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리포트] 안준혁X김태훈, 우리가 잘 몰랐던 꿈을 키우다

[스포탈코리아=발렌시아(스페인)] 홍의택 기자= 두 한국 선수가 서로 다른 소속으로 맞붙었다. 성대하지는 않았어도, 또 다른 의미의 '코리안 더비'가 열린 셈.
스페인 발렌시아에는 '슛돌이' 이강인만 있는 게 아니다. 근처 클럽서 땀 흘리는 한국 선수만 해도 여럿. 꼭 연령별 대표팀을 모두 밟은 유명인이 아닐지라도, 꼭 세계 최고 클럽에서 세계 최고 선수들과 경쟁하는 특급 재능이 아닐지라도 가슴에 소중한 꿈 하나씩 품고 산다.
지난달 19일(현지시간) 스페인 발렌시아 근교에서는 해당 지역의 후베닐A 리그(스페인 디비시온 데 오노르 후베닐 A, 해당 연령대 최상위 리그)가 열렸다. 이승우, 장결희가 뛰는 바르셀로나 지역 후베닐 A 리그와 같은 격이다.

1999년생 안준혁은 비야레알 유스팀 소속. 위성 구단이자, 비야레알 후베닐 A와 B 사이 단계인 CD 로다에서 뛰고 있다. 로다는 후베닐 A와 같은 리그를 소화하는, 이를테면 후베닐 B의 선발팀이다. 최근 스페인에서는 3년 단위의 후베닐(만 17~19세)을 더 세분화하는 추세다. 기존 A, B 두 팀에 그치지 않고, 이를 총 세 단계로 나눈다. 가령 바르셀로나는 현 A, B팀 시스템을 유지 중이지만, 레알 마드리드는 후베닐을 A, B, C로 쪼갰다. 유망 선수를 보다 많이 확보하기 위함.
안준혁보다 한 해 위인 김태훈은 우라칸 몬콰다(전 우라칸 발렌시아)에 적을 두고 있다. 최근 부채 문제 등으로 구단 전체가 휘청했던 가운데, 현재는 프로팀 아래 후베닐까지만 운영 중이다. 그렇다고 만만하게 볼 수는 없다. 발렌시아, 비야레알, 레반테 등 프로 산하 팀에서 잘 풀리지 않은 이들이 재차 도전하는 곳으로 실력 면에서 준수한 자원이 존재한다.
휘슬이 울렸다. 로다 10번 안준혁이 중앙 미드필더로 나섰다. 우라칸 7번 김태훈은 최전방 공격수로 출격했다. 로다가 우위를 점했다. 주도권을 쥔 채 공격을 퍼부었다. 우라칸도 반격했다. 뒤로 밀려났으나, 이후 재빠른 전환으로 역습을 노렸다.
안준혁이 부지런하게 중원 곳곳을 헤집었다. 풍부한 활동량에 안정적인 기술을 뽐냈다. 후반 중반부터는 주장 완장을 찼을 만큼 팀 내 입지가 서 있었다. 김태훈은 빠른 발로 몇 차례 솔로 플레이를 시도했다. 팀 차원에서의 패스 투입만 더 원활했다면 한결 좋을 법했다.
치고받는 양상이 흥미로웠다. 선제골을 획득한 로다가 추가 득점에 성공했고, 마지막 쐐기까지 박으며 3-0 승리를 챙겼다. 안준혁, 김태훈 모두 풀타임 소화한 가운데, 안준혁이 판정승을 거뒀다.

이윽고 한국인 무리가 모여들었다. 지역 내 한국 선수끼리 맞대결하는 날이면 타 팀 선수들까지도 응원 와 만남의 장을 형성한다. 경기를 막 마친 안준혁, 김태훈이 "타지에서 이렇게 같이 경기하니까 신기하죠"라며 입을 모았다.
둘은 똘똘한 눈빛으로 꿈을 논했다. 안준혁은 다음 시즌 만 18세로 후베닐 마지막 단계에 접어든다. "후베닐 A 가는 건 확정이 됐는데, 남은 기간 더 열심히 해서 비야레알 C팀(3군. 비야레알은 성인 팀을 1, 2, 3군으로 운영) 한 번 올라가 보고 싶어요. 청소년 대표팀에도 다시 드는 게 제 바람입니다"라며 목표를 전했다.
김태훈도 진로를 두고 여기저기 물색 중이다. 프로팀이 없는 우라칸 특성상 이적은 기정사실화됐다. "한국에서 축구 할 때와는 또 다른 재미가 있어요"라던 그는 "지금 스페인 4부 팀(3부 승격 유력), 스웨덴 1부 팀 등을 두고 고민하고 있어요. 계속 유럽에 남아 성장하는 게 목표예요"라며 속내를 말했다.
늦여름 시작해 이듬해 초여름 끝을 내는 유럽 시즌. 이들에게는 '봄'이 '봄'이 아니다. 당장 다음 시즌 본인의 운명조차 가늠할 수 없는 탓. 훈련장, 경기장을 감싸는 공기부터 퍽 불편하다. 그 속에서 여러 꿈나무가 있는 힘 없는 힘 짜내 덤비고 있다. 안준혁도 김태훈도 결코 쉽지 않은 환경에서 부딪히고, 땀 흘리며, 꿈꾼다.
사진=스포탈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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