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스무 살 차범근이 스무 살 청춘들에게

임성일 기자 2017. 4. 20. 1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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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 주] 제2의 마라도나, 내일의 리오넬 메시를 꿈꾸는 미래 스타들의 등용문인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이 5월20일 막을 올린다. 꼭 한 달 앞으로 다가왔다. 뉴스1은 개막 D-30일을 맞아 차범근 2017피파20세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과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한국 축구의 레전드는 따뜻하게 후배들을 격려하며 동시에 국민들의 뜨거운 성원을 부탁했다. 아직은 어린 선수들이 '우리 집'에서 뛰는 편안함을 느낄 수 있도록 '기'를 모아 달라고 당부했다.

차범근 FIFA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4.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임성일 기자 = 자신의 스무 살 시절을 떠올려 한 달 앞으로 다가온 'FIFA U-20 월드컵 코리아 2017'을 준비하는 스무 살 후배들을 위해 조언을 해달라고 하자 노신사는 다시 청춘으로 돌아갔다. 편안하게 소파에 기대어 대화를 나누던 그는 봄처럼 튀어 올라 눈을 반짝였다. 그리고는 바로 어제 일처럼 기억을 되짚어 내일을 꿈꾸는 후배들을 위해 아낌없이 마음을 전했다.

차범근(64). 이름 세 글자만으로 구구절절 설명이 필요 없는 한국 축구의 전설을 만났다. 지난 18일 평창동 자택에서 진행된 차범근 2017피파20세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과의 인터뷰는 추적추적 비가 떨어지는 궂은 날씨에서 시작됐다. 그러나 뜨겁게 열정을 토해낸 두 시간이 지나가자 거짓말처럼 하늘이 맑아졌다.

차범근 부위원장은 "세상사는 게 이렇다. 비가 오는 날도 있고 눈이 흩날려 앞이 잘 보이지 않을 때도 있다. 하지만 늘 그런 것은 아니다"면서 "우리의 청소년들이 목표를 세우고 한 걸음 한 걸음 뚜벅뚜벅 걸어간다면 해가 비출 때를 만날 수 있을 것"이라는 말로 희망의 메시지를 던졌다. 열정을 담은 도전과 노력이 내일을 여는 열쇠가 된다는 것을 몸소 실천했던 한국 축구의 어제는, 그래서 내일의 주인공인 청년들에게 더 많은 박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차범근 FIFA U-20 월드컵조직위원회 부위원장이 18일 오후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에서 뉴스1과 인터뷰를 갖고 있다. 2017.4.18/뉴스1 © News1 임세영 기자

▲ 스물, 가장 찬란하게 발전할 수 있는 나이

1953년 5월생인 차범근 부위원장은 19세에 불과한 나이에 태극마크를 달았다. 1972년 5월7일 AFC 아시안컵 본선 이라크와의 경기가 그의 A매치 데뷔전이었다. 그리고 대표팀 발탁 3개월 만에 당시 가장 큰 대회였던 메르데카컵에 출전해 맹활약, 한국의 우승을 견인했다. 차범근 부위원장은 "내가 열아홉이었던 바로 그해에 기라성 같은 선배들을 제치고 축구 기자단이 선정하는 최우수상을 받았다"고 말한 뒤 "내가 직접 경험했기 때문에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19세, 20세는 가장 빠르게 가장 높게 도약할 수 있는 연령"이라고 견해를 밝혔다. 앞으로 한 달 뒤 FIFA U-20 월드컵에 출전할 선수들의 나이다.

차 부위원장은 "열아홉, 스물은 가장 왕성하게 꿈을 꿀 때다. 이 나이대의 가장 큰 특징은 한번 사기가 오르면 잘 꺾이지도 눌리지도 않는다는 것이다. 어디까지 뻗어나갈지 모를 때다. 그러나 반대로, 잘 커나가다가 풀이 죽어 성장이 멈추기도 한다"면서 "그렇기 때문에 주변의 응원과 격려와 박수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차 부위원장의 호소는 계속 이어졌다.

