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탐색] 장애인은 불편하다..바뀌지 않은 한국의 모습

안승진 2017. 3. 23.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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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0대 시각장애인 김현진(가명)씨는 일반음식점에 가기가 두렵다. 지난해 4월 홍대에 있는 어느 술집에서 들었던 말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아서다. 김씨는 안내견을 데리고 지인과 함께 별도의 방을 갖춘 술집을 찾았다. 개방형 음식점에서는 손님들이 안내견에게 음식을 주려해 일부러 독립된 공간을 가진 음식점을 찾았다.

음식점에 들어서자마자 김씨는 얼굴이 화끈거렸다. 술집 주인이 “음식점에 개를 데리고 오면 어쩌냐”며 큰소리를 쳤기 때문이다. 김씨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장애인도 손님인데 차별하면 안 된다”며 설득했지만 주인은 “그럼 개를 데리고 나가든가”라며 비웃는 투로 말했다. 이 후 김씨는 장애인차별금지연대에 호소해 주인으로부터 사과를 받을 수 있었지만 이런 일은 주변에 흔한 일이라며 한숨을 내쉬웠다. 

지난 21일 서울 광화문에서 장애해방운동가 최정환, 이인석씨의 추모식이 열렸다. 헌화를 하고 있는 장애인들의 모습.

매년 3월 24일은 유엔이 선포한 ‘국제 모든 인권 침해와 관련된 진실에 대한 권리와 희생자의 존엄을 위한 날’이다. 이와 함께 지난 21일 장애인 인권운동에 목숨을 바친 최정환, 이인석 씨의 추모식이 서울 광화문 해치광장에서 열렸다. 최씨가 “400만 장애인을 위해서라면 죽어도 좋다”며 분신한지 22년이 지났지만 이 자리에 모인 50여명의 장애인은 “장애인에 대한 인식이 전혀 나아지지 않았다”며 아쉬움을 토로했다.

서울지역 대학을 다니는 시각장애인 김민희(가명)씨는 수업시간에 종이로 된 자료를 받고 당황했다. 수강신청명단에 장애인이라고 나와있는데도 담당 교수는 자신의 학생이 시각장애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김씨는 교수를 찾아가 자료를 파일로 보내달라고 요청했지만 해당 교수는 “장애인이라고 편의를 봐줄 수 없으며 저작권 때문에 파일로는 줄 수 없다”며 거절했다. 그녀는 어쩔 수 없이 지인에게 부탁할 수밖에 없었다.

지난 21일 장애인들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요구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외쳤다.

비장애인에게 장애인은 여전히 ‘불편한’ 존재로 인식되고 있다. 지난 2월 국가인권위원회가 조사한 ‘혐오표현 실태와 규제방안 실태조사’에 따르면 장애인 중 79.5%가 온라인상에서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답했다. 오프라인에서도 87.5%가 혐오표현을 경험했다고 응답해 대다수의 장애인이 차별적인 언행으로 고통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혐오표현에는 ‘장애인은 징그럽고 냄새가 날 것 같다’ ‘눈에 띄지 말아야 하는 존재’ 등 거친 표현들이 눈에 띄었다. 특히 통합교육을 받는 장애 아동은 '민폐를 끼치는 존재',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장애인은 '불편을 주는 존재'로 묘사돼 우리 안에 장애인에 대한 편견이 여전함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21일 장애인들은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 앞에서 장애등급제, 부양의무제, 장애인수용시설 폐지를 요구하며  '누구도 소외되지 않는 세상'을 외쳤다.

정부는 10년 전 장애인차별금지법을 제정했지만 장애인이 차별 당했다는 사실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 실정이다. 입증을 하더라도 권고나 시정명령에 그쳐 지금까지 차별금지법으로 처벌받은 사람은 없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법이 너무 포괄적이라 실효성이 낮다"면서 "국가인권위원회와 지속적인 조정 토론을 통해 보완해 나갈 예정"이라고 말했다.

장애인차별금지연대 박승규 활동가는 “장애인을 대할 땐 도와준다는 마음이 아닌 마땅히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야한다”면서 우리사회의 인식 전환을 촉구했다. 이어 그는 “장애인들이 광화문역내에서 장애등급제 폐지, 부양의무제 폐지, 장애인수용시설 폐지 등 자신들의 권리를 찾기 위해 캠페인을 하고 있는데 많은 사람들이 그냥 지나친다”면서 “촛불집회는 끝났지만 지나갈 때마다 한 번씩 관심을 가져달라”고 부탁했다.

안승진 기자 prod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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