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갑순이' 유선, 설득 당하고 싶은 이 배우 [인터뷰]

연휘선 기자 2017. 4. 9.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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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선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배우 유선은 차분하면서도 유쾌하게 말할 줄 알았다. 그리고 모든 말들이 '우리 갑순이' 신재순과 맞닿아 있었다. 이런 배우이니 모두가 설득 당할 수밖에.

유선은 8일 종영한 SBS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극본 문영남·연출 부성철)에서 신재순 역으로 열연했다. 신재순이 재혼 가정의 아픔을 지리멸렬하게 소화해야 했던 캐릭터인 데다가, '우리 갑순이'가 61회까지나 방송돼 약 9개월 동안 촬영에 임했던 터다. 이쯤 되면 지쳤을 법도 한데 마지막 촬영을 마치고 티브이데일리와 만난 유선은 지친 기색 하나 없이 시종일관 웃는 낯이었다.

다만 그 웃음의 의미가 홀가분함은 아니었다. 유선은 "아직도 촬영이 끝났다는 게 실감이 안 난다"며 종방연을 두 번이나 했음에도 대본을 더 받고 싶다고 말했다. 한 드라마 종영 인터뷰에서 의례적으로 나올 법한 말이었으나 그의 표정이나 말투에선 진정성이 묻어 났다.

유선은 출연진 중 반장을 도맡을 정도로 이번 작품에 애착이 강했다. 특히 그에게 '우리 갑순이'는 시청률에 대한 갈증을 달래준 작품이었다. 유선은 "시청률은 시청자와 제작진, 출연진이 얼마나 호흡하고 소통하는지를 보여주는 지표다"고 주장했다. 이어 최선을 다해 열심히 했음에도 시청률이 낮아 아팠던 경험들을 회상했고 "정말 잘 되는 작품을 해보고 싶은 순간 '우리 갑순이' 제안을 받았다. 그리고 결과적으로 성공했다"며 이번 작품에 임한 보람을 밝혔다.

유선이 보람을 얻기까지 모든 과정이 순탄했던 것은 아니다. '우리 갑순이'가 극 초반 시청률 한 자릿수를 맴돌며 아쉬운 성적 속에 '막장'이라는 혹평까지 받았던 것. 이에 유선은 제작진에 대한 신뢰로 끝까지 버틸 수 있었다고 강조했다. 유선은 "사실 극 초반에는 척박한 시간들이 있었다"며 '우리 갑순이'의 부침을 솔직하게 인정했다.

이어 "그런데 문영남 작가와 부성철 감독 모두 작품에 대해 무조건적인 확신을 갖고 있었다. 두 분 다 회식이나 회의 때마다 제작진과 출연진에게 '이 작품은 잘 될 수밖에 없다. 믿고 기다려라. 반드시 (시청률) 오른다'고 말했다"며 "드라마를 이끄는 두 수장이 그렇게 확신에 차서 말하니 신뢰가 갔다"고 털어놨다. 그는 결과적으로 최근 시청률 20% 돌파 공약을 지킨 일을 언급하며 "시청률에 대한 갈등을 있어 행복했고, 그 기회를 준 제작진에게 정말 감사하다"고 말했다.


특히 유선은 시청률에 대한 보람도 컸지만 배우로서나 인간적으로나 '우리 갑순이'를 통해 성장했다고 강조했다. 맡은 캐릭터 신재순이 극 중 워낙 굴곡진 인생을 경험하며 유선 역시 풍부한 간접 경험을 쌓은 것이다. 유선은 "여러 역할을 많이 해봤지만 이렇게 파란만장하고 굴곡진 인생을 사는 건 처음이었다"며 혀를 내둘렀다.

또한 그는 신재순이 조금식(최대철)과 첫 번째 재혼에서 고립된 삶을 살다 힘들었던 일, 전 남편 전세방(정찬)과 다시 만나려다 온 가족을 등지게 된 일, 결국 아들만 데리고 수산시장을 전전하며 궂은 노동에 시달렸던 일을 숨 가쁘게 늘어놨다. "나조차 재순이 그렇게까지 힘들 줄은 몰랐다"던 유선은 "재순도 파란만장했고 배우 유선도 파란만장했다. 안 해본 경험, 감정들을 정말 많이 느꼈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그는 "힘들기 보다는 축복 받았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그 격정적인 순간, 감정들을 배우로서 언제 또 느끼고 표현할 수 있겠나"라고 힘주어 말했다. 이어 "한 작품이 끝나고 얻은 것은 솔직히 종영 직후엔 잘 모르고 다음 작품에 들어갈 때가 돼야 알 수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우리 갑순이'는 마치고 나니 배우로서의 자산이 늘었다는 생각이 든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정말 나부터 재순에 많이 젖어 들고 몰입해서 연기했다"며 감격을 표했다. 말을 하면서도 팔을 감싸며 캐릭터를 떠올리는 그의 모습에서 신재순에 대한 애정이 고스란히 느껴졌다.


