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대선기획-커뮤니티의 정치학

우경희, 박소연, 이재원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2017. 3. 8. 08: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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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머니투데이 우경희, 박소연, 이재원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the300]종합]

정치에서 나와 다시 정치로, 커뮤니티의 정치학

'노하우' 홈페이지




태초에 '노하우'(노무현과 하나되는 우리들)가 있었다. 2002년 대선 당시 노무현 후보(고 노무현 대통령)의 홈페이지다. 커뮤니티 1세대들은 노하우를 정치 커뮤니티의 조상으로 꼽는다. 게시판-베스트로 이어지는 노하우의 시스템은 15년이 지난 지금도 유효하다. 선거운동 관련 제안이 베스트가 되면 실제로 실행되는 구조였다.

여기서 활동하던 네티즌들은 이후 분화됐다. 스포츠, 취미, 주식(경제), IT 등 취미를 공유하는 커뮤니티로 흡수됐다. 그러면서 정치는 옅어졌다. 대신 관심사가 부각됐다. 이후 십수년간 커뮤니티는 관심사를 공유하는 사람들이 같은 깃발을 들고 실전을 방불케 하는 온라인대전을 벌이는 전장이 됐다.

커뮤니티간 크고 작은 충돌 사례는 셀 수 없이 많다. 굵직한 사회이슈가 벌어질 때마다 시각차를 앞세우며 격돌했다. 지난해 터진 이른바 메갈리아 사건은 커뮤니티 격돌의 한 예다. 게임계에서 촉발된 '여혐'(여성혐오) 논란이 웹툰계 등으로 확전됐다. 여혐 문제를 수면위로 끌어올린 계기였다.

그러던 커뮤니티의 물줄기가 다시 정치를 향한다. 최순실 국정농단이 터지면서다. ‘진보+중도’를 표방하는 커뮤니티들이 촛불을 들었다. 보수 진영으로 기운 커뮤니티들은 태극기에 힘을 실었다. 여기에 현실 정치인까지 결합하면서 커뮤니티까지 광장으로 나왔다. 대선을 불과 수개월 앞둔 시점이다.


◇오유부터 일베까지 =1999년 출범한 오늘의유머(오유)와 2001년 싸이월드에서 태동한 클리앙은 진보진영으로 대표적 커뮤니티다. 둘 다 ‘친노’를 기본 정서로 하면서 ‘친문(친문재인)’으로 이어진다. 안철수 국민의당 전 대표가 민주당을 박차고 나간 순간부터 ‘친안(친안철수)’ 세력을 부정적으로 본다는 점도 공통점이다. 클리앙은 오유보다 진보의 극단에 있다는 평이다. 박정희 대통령 서거를 빗댄 '탕탕절'(10.26) 같은 단어가 클리앙에서 처음 나왔다.

정도는 다르지만 역시 진보로 분류되는 ‘뽐뿌’는 쇼핑정보 사이트로 출발했다. ‘친노 친문’ 성향으로 분류된다. 재밌는 건 ‘82쿡’이다. 요리 레시피 공유 사이트로 출발했다가 육아, 연예에 이어 정치까지 영역을 넓혔다. 주제가 주제인 만큼 여성이 주류다. 처음엔 전업주부 중심으로 운영됐지만 직장맘 참여 비중이 늘었다. 문재인-안철수-이재명 지지자가 공존한다. 다음 아고라를 계승한다는 해석도 있다.

MLB파크는 상대적으로 중도 진보로 분류되지만 친노 성향만 놓고 보면 강성이다. 노 전 대통령을 이름으로 부르면 공격을 받을 수 있다. 문재인 지지 성향이 강하다. 장인 수준의 피규어(캐릭터인형)나 디오라마(전장재현모델) 제작자들이 다수를 구성한 ‘루리웹’은 "여친(여자친구) 빼고는 다 만든다"는 금손들의 모임으로 불린다. 국정농단 사태 전까지는 진보와 보수 성향이 대등했는데 이후 진보가 우세를 보이며 문재인 지지층이 주도하고 있지만 친민주로 분류하긴 어렵다.

SLR클럽과 보배드림 등 커뮤니티는 상대적으로 중도에 가깝다. 진보로 기우는 분위기 속에서도 급진적인 진보에는 거부감을 보인다. 특히 자동차 정보사이트로 출발한 보배드림의 경우 문재인 지지자에 대해 '문베충'(문재인+일베)이라는 비난을 보내는 경우도 있다.

전여옥 전 의원과 만난 디시 회원들. 키보드워리어, 입진보 등의 단어가 여기서 나왔다./사진=머니투데이DB

◇전여옥이 낳은 단어 '키보드워리어' =디시인사이드와 거기서 파생된 일간베스트(일베)는 보수 내지는 보수보다 더 우측으로 분류된다. 디시는 정사갤(정치사회갤러리)을 중심으로 극우적 정치색을 띤다. 하지만 본래 2000년대 초반까지는 친노들의 활동 무대였다. 2004년 탄핵 반대가 가장 활발했던 것도 디시다.

