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애 반대하는 페미니스트 후보? 문재인 발언에 비판 봇물

황금비 고한솔 입력 2017. 4. 26. 10:56 수정 2017. 4. 26. 2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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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차 토론서 홍준표 "동성애 반대하냐" 질문에
문재인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거듭 답변
"차별 반대론자가 동성애 반대하는 건 모순" 지적
누리꾼들 "인권과 페미니즘이 장식이고 취향이냐"

[한겨레]

25일 오후 경기 고양시 일산동구 빛마루 방송지원센터에서 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 주최로 열린 2017 제19대 대통령 선거 후보 초청 토론회에서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왼쪽부터), 국민의당 안철수 후보, 정의당 심상정 후보,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 바른정당 유승민 후보가 손을 잡고 자세를 취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티브이 대선 토론에서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와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 사이에 있었던 ‘동성애’ 관련 설전의 여파가 가라앉지 않고 있다. ‘동성애에 반대하느냐’며 개인의 성적 지향에 대해 찬반을 따지는 홍 후보의 질문도 문제적이지만, 이에 대해 “그렇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명확하게 밝힌 문 후보의 답변에 대해서도 실망과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25일 밤 제이티비시(JTBC)·중앙일보·한국정치학회가 공동 주최한 토론회에서 홍 후보가 “군 동성애는 국방전력을 약화시키는데 어떻습니까?”라고 묻자, 문 후보는 “그렇게 생각한다”고 답했다. “그래서 동성애 반대하십니까”라고 재차 묻는 홍 후보의 질문에 문 후보는 “반대한다”, “그렇다”, “좋아하지 않는다”고 거듭 답변했다. 홍 후보가 토론회 말미 “동성애 때문에 대한민국에 얼마나 에이즈가 창궐했는지 아냐”고 묻자, 문 후보는 “동성혼을 합법화할 생각은 없지만, 차별에는 반대한다”고도 했다.

이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개인의 성정체성을 두고 벌어진 두 후보 간 찬반 토론에 대해 비판이 이어졌다. 방송인 김제동씨는 토론회 직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행복추구권을 명시한 헌법 10조를 언급하며 “존엄한 성적결정권을 짓밟는 범죄가 문제인 것이고, 동성애도, 이성애도, 무성애도 판단의 대상이 아니다. 성범죄를 모의한 사람만이 판단의 대상”이라고 했다. 개인의 성적 지향을 두고 찬반을 따진 두 후보의 태도를 모두 지적한 것이다. 김씨의 글은 삭제됐다가 26일 오전 다시 올라왔다.

이송희일 영화감독 역시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이 안철수나 홍준표, 유승민보다 더 나은 후보라고 생각한다”면서도 “문재인 캠프는 ‘사람이 먼저다’, ‘더불어’, ‘인권변호사’ 타이틀을 제 스스로 부정하는 문재인에 대해 성소수자 관련한 발언들을 교육 좀 했으면 싶다”고 지적했다.

홍성수 숙명여대 법학 교수 역시 개인 계정을 통해 “차별에 반대한다는 사람이 동성혼에 대해서는 어떻게 ‘눈 하나 깜짝 하지 않고’ 단호하게 반대한다고 말하나? 이게 모순된다는 생각은 못하는가”라며 “(문 후보가) 공식적인 사과와 해명을 내놓는 게 합당하다고 본다”고 했다. 홍 교수는 이어 “게다가 이건 TV 토론회 자리다. 유럽 같았으면 이 정도 발언이면 혐오 표현으로 처벌 대상이 될 수도 있다…‘영향력 있는 인사’가 ‘영향력 있는 매체’를 통해 발언하는 건 그 수위와 무관하게 기소되는 경우도 많다”고 지적했다.

공익인권변호사모임인 ‘희망을만드는법’의 한가람 변호사 역시 “나도 동성애 반대하는데 문재인의 말이 뭐가 문제냐며 혐오 표현이 더욱 넘실된다”고 비판했다. 문 후보의 발언이 사실상 성소수자 혐오에 길을 터준 셈이라는 지적이다.

토론회가 끝난 뒤에도 ‘성소수자’, ‘동성애자’ 등의 실시간 검색어가 사회관계망서비스를 뜨겁게 달궜다. 누리꾼들은 “성소수자 담론에 관심이 있다면 ‘동성애 반대하십니까’라는 말에 그렇게 대답할 수 없다”, “인권이나 페미니즘이 취향이고 장식인가”라며 문 후보의 답변에 실망감을 표했다. 행동하는성소수자인권연대는 토론 직후 긴급 규탄성명을 내어 “대선후보 티브이 토론이 ‘동성애를 반대한다’, ‘좋아하지 않는다’, ‘합법화 찬성하지 않는다’ 등 혐오 발언으로 점철됐다”며 “차별금지법은 동성애 합법화법이라는 것도 무지의 산물이거나 거짓말에 불과하지만, (문 후보는) 비상식적 질문에 뻔뻔하게도 반인권을 커밍아웃했다”며 강하게 비판했다.

문 후보의 이번 토론회 발언은 참여정부와 2012년 대선 당시 성소수자 인권 정책에 견줘봐도 한참 후퇴한 것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성정체성 등을 이유로 겪는 정치적·사회적·경제적 차별을 금지한다는 내용의 ‘차별금지법’은 문 후보가 계승하려는 참여정부가 추진했던 법안이다. 차별금지법은 2003년부터 논의돼 2007년 법무부에 의해 입법예고됐지만, 보수 기독교계의 반대로 끝내 입법되지 못했다.

2012년 18대 대선에서 문 후보는 성소수자 인권단체가 보낸 질의서에 “차별금지법을 제정하겠다”며 참여정부의 뜻을 계승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성소수자인권연대 무지개행동이 질의서를 통해 ‘이번 대선 공약 중 성소수자 차별을 해소하고 인권을 증진시키기 위한 과제가 있다면 소개해달라’고 하자, 문 후보는 “각종 차별의 문제를 근본적으로 접근하기 위해 참여정부에서 추진됐던 차별금지법 제정을 다시 추진할 것”이라며 “차별금지법이 포괄적 인권 기본법으로서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다양한 차별 사유에 대한 금지를 최대한 담아내겠다”고 답변한 바 있다.

황금비 고한솔 기자 withbee@hani.co.kr ▶ 한겨레 절친이 되어 주세요! [신문구독][주주신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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