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자 시청자들 만족하십니까?"..TV 예능 성차별적 내용 심각

입력 2017. 4. 18. 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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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명 여자 아이돌이 출연하자 남성 진행자가 "국방부 사기진작 차원에서 이번주 아이돌로 이 걸그룹으로 선정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예능·오락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성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가 자주 사용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방송사 및 제작진들은 방송이 시청자들의 양성평등의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건강한 웃음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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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평원, 3월 예능ㆍ오락 프로그램 모니터링 결과 발표
-성차별 내용이 성평등 내용의 4배…출연자 성비 불균형도 심각

[헤럴드경제=이현정 기자] #. 모 케이블방송의 한 예능프로그램. 유명 여자 아이돌이 출연하자 남성 진행자가 “국방부 사기진작 차원에서 이번주 아이돌로 이 걸그룹으로 선정했다”며 분위기를 띄웠다. 방송에는 “남자 시청자들 만족하십니까”, “전국 내무반 들썩들썩” 등의 자막이 함께 나왔다. 여자 아이돌의 한 멤버가 음악에 맞춰 춤을 추자 “마네킹을 닮았다”는 남성 진행자의 멘트와 함께 “이런 인형 어디가면 살 수 있나요?”라는 자막이 나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로고


국내 텔레비전 예능ㆍ오락프로그램이 여성을 남성의 사기진작의 도구로 사물화하거나 성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고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이하 양평원)은 18일 이같은 내용이 담긴 ‘2017 대중매체 양성평등 모니터링’ 사업의 ‘예능ㆍ오락 방송 프로그램에 대한 모니터링’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모니터링은 지난달 6일부터 일주일간 방송된 지상파 3사와 종합편성채널 4사, 케이블 2사의 예능ㆍ오락 프로그램 가운데 시청률 상위프로그램 총 33편을 대상으로 실시됐다.

양평원에 따르면 성차별적 내용은 총 19건으로 5건에 불과한 성평등 내용의 4배에 달했다. 대부분 성역할 고정관념이나 외모지상주의를 조장하거나 여성의 주체성을 무시하는 내용이 주를 이뤘다.

종편채널의 한 예능 프로그램에서 침대에 편히 앉아 이것저것 시키는 출연자를 ‘바깥사람’, 부지런히 움직이며 그를 챙겨주는 출연자를 ‘안사람’으로 표현하는 등 성 역할 고정관념을 조장하는 사례가 5건에 달했다.

가상부부가 출연하는 또 다른 종편 프로그램은 남성 출연자가 여성 출연자를 ‘너’, ‘마누라’ 혹은 이름을으로 부른 반면 여성 출연자는 존칭을 사용해 평등해야 할 부부관계를 상하 관계로 인식할 수 있는 여지를 주기도 했다.

외모지상주의를 부추기는 사례도 5건에 달했다. 지상파의 한 개그 프로그램은 뚱뚱한 남녀를 등장시켜 뚱뚱한 사람은 먹는 것을 무조건 좋아하는 것처럼 표현하고 여성의 외모를 계속 조롱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또 다른 방송 프로그램에서는 출연자들이 앨범재킷 사진을 촬영한다는 설정 하에 여성 출연자가 선정적으로 자세를 취하자 남성 출연자들은 이를 즐기고 관찰하기도 했다.

양평원은 “이같이 성희롱적 모습으로 웃음을 유발하는 것은 자칫 성희롱과 성폭력을 정당화할 우려가 있다”고 지적했다.

방송 프로그램의 출연자 성비 불균형도 심각했다. 양평원이 출연자 성비와 주요 역할을 분석한 결과, 전체 출연자 가운데 남성 비율이 61.5%(287명)으로 여성비율인 38.5%의 거의 배에 달했다.

주진행자의 성비도 여성은 31.9%(15명), 남성은 68.1%(32명)로 여성 출연자들은 보조적인 역할에 그치는 경우가 많았다.

지상파 모 음악프로그램의 경우 진행자 1명과 연예인 판정단 12명 가운데 여성은 단 3명에 불과했다, 특히 남성 판정단은 주로 음악 분야 종사자로 전문성이 강조된 반면 여성은 배우, 개그맨 등으로 감성적인 평을 내놓는 역할에 그쳤다.


민무숙 양평원장은 “예능·오락 프로그램은 시청자들의 웃음을 유발하기 위해 성차별을 야기할 수 있는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소재가 자주 사용되는 경향을 보인다”며 “방송사 및 제작진들은 방송이 시청자들의 양성평등의식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인식하고, 건강한 웃음을 소재로 한 프로그램 제작에 힘써주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양평원은 이번 모니터링에서 발견된 성차별적인 사례 일부에 대해서 방송통신심의위원회에 심의개선을 요청하고 조만간 어린이 프로그램과 온라인 커뮤니티에 대한 모니터링도 진행할 계획이다.

ren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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