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 준비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2017. 4. 19. 2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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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4차 산업혁명과 기술빅뱅의 흐름 속에서 많은 이들이 일자리 불안에 떨고 있다. 그런데 우리는 세계 다른 나라보다 좀 더 긴장해야 하는 이유가 있다. 우리나라의 산업용로봇 밀도가 세계에서 가장 높다는 사실은 아는 이들이 드물다. 한국은 제조업 비중이 높은데, 반복 업무가 많은 제조업에서 산업용로봇을 통한 인건비 절감 효과가 가장 크기 때문이다. 우리 기업들이 이제는 대규모 공장을 짓더라도 예전처럼 대규모 인원을 고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한편으로는 노동의 사회적인 견제력이 낮은 것도 주요한 원인이다. 그런데 이런 현상은 앞으로 점점 더 심각해질 것이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자동화에 따른 인력 감축 흐름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얼마 전 출범한 인터넷은행인 케이뱅크가 돌풍을 일으키고 있다. 케이뱅크는 오프라인의 은행지점에서 일하는 직원들이 필요 없다. 이 은행은 인건비 등의 비용을 줄이는 대신 상대적으로 높은 예금금리와 낮은 대출금리를 제시하고 있다. 가뜩이나 각종 서비스 자동화로 지난 한 해에만 은행 직원수가 3000명 이상 줄었다고 한다. 안타깝지만 이런 흐름은 더욱 가속화될 것이다. 당장 며칠 전만 해도 한국씨티은행이 점포의 80% 이상을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이뿐만 아니라 항공 수속을 자동화한 키오스크가 항공사의 지상근무 인력 수요를 줄이고 있다. 이제 공항의 입출국 심사도 자동화되고 있다.

이런 흐름은 통계에도 나타난다. 일의 성격별로 미국의 고용비중 변화를 보면 1980년대 이후 반복 가능한 정형화된 업무의 비중이 가장 많이 줄었다. 생산직이든 사무직이든 반복 가능한 업무들의 비중이 모두 줄어든 것이다.

앞으로 나타날 흐름도 마찬가지다. 지난해 발표된 세계경제포럼의 직업군별 고용 예측을 보면 금융이나 경영, 컴퓨터, 수학 등의 일자리는 늘어나지만 사무, 행정·제조, 생산·건설 등과 관련한 일자리는 많은 숫자가 사라질 것으로 전망됐다. 늘어나는 일들은 사업 관리, 재정 운영 등 정형화하기 어렵고, 사람만이 가진 고도의 능력을 발휘해야 하는 일자리들이다. 반면에 사무, 행정, 생산 등에서 전산이나 데이터처리 시스템으로 자동화할 수 있는 일자리들은 급속히 사라지게 된다.

그러면 이런 시대에 우리는 ‘직장=직업’이라는 고정관념을 버려야 한다. 기술빅뱅에 따라 기업의 수명은 과거 60년에서 이제 15~20년으로 줄어들었다. 반면 사람의 수명은 60세에서 100세를 바라보게 됐다. 사람들의 노후 기간은 길어졌는데, 기업에 속해 있는 일자리의 안정성은 점점 떨어지는 시대가 됐다. 지금은 한 사람이 살아가는 동안 평균적으로 기업이 몇 개는 생겼다가 사라지는 시대다.

이런 시대에는 직장이라는 일하는 장소를 벗어나서도 자신만의 가치를 발휘할 수 있는 직업을 가져야 한다. 그리고 기술 변화와 이에 따른 산업의 변화가 극심하기 때문에 평생 하나의 직업만 갖는 것이 아니라 여러 번 직업을 바꿔야 할 가능성이 높아진다. 그에 걸맞게 평생 새롭게 배우고 자신의 역량을 갈고 닦아야 한다.

그런 점에서 40세에 퇴직하고 75세까지 일할 각오를 다져야 한다. 40세에 퇴직하고 나서 75세까지 일하라니 앞뒤가 안 맞는 말처럼 들릴 것이다. 40세에 처음 다니던 회사에서 퇴직하고 최소 두세 번의 직업을 가질 각오로 일해야 100세 시대에 적응할 수 있다는 뜻이다. 과거에는 55세까지 한 직장에서 머무르면 된다고 생각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55세까지 버티기도 쉽지 않다. 수명이 연장된 만큼 소득을 버는 기간이 더 연장돼야 하고, 그것이 자신의 건강하고 보람찬 노후를 보내는 데도 도움이 된다. 한두 번의 전직을 통해 55세에 퇴직하고도 75세까지 20년 정도 더 일할 수 있는 준비를 해야 한다. 그 준비는 퇴직 무렵이 아니라 그보다 최소 5~10년 전에 체계적으로 준비해야 한다. 이런 준비를 하는 것이야말로 최고의 노후 대비다.

이 문제는 개인들만의 문제로 끝나서는 안된다. 국가 차원의 논의와 대책이 나와야 한다. 그런 점에서 문재인·안철수 양강 후보가 4차 산업혁명을 선도해 경제 활력을 제고하겠다면서도 이와 연결된 일자리 문제를 거론하지 않는 것은 매우 아쉽다. 4차 산업혁명을 산업이나 기업의 관점에서만 얘기하고, 정작 사람들이 불안해하는 일자리 문제는 거론하지 않고 어물쩍 넘어가려는 태도로 보인다. 독일은 산업 4.0을 시작하면서 노동 4.0과 교육 4.0을 함께 논의했다. 우리 대선후보들도 이에 걸맞은 노동 4.0의 비전을 제시하기 바란다. 일자리와 소득이 불안해지는데 기술과 자본만 독주하는 산업 4.0을 사람들이 받아들이기는 어렵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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