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비리포트] '외국인 최저가' 페트릭, 삼성의 도박은 통할까
지난해 삼성 라이온즈의 외국인 선수 5인(웹스터, 벨레스터, 레온, 플란데, 발디리스)은 WAR(대체선수대비 승리기여도) 합산 2.38이라는 끔찍한 성적으로 리그 최하위의 승리 기여도를 기록했다. 외국인 선수 WAR 14.18을 기록한 1위 NC와는 무려 12에 가까운 차이를 보였다.
당연한 일이지만 시즌 종료 후 삼성은 외국인 선수 전원 교체를 결정했다. 그리고 11월 23일, 장신의 외국인 투수 레나도(1년 105만 달러) 영입을 발표하는 등 10개 구단 중 가장 빠른 행보를 보였다.
하지만 이후 외국인 선수 영입에는 제동이 걸렸고 해를 넘겼다. 그리고 1월 초 남은 외국인 선수의 윤곽이 드러났다. 모두 작년 일본프로야구(NPB)에서 뛰었던 투수 재크 페트릭과 타자 마우로 고메즈였다
하지만 공식 계약 발표는 계속해서 늦춰졌다. 고메즈가 메디컬 테스트를 거부했기 때문이다. 결국 삼성은 고메즈와의 계약을 포기하고, 페트릭과의 1년 45만 달러 계약만 공식 발표했다.
최근 여러 팀들이 거액을 들여 현역 메이저리거를 데려오는 것과 비교하면, 메이저리그 경력이 전무하고 계약액이 10개 구단 외국인 투수 20인 중 최저인 페트릭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는 것은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게다가 그는 지난해 NPB 요코하마에서 15경기 ERA 5.51로 별다른 인상을 남기지 못했다.
지난해 충격적인 9위를 기록한 삼성은 외국인 선수들의 활약이 절실한 상황이다. 하지만 페트릭의 그간 이력은 기대를 충족시키기에는 다소 부족함이 있다. 물론 외국인 선수의 성공 여부는 시즌이 시작해봐야 알 수 있다.
삼성이 택한 최저가 투수 페트릭이 NPB 선배 보우덴(16시즌 65만 달러-> 17시즌 110만 달러)이 보여준 코리안 드림을 재현할 수 있을지 살펴보자.
History
페트릭은 노스웨스턴 오하이오 대학(University of Northwestern Ohio) 소속으로 2012 드래프트에 참가했지만 어느 팀의 지명도 받지 못했다. 이후 다행히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에 미지명 아마추어 자유계약으로 입단하며 프로 커리어를 시작할 수 있었다.
드래프트에서 지명 받지 못해 관심 대상은 아니었지만 프로 첫해 루키리그에서의 성적은 13경기 5승 무패 ERA 2.17로 훌륭했다. 이듬해인 2013년에는 싱글A(16경기 1-0 ERA 0.83)와 하이싱글A(9경기 3-0 ERA 0.27)에서 놀라운 성적을 거두며 AA(9경기 3-3 ERA 3.99)까지 승격했다.
이후 세인트루이스 구단 내 유망주(15위)로 주목받기 시작한 페트릭은 14시즌 AA에서 시즌을 시작했고 첫 3경기에서 2승 무패 ERA 0.49를 기록했다. 이에 고무된 세인트루이스는 최종 단계인 AAA로 그를 승격시켰다. 하지만 가파른 상승세는 거기까지였다. AAA 첫 시즌 24경기 7승 6패 ERA 4.62로 제동이 걸리고 말았다.
15시즌에도 AAA(28경기 7-7 ERA 4.52)에서 평범한 활약에 그쳤고 잠시 주목받았던 유망주 페트릭은 시즌이 끝난 후 결국 방출되고 만다. AAA 타자들의 벽을 넘지 못한 패트릭은 메이저리그 도전을 포기하고 이후 NPB의 요코하마 베이스타스에 입단했다.
