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FTA 5년]대미 흑자 2배 늘었지만..'과실'은 대부분 기업 주머니로

박용하 기자 2017. 3. 14. 1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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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차·반도체 등 대기업이 수출 견인, 한국의 미국시장 점유율 3.2%
ㆍ제한적 낙수효과·농가 피해 해결해야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부두에 선적을 앞둔 차량들이 주차돼 있다. 자동차는 한·미 FTA 최대 수혜업종으로 꼽힌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말도 많고 탈도 많던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된 지 15일로 5주년을 맞는다.

한국 경제는 한·미 FTA 이후 무역수지가 두 배 느는 등 수출기업을 중심으로 여러 긍정적 효과를 본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수출이 늘어도 중소기업 등에 미치는 제한적 ‘낙수효과’와 농가 피해 등은 정부가 해결해야 할 과제로 남아 있다.

14일 산업통상자원부 등의 자료를 보면 미국과의 무역수지 흑자는 한·미 FTA 발효 직전인 2011년 116억4000만달러였으나 지난해 232억5000만달러로 두 배가량 늘어났다. 무역수지 흑자 확대는 수출 증가 덕이었다. 대미 수출은 FTA 이후 5년간 연평균 3.4% 증가했는데 자동차(12.4%), 자동차부품(4.9%), 반도체(4.2%) 등이 이끌었다.

한·미 FTA 발효 3주년인 2015년 3월15일 서울의 한 대형마트 직원이 축산코너의 미국산 쇠고기 판매대를 정리하고 있다. 경향신문 자료사진

특히 한·미 FTA는 전 세계적인 무역 둔화 속에서 국내 무역수지를 뒷받침한 것으로 보인다. 2012년 이후 5년간 세계 교역은 연평균 2.0% 감소했지만, 한·미 간 상품교역은 연평균 1.7% 증가했다. 지난해 한국의 미국 시장 점유율은 3.2% 수준으로, FTA 발효 전 대비 0.6%포인트 상승해 일본, 대만 등 주요 경쟁국보다 높았다.

전문가들 대다수는 한·미 FTA가 제조업과 수출기업 등에 긍정적인 효과를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하지만 국민경제 전반에 미친 효과에 대해서는 아직 논의가 분분하다.

일례로 통계상 FTA로 인해 수출액은 많이 증가했지만, 대부분은 대기업이 해외 자회사와 거래하는 ‘기업 간 거래’로 나타났다. 예컨대 현대자동차 계열사인 현대모비스가 차량 부품을 미국 생산법인에 보내는 식이다. 이시욱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세계화가 진행되면서 기업 간 거래 비중이 높아졌는데, 현재 대미 수출액의 63%가 모기업에서 자회사로 가는 구조”라며 “일반 국민이 느끼는 낙수효과는 크지 않을 수 있다”고 말했다.

특히 최근 몇년간 수출 대기업으로부터의 낙수효과는 현저히 떨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연구원은 지난해 현대차 매출이 1% 증가할 때 1차 협력사 매출은 0.43% 증가했고 2차 협력사 매출은 0.05% 늘었다고 밝혔다. 한·미 FTA로 가장 큰 혜택을 입은 업체인 현대차의 경우 수출 증가가 계열사인 현대모비스에는 상당 부분 효과를 줬으나 그 아래 협력사까지 충분한 혜택을 줬는지는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FTA 이후 축산 부문은 피해를 보기도 했다. 지난해 미국산 쇠고기는 15만6000t 수입돼 전년보다 46.5% 급증했고, FTA 발효 5년 만에 쇠고기 수입시장 1위를 넘보게 됐다. 반면 한우농가 수익성은 악화되고 경영적자는 늘었다. 국내 한우 사육 호수는 2008년 18만3000호에서 지난해 8만8000호로 52% 급감했다.

전문가들은 FTA로 생긴 이득을 정부가 국민경제 전반에 배분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최원목 이화여대 교수는 “수레가 두 바퀴로 굴러가는 것처럼 한 바퀴(FTA)가 이득을 내면 다른 바퀴가 이를 배분하는 구조가 돼야 한다”며 “FTA 자체의 문제는 아니겠지만, 아직까지는 한 바퀴가 멀리 갔는데 다른 바퀴는 못 따라가고 있다”고 말했다.

<박용하 기자 yong14h@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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