그는 "이번 월드컵에 국민들의 뜨거운 관심이 필요한 것은 바로 그런 시기에 있는 선수들이 출전하는 대회인 까닭이다. 국민과 축구 팬들의 성원이 불쏘시개 역할을 해주면 선수들의 사기가 치솟아 꺾을 수 없는 힘을 발휘할 것"이라면서 "더 성장하느냐, 평범해지느냐, 그냥 그렇게 사라지느냐 결정되는 전환점이다. 이 고비를 넘어야 차범근이 나오고 마라도나가 나오고 메시가 나온다"는 말로 아주 중요한 갈림길에 선 후배들을 위해 주변인들의 도움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차두리(왼쪽)는 은퇴 무렵 아버지와의 특별했던 일화를 전한 적이 있다. 어느 순간부터는 '최선'에 만족해서는 안 된다는 가르침에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고 고백했다. © News1

▲ 차두리가 기억하는 일화, 프로와 아마의 갈림길

차범근 부위원장의 아들인 차두리 축구대표팀 전력분석관은 2년 전 이 무렵 현역 은퇴를 선언했다. 당시 은퇴 기자회견에서 차두리 분석관은 아버지와의 특별한 일화를 전했다. 그는 "중고등학교 때까지는 경기가 끝나고 아버지와 통화하면서 최선을 다했다고 하면 '그거면 됐다'라는 말씀을 하셨다. 하지만 대학교 때 언젠가 같은 소감을 전했더니 '이제는 열심히 하는 것으로는 안 된다. 잘해야 한다'고 일침을 가하셨다. 그때 머리를 한대 맞은 것 같았다"는 경험담을 소개한 바 있다.

그 이야기를 차범근 부위원장에게 옮겼더니 "그런 일이 있었냐"며 껄껄 웃더니 이내 "스무 살이면, 이제 그냥 열심히 해서는 안 된다"고 단호한 표정을 지었다.

차 부위원장은 "청소년 때야 남들 하는 대로 열심히 하면 되지만 거기(스물)부터는 자세가 달라져야한다. 어떤 일을 자신의 직업으로 택하겠다고 결심했으면 무언가 자기만이 할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하고 그것을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아야한다. 그런대도 남들과 똑같이 했다? 그런 것으로는 부족하다"고 말한 뒤 "무기는 그냥 가만히 있으면 날카로워질 수가 없다. 투자를 해야 한다. 뼈를 깎는 고통을 감내해서 더 정교한 무기를 만들어야 사랑을 받고 돈을 받을 수 있다. 그것이 가능해야 프로페셔널한 길로 접어들 수 있다"고 조언했다.

아마추어와 프로를 구분하는 기준점 같은 때가 스물이라는 뜻이니 마냥 어린 나이라고 볼 수도 없는 셈이다.

그는 "열아홉 스물은 결코 어린 나이가 아니다. 어쩌면 인생의 황금기다. 이때를 놓치면 만회하기 힘들다. 잘하는 사람들은 항상 나오고 1~2년 주춤하면 뒷사람들에게 추월당해 뒤떨어질 수밖에 없다"면서 "탁 튀어 올랐다가 계속해서 치고 나가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그냥 반짝하고 사라지는 별들도 많다. 어느 정도 수준까지 잘하는 것도 분명 축복받은 탤런트다. 하지만 더 빛나고 오래 빛나려면 끊임없는 반복 훈련으로 완숙하게 만들어야한다"고 조언했다.

차 부위원장은 "분데스리가에 가보니까 정말 해마다 많은 재능들이 나오더라. 열아홉, 스무 살 때 이미 툭툭 치고 나간다. 그때 주위의 도움이 많이 필요한데 우리는 아직 그런 점이 부족한 것 같다"면서 다시금 세상의 스물들에 대한 관심과 사랑을 호소했다.

②편에서 계속

lastuncle@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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