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예산안' 희생양된 외교..유엔도 술렁
구테흐스 "유엔 장기개혁 목표 저해할 것"

(서울=뉴스1) 손미혜 기자 = '미국 우선주의' 기조 하에 발표된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의 첫 예산안이 미국의 대외정책 활동을 대폭 축소할 것이란 세간의 우려에 적중했다. 국무부 내부는 물론 국제사회에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정작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은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어야 한다며 수긍하는 분위기다.
트럼프 행정부가 16일(현지시간) 발표한 2108 회계연도 예산안에는 국방비를 10% 증액하는 대신 국무부와 해외원조를 담당하는 국제개발처(USAID) 합동 예산을 109억달러(약 12조3300억원), 29%가량 줄이는 내용이 담겼다.
삭감 대상은 대부분 유엔(UN) 기후변화 프로그램 분담금, 유엔 평화유지군 지원금, 세계은행 기금 등 해외 원조 프로그램과 관련된 것으로 알려졌다.
1789년 설립돼 워싱턴DC와 전 세계 250여곳 대사관·영사관에 7만명의 직원을 거느리고 있는 국무부는 이번 예산안으로 뒤통수를 맞게 됐다. 예산 삭감으로 재외공관의 직원 감축은 물론, 국무부 활동 전반이 위축될 것이 명백하다. 국방력 강화를 위해 미국 외교가 희생양이 된 셈이다.
취임 후 처음으로 동북아 3개국 순방길에 오른 틸러슨 장관은 트럼프 정부의 예산안을 수용하겠다는 입장이다. 그는 한국으로 떠나기 전 일본 도쿄 기자회견에서 "우리는 더 적은 예산으로 훨씬 더 효율적으로 업무를 수행할 방법을 구축해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예산안 발표 직후 국무부의 공기는 우울하게 가라앉았다고 AFP통신은 전했다. 여전히 국무부에서 활동하고 있는 오바마 행정부 시절 외교관들은 일단 기다리며 지켜보자는 생각이지만 거세게 항의하는 목소리도 들려온다. 니샤 비스왈 전 남아시아 담당차관은 예산삭감이 "불안정하고 무책임하다"며 "미국의 국내외 정책에 미치는 영향은 막대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하원 외교위원회 소속 민주당 의원 전원은 폴 라이언 하원의장에게 단체로 항의서한을 보냈다. 이들은 "미국 외교는 폭탄·총알이 필요하지 않도록 분쟁을 해결해 왔다"며 "외교·국제개발 투자를 줄이면 미국은 더 값진 피를 흘릴 수밖에 없다"고 경고했다.
유엔으로서도 당장 큰 타격을 면치 못하게 됐다. 미국은 유엔 연간예산 54억달러 가운데 가장 많은 22%를 내고 있으며, 유엔 평화유지활동 예산은 28%가량을 부담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행정부는 평화유지활동 예산을 25% 이상 부담하지 않겠다고 공표했다.

니키 헤일리 유엔주재 미국 대사도 "유엔은 많은 부분에서 필요 이상의 돈을 지출하고 있으며, 이는 다른 국가보다 미국에 더 큰 재정적 부담을 초래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즉각 비판했다. 스테판 두자릭 유엔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에서 "구테흐스 총장은 유엔 개혁에 헌신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유엔 부담금을 갑작스럽게 대폭 삭감하면 유엔의 장기적인 개혁 노력을 저해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했다.
그러면서 "구테흐스 총장은 우리가 공유하는 목표와 가치를 추구하기 위해 효율적인 기구를 만들어나가기 위해 미국과 다른 회원국과 의견을 나눌 준비가 돼 있다"고 덧붙였다.
프랑수아 들라트르 유엔주재 프랑스 대사는 "세계는 그 어느 때보다 강한 유엔, 그리고 미국을 필요로 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yeoul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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