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암물질 누명 쓴 '사카린'..단맛 내면서 칼로리 '0'
NTP 발암물질보고서에 사카린 삭제
단맛 내면서 칼로리 '0' 가격도 저렴
섭취하면 그대로 몸 밖으로 배출돼
당뇨병 환자·다이어트식품 등 사용
암세포 증식 억제 가능성까지 확인

단맛은 남녀노소 모두가 좋아하는 맛입니다. 몇 년 전 요리연구가 백종원씨의 조리법으로 현재까지 단맛은 더욱 이슈가 되고 있습니다. 단맛을 내는 감미료로는 설탕, 물엿, 꿀, 과당 등이 많이 쓰입니다. 그 중에서도 설탕은 거의 모든 가공식품에 사용되고 있습니다. 각종 요리는 물론 음료, 커피, 차 종류에도 타서 먹습니다. 하지만 단맛을 내는 인공감미료도 있습니다.
◇가장 오래된 인공감미료 '사카린'= 비만이거나 당뇨 등의 질환을 겪고 있는 사람들은 칼로리가 높은 설탕 대신 단맛은 나되 칼로리가 없는 물질이 필요했습니다. 이런 소비자들의 욕구로 탄생된 것이 바로 인공감미료입니다. 특히 가장 오래된 인공감미료인 사카린은 단맛을 내면서 칼로리가 없으며 가격은 설탕의 1/40 정도 수준입니다. 사카린은 열에도 안정적이기 때문에 음식에도 사용하기 원활해 식품가공업체에서 선호하고 있습니다.
사카린은 1879년 2월 존스홉킨스대학의 화학 교수인 아이라 렘슨과 그의 제자 콘스탄틴 팔버그에 의해 우연히 발견됐습니다. 팔버그는 타르에 포함된 화학물질의 산화 반응을 연구하던 중이었습니다. 한 번은 실험 후 손을 씻지 않고 빵을 먹다가 단맛을 느꼈고, 이 단맛의 정체를 알아내기 위해 실험기구를 조사하다 사카린을 발견하게 됐습니다. 이후 1884년 미국, 1885년 영국에서 시판됐습니다.국내 '식품첨가물공전'은 사카린이 무색 또는 백색의 분말로 물에 잘 녹지 않으나 뜨거운 물에는 잘 녹고, 에탄올에 약간 용해되며 수용액은 중성이라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단맛을 느끼는 감미도는 사용조건에 따라 다르지만 보통 설탕의 200∼700배에 이르는 단맛을 냅니다. 또한 농도에 따라서도 감미의 강도가 다른데, 농도가 진하면 오히려 감미도가 낮고 농도가 낮으면 감미를 강하게 느끼는 성질이 있습니다. 따라서 입안에서 농도가 엷어지더라도 감미가 오래 남는 특성이 있습니다.
사카린은 섭취하면 그대로 우리 몸 밖으로 배출되기 때문에 당뇨병 환자와 당분 섭취를 피해야 하는 사람들에게 널리 사용되고 있습니다. 또한 당이 들어가면 안 되는 의약품과 다이어트 식품을 만들 때에도 많이 쓰이고 있습니다. 이런 장점 때문에 지난 1966년에는 삼성그룹 계열사인 한국비료주식회사가 사카린을 건설자재로 위장해 들여와 판매하려고 하기도 했습니다. 최근에는 작년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당류 저감 종합계획'에 따라 '설탕과의 전쟁'을 선포한 정부의 노력으로 인해 다시 주목 받고 있습니다.
◇사카린의 유해성 논란과 세계 과학자들의 진실 규명=사카린에 대해서는 아직도 부정적인 인식이 있는 것이 사실입니다. 이 같은 인식은 지난 1977년 캐나다 국립 보건연구소가 진행한 한 연구에서 실험대상인 쥐에게 사카린을 먹였더니 방광염에 걸렸다고 발표하면서 시작됐습니다. 1981년 미국독성연구프로그램(NTP)과 국제암연구기구(IARC)는 사카린을 '예상되는 인간 발암 물질'로 명시했고, 1988년에는 미국 캘리포니아 주법의 암 유발 화학물질 목록에 추가됐습니다.
하지만 곧 과학자들에 의해 사카린에 대한 동물실험 조건은 지나치게 고농도로 투여한 비현실적인 조건이었으며, 사람에게는 방광암을 일으키지 않는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됐습니다. 1993년까지 식량농업기구(FAO)와 세계보건기구(WHO)의 합동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는 6차례에 걸쳐 진행한 발암성 여부 규명 실험 결과, 사카린은 인간에 대한 직접적인 발암물질이라는 결론을 내릴 수 없다고 밝혔습니다. 1998년 IARC는 사카린의 등급을 '인간에 대한 발암물질로 분류할 수 없음'으로 낮췄고, 2000년 NTP는 발암물질보고서에서 사카린을 삭제했습니다. 2000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사카린 함유 제품에서 경고문을 삭제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이후 2010년 미국환경보호부(EPA)는 '자원보존 및 재생에 관한 법률'에서 폐기화학물질 중 유해물질 목록의 사카린을 삭제했는데, 이는 미국 칼로리조절협회의 탄원에 따른 조치로 주요 공중보건기관의 평가에 대한 검토를 바탕으로 한 결과였습니다. 현재 사카린은 미국, 일본, 유럽연합 등 세계적으로 사용되고 있습니다.
국내에서도 이 같은 세계 사카린 규제 완화 추세에 따라 2012년 이후 사카린 사용이 허용되는 식품의 종류를 지속적으로 확대해 왔습니다. 식품 제조와 관련해서는 식약처가 지난해 11월에 발표한 '식품첨가물의 기준 및 규격'에서 빵, 과자, 캔디, 초콜릿, 아이스크림 등 아이들이 먹는 식품 제조에도 사카린의 사용을 허가하고 있습니다. 작년 9월에는 고려대학교 대학원 의생명융합과학연구팀이 4가지 인간 암세포와 1가지 쥐 암세포를 대상으로 체외에서 시행한 항증식성 평가 실험 결과, 사카린이 일부 암세포에 대한 세포증식 억제 효과를 보였다고 밝히기도 했습니다. 실험에서 사카린의 암세포에 대한 항증식성 활성 정도는 세포주의 종류에 따라 일부 차이가 있었고 억제 효과에 대한 추가 검증은 필요하지만, 사카린 농도가 짙을수록 암세포가 감소하는 가능성을 확인했습니다.한편 김치의 경우 설탕 대신 사카린을 사용하면 아삭아삭한 식감을 오래 유지할 수 있으며, 빵을 제조할 때 사용하면 칼로리를 줄이는 것은 물론 열에 대한 안정성이 우수해 본래의 단맛을 유지해주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이 같은 쓰임새에 따라 앞으로도 사카린의 활용도는 더욱 높아질 전망입니다.
김지섭기자 cloud50@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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