 늪에 빠진 경제를 이끌 미래 성장 동력으로써 관련 공약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과학기술계의 의견은 분분하다. 고령화, 국가재난망, 녹색기술 등 기존의 미래 유망 기술처럼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도 하나의 이슈일 뿐이다. 유독 한국에서만 '혁명'으로 표현돼 마케팅에 이용된다는 비판이 있다. 대선 후보 공약이 기존 분야를 융합하는 기술혁명의 본질을 이해하지 못한 설익은 정책이라는 평가도 있다.

비판의 배경에는 차기 정부에서도 장기 관점의 과학기술 정책이 추진되지 못할 것이라는 우려가 있다. 4차 산업혁명의 개념을 어떻게 정의하든 그 기반은 첨단 과학기술이다. 무엇보다 연구개발(R&D) 투자 정책과 거버넌스가 중요하다. 현 체계를 혁신하지 않고서는 유행 따라 예산과 인력이 몰리고, 아무도 결과를 책임지지 않을 우려가 있다.

우리나라의 R&D 투자는 2015년 기준 66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 대비 세계 최고 수준이다. 정부 R&D 투자 증가율은 2012년 7.6%를 기점으로 지난해 1.1%까지 떨어졌다. 민간 부문 역시 2011년 16.4%에 이르던 증가율이 2015년 2.6%까지 하락했다.

주요 선진국이 경제 위기에도 R&D 투자를 대폭 확대하는 것과는 상반된 추세다. 지난해 미국은 R&D 예산을 전년 대비 8.1%, 일본은 14.5% 각각 늘렸다. 우리나라는 R&D 투자 절대 규모도 적은 편인 데다 투자 증가율에서도 뒤처진다.

기존에도 외형 규모에 비해 관련 산업의 내실 성장과 수출 확대 등 파급 효과는 기대치를 밑돌았다. 거기다 투자까지 위축된 셈이다. 정부 R&D 투자 전략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이 더욱 절실해지는 상황이다.

정부도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산업화 시대의 추격형 R&D 시스템을 선도형으로 혁신하기 위해 연구 현장과 전문가 의견을 수렴, 추진했다. 대학은 기초연구, 정부출연연구기관(출연연)은 10년 후를 내다보는 장기 원천연구, 기업은 특성에 맞는 상용화 R&D에 집중하기로 했다.

국가가 필요로 하는 분야에 중장기 투자하는 '국가전략 프로젝트'는 톱다운 방식으로 선정, 다부처 협력으로 추진한다. 자율과 창의에 바탕을 두고 행정을 간소화해 연구 몰입 환경을 조성하고 있다.

여전히 과제가 많다. 현재 정부 R&D 투자는 부처별 상이한 시스템과 계획 속에서 나뉘어 추진된다. 여러 번의 변화 끝에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전략본부가 R&D 총괄 조정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기능과 조직에서 한계가 있다. R&D 예산 조정·배분권을 갖는 진정한 과학기술정책의 컨트롤타워는 한 번도 실현되지 못했다.

과학기술계는 대선 후보의 4차 산업혁명 비전보다 이를 추진할 체계에 관심이 크다. 기술과 산업 변화의 거대한 파고 앞에 과학기술 혁신, 경제·사회 발전 전략이 성공을 거두려면 거버넌스 혁신이 필요하다.

범부처 R&D 시스템 혁신을 총괄하고 조정하는 컨트롤타워 역할이 강화돼야 한다. 세부 주제는 세계 흐름에 맞춰 선정할 수 있지만 R&D 투자 정책과 체계는 더 장기적이고 안정적인 토대를 갖추는 것이 시급하다. 강력한 컨트롤타워가 민간을 포함한 범부처 공동 R&D 혁신 추진 과제를 상시 발굴하고 구체화해야 한다.

유럽연합(EU)에서 논의되고 있는 정책의 60~70%는 과학기술에 근거, 결정된다고 한다. 과학기술 정책은 교육, 일자리, 복지 등 사회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친다. 국가 정책의 큰 청사진을 그리는 데 핵심 고리다. 새 정부가 출범한 후 이른 시간 내에 효율적이면서도 강력한 R&D 컨트롤타워를 선보이길 기대한다.

이무하 서울대 명예교수(전 한국식품연구원장) moohalee@sn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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