하지만 NPB 도전도 이렇다 할 성과를 거두진 못했다. 아시아 야구 첫 시즌이었던 지난해, 페트릭은 15경기 47.1이닝 3승 2패 ERA 5.51로 부진했다. 시즌 종료 후 요코하마와의 재계약에는 실패했고, 그의 가능성에 주목한 삼성과 계약하며 코리안 드림을 이룰 기회를 잡게 됐다.
피칭 스타일
페트릭은 제구에 확실한 강점이 있는 투수다. 특히 컨트롤(스트라이크를 던지는 능력)이 상당히 안정적이다. 프로 통산 BB/9(9이닝 당 볼넷 허용)이 2.14에 불과하다.
부진했던 NPB에서도 BB/9이 2.28로 볼넷은 많이 내주지 않았다. 커맨드(공을 원하는 곳으로 던지는 능력) 역시 나쁘지 않다는 평이며 스트라이크 존에 걸치는 공을 많이 구사한다.
반면 구위는 그의 최대 약점이다. 아마추어 시절에는 구속이 80마일 후반대에 머물렀다. 프로 데뷔 이후 투구 동작 교정 등을 통해 구속이 최고 94마일(151.3km)까지 오르기도 했지만 최근 다시 구속이 하락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에서는 불펜 등판 시 140km 중후반대, 선발로는 140km 초중반대 구속을 보였다.
구속 하락의 여파로 삼진도 점차 감소하고 있다. 성적이 가장 좋았던 프로 첫 두 시즌(12-13시즌) 동안 K/9(9이닝 당 탈삼진) 9.74를 기록했지만 이후 K/9은 6.18에 그쳤다. 지난해 NPB에서는 4.18로 데뷔 후 가장 저조한 기록을 남겼다.
최근 구속 하락은 우려되는 부분이지만 지난해 수준만 유지한다면 KBO리그에서 약점이 될 정도는 아니다. 구속만 놓고 보면 KBO리그 선발 중 평균 이상이다. (16시즌 차우찬 속구 평균 구속 142.8 km)
또한 속구 자체에 싱킹성 무브먼트가 있기 때문에 KBO리그 타자들에게는 상당한 위력을 발휘할 것으로 보이며 홈런 구장인 라이온즈 파크에서의 홈런 허용도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기대된다. ( 마이너리그 시절 9이닝 당 홈런 허용률 약 0.7개, 총 450이닝 피홈런 36개 )
약점은 변화구에 있다. 체인지업, 슬라이더, 커브 등 다양한 구종을 구사하지만 확실한 결정구라고 할 만한 구종이 없다. 다양한 레퍼토리는 타자를 상대함에 있어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해주는 강점이지만 승부를 매듭짓는 플러스급 구종 하나가 절실한 순간이 있다. 땅볼 유도가 장점인 속구를 뒷받침해 줄 결정구를 확보하지 못한다면 시즌 초반 이후 고전할 가능성이 높다.
# 3월 7일 SK와의 연습경기에 등판 영상(3이닝 무실점 6K)
KBO리그 외국인 투수들과의 기록비교
NPB 출신의 외국인 투수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투수가 바로 두산 보우덴이다. 보우덴은 지난 14시즌 세이부 라이온즈에서 36경기 2승 1패 ERA 4.50를 기록한 바 있다. 다만 보우덴은 KBO리그에 영입되기 직전 시즌인 15시즌 볼티모어와 미네소타 산하 AAA(32경기 11-5 ERA 2.63)에서 준수한 활약을 보였다.
페트릭이 자신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삼성 공수의 지원을 받는다면, 보우덴에 필적할 만한 성적을 올릴 가능성도 있다. 패트릭은 보우덴(평균 144.8km)보다는 속구 구속이 조금 느리지만 비슷한 점이 많다.
