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난을 깨운 범인은 바로 당신!

돗토리(일본)/박상현 기자 2017. 3. 30. 0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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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태어난 돗토리현.. '명탐정 코난'을 찾아서

고교생 명탐정 신이치가 사라졌다. 실은 사라진 것이 아니라 줄어든 것이다. 소꿉친구 모리 란과 놀이동산 데이트를 즐기던 그는 롤러코스터에 동승했던 '검은 양복 사나이들'에게 수상쩍음을 느낀다. 몰래 뒤를 밟다가 발각된 그는 둔기에 머리를 맞아 기절한 후 정체불명의 약을 먹고 여덟 살 꼬마로 변한다. 신이치는 탐정 도구를 발명하는 아가사 박사의 도움을 받아 '코난'이라는 이름으로 제 신분을 숨긴 채 '검은 조직'을 추적할 단서를 모아 가기 시작한다.

1994년 출발한 만화 '명탐정 코난' 속 꼬마 탐정은 지금도 사건 현장을 누빈다. 물리적 시간을 따랐다면 벌써 30대 초반에 접어들었을 이 꼬마의 시계 침은, 작가인 아오야마 고쇼(靑山剛昌·54)의 펜 끝에서 여전히 1994년에 머무르고 있다. 코난의 시간이 멈춰버린 사이 만화책은 지난달 91번째 시리즈가 출간됐고, 올여름 21번째 극장판 애니메이션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이 만화는 미국·영국·독일 등 전 세계 23개국에 번역·출간됐고, 자국에서만 1억5000만 부가 팔려나가 일본의 '국민 만화'가 됐다.

◇'코난'으로 다시 태어난 마을

일본 혼슈 돗토리현 중부 도하쿠(東伯)군 호쿠에이(北榮) 고을은 '명탐정 코난'을 통해 이른바 '만화왕국'으로 거듭난 마을이다. 10년 전만 해도 일본 내 47개 현(縣) 중에서 인구가 가장 적은 돗토리현에서도 한적한 시골 마을이었다. 인구 1만5000명 작은 마을이 일약 '오타쿠의 성지'로 거듭난 건 파란 교복과 빨간 나비넥타이, 동그란 안경을 쓰고 미제 사건을 척척 해결해가는 꼬마 탐정 '코난' 덕분. 아오야마 고쇼가 나고 자란 이곳에 2007년 '아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이하 후루사토관)이 들어서고, 도심 곳곳을 코난 캐릭터로 도배하면서 전 세계 코난 팬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2007년 7만8000명이던 '후루사토관'의 방문객은 매년 늘어 2015년 10만명을 넘어섰다.

지난 18일 찾은 '후루사토관'은 개관 두 시간 전부터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코난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어른 주먹만 한 코난 인형을 배낭에 주렁주렁 매달고 나타난 사람부터 120L 대형 캐리어를 코난 스티커로 장식한 사람, 코난 여자 친구인 '모리 란'으로 코스프레한 사람 등 300여명이 입장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날 '후루사토관' 앞이 장사진을 이룬 건 개관 10주년을 맞아 선착순 100명에게만 '7·8·9·10주년 한정판 코난 엽서'를 묶어 제공했기 때문. 줄 제일 앞에 서 있던 맛코(21)씨는 두꺼운 담요로 몸을 칭칭 감고 있었다. "오사카에서 새벽 비행기를 타고 오전 4시 50분쯤 도착했어요." 돗토리 출신인 가오리(24)씨는 "이 도시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코난'과 함께 성장한다. 단순한 캐릭터가 아니라 친구, 나아가 가족 같은 존재"라고 말했다.

