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 '생명윤리' 문제 선제대응
[경향신문] ㆍ3명의 유전자로 태어난 아이·키메라 배아 돼지…
ㆍ민관협의체 만들어 첫 회의
ㆍ연구 가이드라인 만들기로
# 지난해 9월 세계 최초로 ‘3명의 유전자’를 물려받은 아이가 태어났다. 아이의 이름은 아브라힘 하산, 법적인 부모는 요르단 출신 마흐모드 하산과 이브티삼 샤반이었다. 엄마인 샤반은 유전성 신경대사장애인 리증후군을 자녀에게 유전시키는 유전자 변이를 지니고 있어 이미 두 아이를 잃은 경험이 있었다. 샤반의 요청을 받은 미국 ‘새희망출산센터’ 연구진은 샤반의 난자에서 핵만 빼내 핵을 제거한 다른 여성의 ‘정상 난자’에 주입했다. 이어 이 난자를 남편의 정자와 수정시킨 뒤 샤반의 자궁에 착상했다. 윤리 논란 등으로 미국에서는 승인을 받지 못해 관련 규정이 없는 멕시코에서 시술이 이루어졌다.
# 지난해 6월5일 BBC 등은 미국 캘리포니아대학 파블로 로스 교수 연구팀이 인간과 돼지의 유전형질을 결합한 ‘키메라 배아’를 돼지 자궁에서 키워 당뇨병 환자에게 필요한 인공췌장을 만드는 연구를 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연구팀은 유전자 편집 기술인 ‘크리스퍼 가위’를 이용, 돼지 배아에서 췌장을 만드는 유전자 부위를 잘라내고 ‘틈새’를 만들었다. 여기에 사람에게서 얻어낸 유도만능줄기세포(iPS)를 주입해 인간과 돼지의 형질이 결합된 배아를 만들어 돼지 자궁에 착상시켰다. 이 연구는 인간과 동물의 경계를 흐릿하게 한다는 점에서 윤리적 논쟁에 부딪혔다.
한국에서도 이 같은 논란이 벌어질 가능성에 대비해 보건복지부가 ‘선제적 대응’에 나섰다. 복지부는 29일 ‘4차 산업혁명 기술과 생명윤리 민관협의체’를 출범해 첫 회의를 열었다. 협의체는 새로운 생명과학 기술 연구가 시도되는 과정에서 필요한 규정 개선과 윤리적 문제를 논의한다. 현재 한국에서는 ‘세 부모 아이’ ‘키메라 배아’ 연구 등에 관한 세부 규정이 명확하지 않은 상태다.
국가생명윤리정책연구원장을 맡고 있는 이윤성 서울대 법의학과 교수와 김강립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이 공동위원장을 맡고, 분야별 전문가 15명이 참여한다. 7월까지 유전자 치료 연구를 위한 규정과 개선 방안, 생식세포를 이용한 융합연구에 대한 윤리 문제, 새로운 장기 이식 연구를 위한 가이드라인, 인공지능 기술이 의료에 미치는 영향 등을 논의한다.
황의수 복지부 생명윤리정책과장은 “한국에도 관심을 보이는 연구자들이 많다”며 “논란이 발생했을 때 밟아야 할 절차를 협의회 차원에서 제안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홍진수 기자 soo43@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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