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덕환의 과학세상] (599) LPG 연료
과다소비 문제.. 미·독일의 7배 달해

일부 대선 캠프가 미세먼지 저감을 위해 LPG 차량의 사용규제를 완화하거나 폐지하겠다고 밝힌 모양이다. LPG가 미세먼지를 배출하지 않는 청정연료라는 환경부의 주장을 너무 믿었고, LPG 업계의 끈질긴 요구도 무시하기 어려웠던 모양이다. 그런데 LPG 차량은 합리적인 미세먼지 대책이 될 수 없는 것이다. LPG 차량에 의한 대기 오염도 무시할 수 없고, 국민 안전, 에너지의 효율적인 수급, 지구 온난화에 심각한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LPG 차량이 경유차나 휘발유차보다 미세먼지 배출량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그렇다고 환경부가 주장하듯이 '0'일 수는 없다. 실제로 2009년 에너지기술연구원의 실증실험에 따르면 그렇다. 더욱이 미세먼지보다 더욱 심각한 대기 오염물질인 이산화탄소·일산화탄소·탄화수소의 배출량은 오히려 경유차보다 더 많다. 출력이 낮은 LPG 엔진을 대형 차량에 장착하면 상황은 더욱 나빠진다. LPG가 청정연료라는 인식은 매우 제한적이라는 뜻이다.
LPG 차량 보급 확대에 의한 미세먼지 저감 효과도 크게 기대하기는 어렵다. 우리가 LPG 차량을 많이 쓴다고 중국발 미세먼지가 줄어들지는 않는다. 우리의 노력으로 저감할 수 있는 국내 발생 미세먼지의 경우도 크게 다르지 않다. 수송용 자동차가 내뿜는 미세먼지의 비율도 생각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최신 자료에 따르더라도 국내 미세먼지 발생에서 수송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10%에 불과하다.
결국 경유차가 미세먼지의 주범이라는 환경부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는 것이었고, 마찬가지로 LPG 보급 확대로 미세먼지를 잡겠다는 대선 캠프들의 발상도 현실적인 대단이라고 할 수가 없다.
LPG 차량의 정말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다. LPG를 비롯한 가스 연료를 사용하는 자동차의 사고·고장 등에 의해 화재와 폭발의 위험은 심각하다. 실제로 가스 연료 자동차의 화재·폭발 사고는 심심치 않게 일어나고 있다. 지난 12월에는 정비 중의 LPG 택시에서 발생한 화재에 의한 폭발로 소방관 9명이 부상을 입었던 사고도 있었다. 최근 빠르게 늘어나고 있는 장대 터널의 내부에서 가스 연료 자동차의 화재·폭발 사고가 일어난다면 그 결과는 재앙이 될 수밖에 없다.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으로 고민하는 선진국의 사정은 전혀 다르다. 유럽의 유로 터널과 몽블랑 터널은 가스 연료 자동차의 진입을 금지하고 있다. 가스 연료 자동차의 지하 주차장 출입을 금지하는 국가도 많다.
LPG의 과다 소비에 의한 연료 수급의 문제도 심각하다. 본래 LPG는 정유사나 유전에서 생산되는 부산물이다. 세계 6위 규모의 정유산업을 가지고 있는 우리도 상당한 양의 LPG를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사용하는 LPG의 70%가 수입 물량이다. 국민 안전과 온실가스 배출 절감을 최우선으로 하는 국가가 포기해버린 부산물을 마구잡이로 들여오고 있다는 뜻이다. 그 대신 우리가 애써 생산한 휘발유와 경유의 60% 이상을 수출하기 위해 애를 쓰고 있다. 상식적으로 납득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 셈이다.
우리의 LPG 소비량은 전 세계 LPG 소비량의 18%에 이른다. 미국·독일의 소비량보다 무려 7배가 넘는 엄청난 물량을 소비하고 있다. 우리가 세계 LPG 시장의 '큰 손'이 돼버린 셈이다. 최근 세계 LPG 가격이 급등하는 것도 사실은 우리의 LPG 과다 소비가 만들어낸 어처구니없는 일이다.
물론 정유공장의 부산물인 LPG를 포기해야 할 이유는 없다. 연료의 수급이 원활하지 못했던 1980년대에 LPG를 택시 연료로 쓰기로 했던 것은 현명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무엇이나 지나치면 넘치는 법이다. 이제는 국민의 안전과 연료의 효율적 수급은 물론이고 온실가스에 의한 지구온난화에 더 많은 신경을 써야 할 상황이다. 실제로 LPG차의 연비는 경유차의 절반 수준에 지나지 않는다. 선진국에서는 외면하고 있는 LPG 차량을 220만 대나 운행하는 것은 절대 자랑일 수 없다. 미세먼지를 잡겠다고 온실가스를 마구 내뿜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환경부의 관피아들이 LPG의 과도한 소비를 부추기고 있다는 지적도 있다.
이덕환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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