그런 유선에게 '우리 갑순이'에서 가장 인상 깊은 장면은 신재순이 가족들에게 이별을 선고했던 순간이었다. 유선은 "그 장면이 대본으로 나왔을 때 가슴이 벅찼다"며 눈을 빛냈다. 그는 신재순이 결혼식을 준비하다 경찰서에 가서 전 남편 얼굴을 주먹으로 날리고 웨딩드레스를 찢은 채 눈물 범벅인 얼굴로 가족들에게 "이제 다신 날 찾지 마라. 난 부모도 형제도 없는 사람이다" 하면서 립스틱 묻은 입술을 확 훔치는 순간을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이어 "신말년 역의 이미영 선생님이 같은 배우로서 너무 부럽다고 하셨다. '나도 이런 신 해보고 싶다 할 정도로 너무 멋진 신'이라고 하셨는데 그게 정말 와 닿았다"며 뿌듯함을 표했다. 그는 "배우로서 역할도 역할이지만 이 순간 그 감정이 얼마나 격정적이었나"라며 당시의 감정을 격정적으로 표현했다.

유선은 "한파 속에 그 장면을 찍었는데 정말 가슴에는 따뜻하게 남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게 재순의 터닝 포인트였고 강하게 만들어준 문영남 작가에게 감탄했다"고 말했다. 더불어 "재순의 2막을 열고 연기자 유선 역시 성장한 그 순간이 정말 잊지 못할 경험이었다"고 밝혔다.

무엇보다 유선은 '우리 갑순이'를 통해 배우로서 활동할 수 있는 동력을 다시금 확인했다. '우리 갑순이'가 방송되는 내내 매주 일요일 오전 9시에 뜨는 시청률을 확인하기 위해 아침 7시부터 선잠을 설쳤다는 그였다. 심지어 유선은 시청률 뿐 아니라 출연 작품에 대한 리뷰 기사부터 댓글 반응까지 세심하게 살핀다고 고백했다. 지나치게 가볍거나 한 쪽으로 치우친 의견은 배제하지만 시청자의 반응을 하나라도 더 확인하기 위해 노력했다고. 유선은 "이렇게 반응을 확인하는 것들로부터 자유로워야 편한데 그게 잘 안 된다"며 너털웃음을 지었다. 더불어 "사실 시청자의 지지와 응원은 제 원동력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결정적으로 그는 시청자와의 호흡에서 배우로서 활동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유선은 "배우로서 가장 중점을 두는 부분은 '설득력'이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로서 좋은 연기를 했다는 것은 시청자로 하여금 맡은 캐릭터를 믿고 동조하게 만들었다는 것이다"며 "그렇게 때문에 내게는 시청자의 지지와 이해를 이끌어내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매일 같이 시청률을 확인하고 댓글을 통해 시청률 반응을 살피는 것도 그의 연기가 시청자를 충분히 설득했는지 확인하는 과정이었다.

이에 유선은 "그렇기 때문에 시청률에 더욱 목 말랐다. 단순히 성공한 작품에 출연하고 싶다는 생각보다는 '우리 갑순이'로, 신재순 역으로 시청자를 설득한 데 성공한 것 같아 너무 뿌듯하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 어떤 캐릭터를 하더라도 제일 중점을 두는 부분도 그 부분일 것 같다. 어떤 캐릭터를 하던 시청자가 내 관점에서 이해하도록 만들고 싶다. 그게 제 목표이자 숙제고, 배우 유선이 시청자와 지금까지 호흡한 힘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인터뷰 내내 유선은 차분하고 진지하게 '우리 갑순이'와 신재순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러면서도 웃음을 잃지 않는 유쾌함이 캐릭터와 작품에 대한 애착을 짐작하게 했다. 배우 유선으로서 궁극적으로 시청자를 설득하기 위해 애쓴 그의 노력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적어도 그는 '그의 목표대로 우리 갑순이' 신재순의 가슴 아픈 재혼사로 시청자를 설득하는 데 성공했다. 이 설득력 강한 배우의 다음을 기대한다.

[티브이데일리 연휘선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제공=모션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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