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파리기후협약은 미래세대와의 약속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 입력 2017. 4. 6. 2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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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독일은 수년 전부터 에너지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단계적으로 재생에너지와 스마트 그리드로 전환하며 원자력발전을 중단하고, 2050년까지 화석에너지에 대한 의존도를 크게 줄여 에너지소비를 절반으로 줄일 계획이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효율성은 국민경제의 저탄소화에 있어 핵심 개념이라 할 수 있다.

지난해 11월 파리기후협약이 발효됐다. 파리기후협약에서 국제사회는 지구 온도 상승을 2도 이내로 억제하기 위해 대대적인 노력을 기울이기로 했다. 한국과 독일을 비롯한 100여개 국가들에 파리기후협약은 이미 국제법상 구속력을 지니고 있다. 그렇다면 에너지전환과 파리기후협약은 어떤 관계가 있을까? 파리기후협약의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서는 일련의 에너지전환이 불가피하다. 특히 한국과 독일이 포함된 주요 20개국(G20)은 큰 부담을 안게 되었다. 급격한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의 80%가량을 주요 20개국이 책임져야 하기 때문이다.

이제 에너지전환은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이는 아시아의 주요 국가인 한국 주재 독일대사로서 여러 사람들과 에너지 공급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면서 느낀 혼자만의 생각은 아니다. 90여개국 대표들이 참가한 제3회 ‘베를린 에너지전환 국제회의(Berlin Energy Transition Dialogue)’에서도 이를 확인할 수 있었다. 특히 대선을 앞둔 시점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 측에서 이번 회의에 참가한 것을 매우 높이 평가한다.

환경보호 또는 에너지부문 개편과 경제적 성공은 대립되는 것이 아니라 동전의 양면이라 할 수 있다. 현재 직면한 기후 관련 도전은 국민경제의 포괄적 현대화를 이룰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다. 재생에너지와 에너지 고효율성이 미래지향적인 투자기준이며, 석유와 석탄을 비롯한 화석에너지원에 대한 투자는 감소 추세다. 이러한 상황에서 투자의 방향 외에도 디지털화가 중요한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다시 말하면, 2050년까지 화석에너지는 녹색 투자와 디지털 지능으로 대체될 것이다. 이를 통해 기후변화를 막고 보다 깨끗한 공기를 마실 수 있을 뿐만 아니라 양질의 성장과 일자리 창출을 이룰 수 있게 된다. 독일만 해도 에너지전환을 통해 지금까지 약 40만개의 새로운 일자리가 창출되었다.

또한 지속가능한 에너지 수급은 안보 문제이면서 동시에 대체 불가능한 지구에 사는 모든 이들을 위한 기회의 공정성이라는 문제와도 직결된다. 한국과 같은 국가에 석탄, 석유, 가스에 대한 높은 수요는 고비용을 발생시킬 뿐만 아니라 필연적으로 자원에 대한 높은 대외 의존도를 의미한다. 수입의 많은 부분을 분쟁지역에 의존한다는 불안요인도 있다.

글로벌 에너지전환이 생태적, 경제적 차원에서만 가치가 있는 것이 아니다. 이를 통해 세계가 보다 안전해지고 보다 공정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에너지 부문 개혁에서 한국과 독일은 더욱 긴밀한 파트너가 될 수 있다. 양국의 출발점이 비슷하다는 점이 좋은 전제조건이 된다. 이를테면, 높은 에너지 수입의존도, 첨단기술이 발달한 경제, 현대적인 연구인프라, 국민의 환경에 대한 높은 눈높이와 기대수준 등이 양국의 공통점이다. 재생에너지 확충, 에너지 저장장치 개발, 디지털화를 통한 에너지 효율성 제고, 원자력발전소의 안전한 해체 등과 관련해서 양국은 앞으로도 경험을 공유하고 이미 시작된 소규모 프로젝트들을 지속할 뿐만 아니라 보다 큰 규모의 활동을 함께 벌일 필요가 있다. 여기에는 파리기후협약 이행을 위한 공동의 국내외적 노력도 포함된다.

독일은 올해 G20 의장국을 맡은 국가로서 트럼프 대통령이 이끄는 미국의 정책변화들이 우리의 과제를 더욱 어렵게 만든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하지만 국민경제의 저탄소화라는 세계적인 추세는 결코 돌이킬 수 없음을 곧 확인할 수 있으리라고 나는 확신한다.

파리기후협약은 미래세대와의 약속이다. 인류의 존속을 위협할 기후변화에 후손을 노출시키지 않겠다는 약속을 지키기 위해 우리 모두는 각자 성공적인 에너지전환에 참여해야 할 의무가 있다. 독일과 한국은 긴밀한 파트너로서 에너지전환에 중요한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다.

<슈테판 아우어 주한 독일대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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