보수로 돌아서도록 계기를 제공한 이는 전여옥 전 새누리당 의원이다. 디시가 전 전 의원을 비판하며 오프라인 토론을 요청했다. 세간의 이목이 집중됐지만 막상 간담회 참석자들은 아무 공격도 하지 못했다. 이 촌극을 기점으로 디시 내 진보세력은 급격하게 축소됐다. 온라인에서만 센 '키보드워리어'라는 말이 본격적으로 쓰이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이후 보수 네티즌이 득세하며 지금과 같은 지형을 갖췄다. 호남을 비하하는 '홍어'나 노무현, 김대중 전 대통령을 조롱하는 단어들이 대부분 디시 정사갤에서 나왔다. 특정 정당을 지지하거나 비판하기보다는 정치 전반을 조롱하는 내용이 대부분이다. 이른바 '모두까기' 식이다

일베는 출범부터 성향이 드러난다. 지나치게 자극적인 게시물을 디시 운영자들이 삭제하자 이에 반감을 가진 이용자들이 별도로 게시물을 모아 만든 게 시초다. 디시의 상호욕설, 반말 문화를 그대로 승계했다. 서슴없는 극단적 발언이 난무하고 공격적인 성향을 띤다.

객체에서 주체로…온라인 딛고 현실정치 전면에 나선 여성들

남성들이 온라인상에서도 오랜 세월 '주류'로 살아온 것과 달리 여성들이 온라인에서 제목소리를 낸 것은 오래되지 않았다. 여성들의 정치적 의사 표현이 주목받은 것은 2008년 광우병 사태 당시 촛불집회 때인데 온라인 커뮤니티가 기반이 됐다. 미용, 패션 등 공통 관심사와 취미를 토대로 모인 이른바 '삼국카페'(소울드레서·쌍코·화장발) 회원들이 주인공이었다. '생활정치'를 기반으로 광우병 촛불집회에 나선 것이 오프라인 현실정치에 주체로 등장한 계기다. 유모차부대도 이때 처음 등장했다.

이들은 2009년 언론법 반대 광고비를 모금하기 위한 바자회를 열고 '플래시 몹'을 진행하는가 하면 화장품 협찬 판매를 통해 마련한 수익금 일부를 용산 참사 유가족들에게 전달했다. 2010년엔 4대강 사업 저지 기금 마련 바자회를 여는 등 이전엔 없던 새로운 정치참여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다. 82쿡, 레몬테라스, 마이클럽 등 여성 커뮤니티 역시 언론법 반대 광고비 모금을 위한 '뻔뻔한 바자회'를 열고 보수신문 광고주 불매운동을 펼치는 등 정치적 보폭을 넓혔다.

소비 주체로만 인식됐던 여성들의 정치 참여는 주류 사회에 충격을 줬다. 미용, 패션, 육아 등 공통 관심사를 토대로 모인 여성들은 온라인 커뮤니티 안에서 유대감과 공동체성을 발전시키며 자신들만의 언어와 놀이로 현실정치를 재해석했다. 거대담론이나 이념보다 육아, 보육, 환경, 먹거리 등 생활정치에 남다른 관심을 보이고 목소리를 높이는 것도 남성 커뮤니티와의 차별점이다.

손희정 여성이론연구소 연구원은 "온라인 공간에 남성과 여성이 흡사한 비율로 섞여있었는데 오랫동안 네티즌은 남성을 지칭하는 것처럼 여겨졌고 온라인은 남성적 공간으로 여겨졌다"며 "여성들이 2010년 이후 자기 목소리를 내면서 온라인에 여성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나게 됐다"고 분석했다.

온라인상에서 영향력을 날로 확장해가던 여성 커뮤니티는 젠더이슈를 전면에 내세운 '메갈리아' 사이트의 등장으로 또 한 번의 전환점을 맞는다. 한국 사회의 젠더 질서를 '미러링'이란 패러디를 통해 재구성해 비대칭적인 젠더 구조와 여성 억압을 드러내려는 이들의 노력은 '혐오'에 대한 다양한 평가를 낳으며 뜨거운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메갈리아의 등장은 남초 커뮤니티에도 큰 변화를 불러왔다. 소위 '메갈리아 사태'라고도 불리는 지난해 9월 '시사IN 절독사태'가 대표적이다. 당시 시사IN이 메갈리아에 대한 비판을 '분노한 남성들'에 의한 일방적 공격이라는 기사를 게재하면서 오늘의유머, 클리앙 등 진보적 성향의 남성 커뮤니티가 '절독' 운동을 벌였다. 이들은 메갈리아를 지지하는 논평을 냈다는 이유로 정의당 등 진보 정당에 대한 지지를 철회하기도 했다.

여성 커뮤니티 안에서도 메갈리아의 평가는 엇갈리지만, 메갈리아의 등장으로 젠더 이슈가 온라인공간에서 큰 파급력을 얻게 되는 등 온라인 커뮤니티 지형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은 분명하다는 분석이다.

손 연구원은 "일각에서 보듯 메갈리아가 소위 '삼국카페' 등 과거 여성 커뮤니티와 완전히 다르다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사이버성폭력이나 낙인으로부터 안전한 공간을 찾던 여성들이 삼국카페 안에서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언어를 개발하고 학습하고 서로 알아가는 시간을 가졌다"며 "이후 여성들은 트위터, 페이스북, 일베, 디씨 등에 저마다 섞여있다가 사안별로 각기 다른 정치성을 갖고 등장하게 된 것이다. 분리해 얘기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우경희, 박소연, 이재원 , 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기자 shyun88@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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