컨트롤과 커맨드가 안정적이며, 다양한 구종을 구사할 수 있다. 상위 레벨 리그에서 확실히 통하는 결정구가 없었다는 점까지 비슷하다. 보우덴의 경우 KBO리그에서 슬라이더, 커브가 위력을 발휘했고 성공적인 시즌을 보냈다.
페트릭의 최대 기대치가 보우덴(180이닝 ERA 3.80, WAR 5.4) 이라면, 평균적인 기대치는 삼성에서 15시즌 활약한 클로이드(159.2이닝 ERA 5.19), 실패할 경우는 지난 시즌 도중 영입한 플란데(68.2이닝 ERA 7.60)다. 클로이드와 플란데는 컨트롤이 좋으며, 싱커를 구사한다는 점에서 페트릭과 비슷하다.
클로이드의 경우 컨트롤은 KBO리그(BB/9 2.14)에서도 좋았지만 구위가 워낙 좋지 않아 시즌 중반 이후 KBO리그 타자들에게 종종 난타당했다.(피OPS 0.811) 플란데는 KBO리그의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을 하지 못해 컨트롤이 무너진 경우다. (BB/9 4.33) 페트릭 역시 같은 위험이 있지만 올시즌 스트라이크 존 확대가 예상되기 때문에 수혜자가 될 가능성이 상당하다.
체크 포인트
2016년 이후 운영 주체가 제일기획으로 바뀐 삼성 구단은 이후 수익성 개선과 자체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을 선언했다. 지난해 투타의 중심이던 내부 FA 최형우와 차우찬 대신 이원석, 우규민을 FA 영입하고 외국인 투수 슬롯에 도합 150만 달러(레나도 105만 달러, 패트릭 45만 달러) 투자에 그친 점은 1등을 지향하던 과거 삼성과 확연히 구분되는 모습이다.
페트릭은 올시즌 KBO리그에서 활약할 외국인 선수 30인 중에서 가장 적은 금액에 계약했다. 프로 데뷔 후 보여준 것이 많지 않고 AAA 단계에서 한계를 보인 투수라 기대치도 그리 높지 않다. 자신의 강점을 최대치로 발휘할 수 있다면 가성비 최고의 영입이 될 가능성도 있지만, 삼성 팬들이 바란 것은 ‘효율성 좋은 복권’이 아닌 ‘확실한 빅네임’이었다.
하지만 주사위는 던져졌고, 17시즌의 시작은 페트릭과 함께 해야한다. 앞서 살펴봤듯 기대할 부분도 상당하다. 컨트롤이 뛰어나고 성공을 거둔 것은 아니지만 아시아 야구 경험도 있다. 최대 기대치는 두산 보우덴(180이닝 ERA 3.80, WAR 5.4)이다. 불과 45만 달러에 보우덴 급 활약을 보인다면 그야말로 “대박 계약”이 될 것이다.
물론 페트릭에게는 지워야 할 의문 부호가 더 많다. '과연 KBO리그에게 통할만한 구위를 보여줄 수 있을지?', '바뀐 리그 환경에서도 강점인 컨트롤을 유지할 수 있을지?', '다양한 변화구 중 결정구로 활용할 만한 구종이 있을지?', '라이온즈파크에서 홈런을 억제할 수 있을지?' 등 많은 물음표가 붙어 있다.
이상의 의문에 적절한 답을 낼 수 있다면 '45만불' 패트릭 계약은 지난해 외국인 악몽을 말끔히 지우는 이른바 '혜자 계약'의 대표 사례가 될 수 있다.
(관련 기사: '거포' 러프, '삼성 홈런왕' 계보 이을까 )
[기록 출처 및 참고 : 베이스볼 레퍼런스, 베이스볼 아메리카, 브룩스 베이스볼, 위키피디아, 팬그래프, 베이스볼 프로스펙터스, Baseballsavant, NPB, KBReport.com, 스탯티즈, KBO기록실]
길준영 기자 / 감수 및 편집: 김정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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