'후루사토관'에 들어서면 아오야마 고쇼의 작업실을 재현한 '고쇼의 방'과 마주한다. 널브러진 밑그림들, 오랜 집필로 손가락 근육이 손상돼 즐겨 쓰게 된 검정 사인펜, 추리 코드의 영감을 불어넣는다는 코난 도일의 저서 등이 어지럽게 엉켜 있다. 방문을 나서면 만화 속 '코난' 세상이 현실로 펼쳐진다. 악당을 물리치는 축구공(축구공을 세게 차 악당의 머리에 맞혀 기절시킨다), 자동차보다 빠른 스케이트보드, 목소리를 변조하는 나비넥타이가 실물로 전시돼 있다. 나비넥타이에 대고 음성을 뱉어보니 만화 속 성우의 목소리로 바뀌어 들렸다. 회색 반바지와 파란색 재킷을 갖춰 입은 7세 꼬마는 코난이 된 것처럼 좌우로 움직이는 스케이트보드에 올라 한동안 내려오지 않았다.

◇완결이 없는 만화

'후루사토관'을 나와 도보로 5분쯤 떨어진 동네 서점을 찾았다. 아오야마 고쇼가 초·중·고교 시절 만화책을 사보던 곳. 문을 열고 들어가니 A4용지만 한 노란색 종이에 '올해도 아오야마 고쇼 작가가 서점을 찾아주었다'라는 문구와 함께 그가 손수 그린 코난 일러스트가 액자에 담겨 전시돼 있었다. 주로 도쿄 작업실에 머무는 그는 일 년에 한두 번 고향을 찾을 때마다 소싯적 추억이 서린 이 서점에 들러 그림을 선물하고 간다. 만화책만 한가득 꽂힌 안쪽 대형 책장 위엔 아오야마 고쇼가 건넨 그림들이 연도순으로 걸려 있었다. 마지막 액자 옆은 그의 다음 그림을 기다리기라도 하듯 긴 공백으로 남겨져 있었다. 마치 애초 완결(完結)이 없는 만화인 것처럼.

'명탐정 코난' 속 등장인물은 모두가 미성숙한 존재다. 신이치와 란은 고등학생, 코난이 데이탄 소학교에서 만난 '소년 탐정단' 요시다 아유미·쓰부라야 미쓰히코·고지마 겐타는 초등학생, 란의 아버지인 탐정 모리 고고로는 철부지 어른이다. 이 미완의 존재들이 '검은 조직'으로 대변되는 악(惡)과 맞서 고군분투한다는 것이 23년 동안 이 만화를 떠받쳐온 서사. 서툴지만 부딪혀가며 진범을 찾아가는 과정은, 인생의 숱한 난제 앞에 선 보통사람들에게 위로를 건넨다. 서점에서 만난 다나카(33)씨는 '명탐정 코난'이 처음 실린 만화잡지 '소년 선데이'를 간직하고 있는 '코난광(狂)'이다. 그는 "코난은 영원히 달릴 것"이라고 했다. "이 대사를 보면 아직도 쾌감을 느껴요. '범인은 바로 당신이야!' 이 느낌에 반해 20년 넘도록 '코난'을 읽다 보니, 이제는 인생의 한순간을 '코난'으로 기억하게 됐어요. 한 번 읽었던 만화책을 다시 꺼내 읽으면, 흐릿했던 과거가 다시 명징해지는 기분이랄까요. 코난을 빼면 제 인생은 무미건조해져요." 그는 아오야마 고쇼의 일러스트를 꼼꼼히 카메라에 담았다. 그럴 때마다 카메라 끈에 달아놓은 코난 배지가 반짝거렸다.

에어서울이 인천공항에서 돗토리현 요나고공항까지 매주 화·금·일요일 3회 운항한다.

JR선 요나고공항역에서 출발해 유라역에 하차. 약 1시간 30분 소요, 요금은 970엔. 유라역에서 ‘야오야마 고쇼 후루사토관’까지는 도보로 약 15분. 입장료는 350엔.

소뼈 국물을 스프로 사용하는 ‘우골라멘’, 사카이미나토에서 잡힌 ‘대게’가 유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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