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 없어도 30억까지 지원.. U-테크 밸리, 창업 붐 이끌다
3년간 1조2000억 펀드 조성, 기술·아이디어만으로 신청 가능
지역활성화·일자리 창출도 기대
技保 "회계·마케팅·영업 등 전문적인 컨설팅 제공하겠다"
남광희 포스텍 전기전자공학과 교수는 2013년 전기버스 모터를 국산화했다. 2015년 11월에는 벤처기업 EPT를 창업해 사업화에 나섰다. 그는 "전기버스 모터는 운행 지역과 용도에 따라 맞춤형으로 설계해야 하기 때문에 대기업보다 벤처기업에 유리한 시장"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갓 창업한 벤처기업에 관심을 갖는 투자자가 없었다. 남 교수는 지난 2월 기술보증기금(기보)과 조선일보, 서울대·연세대·고려대·한국과학기술원(KAIST)·포스텍 등 5개 대학이 함께 출범한 U-테크 밸리 사업의 문을 두드렸다. 박춘주 기보 기업심사실장은 "EPT는 심사에서 해외 경쟁 업체보다 기술력이 낫다는 평가를 받았다"면서 "초기 투자만 뒷받침되면 성공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봤다"고 말했다. EPT는 지난 6일 기보에서 27억원을 대출받으면서 U-테크 밸리 사업 1호 기업이 됐다. 남 교수는 "생산 시설을 확충하고 새 전기버스 모터를 개발해 해외 시장 개척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U-테크 밸리 사업으로 대학 창업 붐
U-테크 밸리 사업이 국내 대학에 창업 붐을 일으키는 촉매제가 되고 있다. 김병윤 KAIST 창업원장은 "연대보증이 없고 3년간 최대 30억원을 지원하는 파격적인 조건이 알려지자 창업을 문의하는 교수와 연구원들이 크게 늘었다"면서 "학교 차원에서 적극적으로 창업과 U-테크 밸리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U-테크 밸리 1차 사업에는 지금까지 서울대·연세대·고려대·KAIST·포스텍 등 5개 대학 교수와 연구원들이 창업한 기업 31곳이 지원했다. EPT에 이어 도락주 고려대 전기전자공학부 교수가 창업한 가상현실(VR) 콘텐츠 업체 티랩스도 곧 16억원을 지원받을 예정이다. 심사 최종 단계에 접어든 곳도 10여곳 있다. 인간과 교감하는 감성 로봇, 바늘 없는 주사기, 공장 고장을 미리 예측하는 시스템 등 기술과 아이디어도 다양하다. 박춘주 실장은 "대학교수와 연구원들이 창업한 기업이기 때문에 기술력에서는 확실히 기존 기업들보다 우수하다"면서 "부족한 경영 능력을 기보에서 보완해주면 성공 가능성을 크게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연간 7000억원 초대형 펀드 탄생
24일 출범한 U-테크 밸리 2차 사업은 강원대·경북대·경상대·부산대·전남대·전북대·제주대·충남대·충북대 등 9개 지역 거점 국립대로 대상을 대폭 확대했다. 기보는 연간 4000억원씩 3년간 1조2000억원의 펀드를 조성해 9개 대학 창업 기업에 대출 또는 투자할 계획이다. 지난해 12월 출범한 연간 3000억원 규모의 1차 사업을 합치면 U-테크 밸리 사업이 연간 예산 7000억원에 이르는 초대형 대학 창업 지원 사업으로 발전한 것이다. 김규옥 기보 이사장은 "9개 거점 국립대 창업 기업 한 곳당 연간 10억원씩 최대 3년간 30억원을 지원해 매년 총 400~ 500개의 기술 창업 기업을 일으키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다.
이날 협약식에 참석한 국립대 총장들은 U-테크 밸리가 대학 창업 활성화는 물론 지역 불균형 문제 해결에도 기여할 수 있다며 반겼다. 이남호 전북대 총장은 "모든 정책이 수도권 중심으로 이뤄지다 보니 지역에서는 우수한 기술이나 아이디어가 있어도 지레 포기하는 경우가 허다했다"면서 "U-테크 밸리 사업이 지역 활성화와 일자리 창출을 이끌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기보는 다음 달부터 지역 국립대를 돌며 사업 설명회를 개최한다. 강낙규 기보 전무는 "기존에 기보나 은행에서 대출 심사를 받을 때 필요했던 보증료나 기술평가료 등도 받지 않는다"면서 "회계·마케팅·영업을 지원해주는 각종 전문 컨설팅도 제공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U-테크 밸리 사업은 조선일보와 서울대 공대 공동 기획으로 지난해 연재한 'Made in Korea 신화가 저문다' 시리즈가 단초가 됐다. 이 기획 시리즈에서 조선일보는 한국의 제조업 경쟁력 약화를 지적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업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이런 문제의식에 공감한 기보는 각계 전문가들의 의견을 수렴해 U-테크 밸리 사업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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