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 위문공연, 누구를 위한 '위문공연'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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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뜻 여성 아이돌 그룹의 공연 무대로 보이지만 평범한 여고생들의 공연이다. 게다가 이 공연의 무대는 신참내기 군인들이 모인 논산훈련소다. 여중·고생들이 선정적인 춤을 추는 사이 짧은 머리의 훈련병들이 ‘각 잡힌’ 군인 박수를 연발하는 무대 뒤에는 특정 종교를 알리는 팻말이 걸려있다. 종교 행사와는 어울리지 않는 낯선 광경이지만 최근 매주 논산훈련소에서 열리는 위문공연이다.
최근 한 여고에서 ‘성 상품화 문화’가 아니냐는 논란이 일며 주목받게 된 군대 ‘위문공연’. 이 행사는 특별한 날 국군 장병들을 위로한다는 명목으로 시작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여학생들의 섹시 공연이 난무하면서 과거 악습의 잔재라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무대에 올라가는 쪽도, 무대를 보는 쪽도 ‘불편하다’는 위문공연 문화. 과연 누구를 위한 공연인지, 관행이라는 이름 아래 도사린 ‘위험’은 무엇인지 되짚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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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군 위문공연, 누굴 위한 위문인가’란 주제로 제작한 기획 영상 /영상=서울경제DB |
하지만 무대 공연자의 연령 등에 대한 최소한의 규정이 없을뿐더러 종교 단체에서 주관하는 행사란 이유로 별다른 제재도 없다. 실제 군부대에 문의해본 결과 종교행사는 군종 장교에 의해 자율적으로 진행하고 있는 실정이다. 공연을 준비했던 고등학생 이모(19)양은 “일반에는 공개되지 않는 군부대 방문 자체를 신기한 경험으로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들이 자발적으로 무대를 꾸미고 춤을 준비하고 있지만 무대에 올라가는 걸 막는 사람은 없다”고 말했다.
당사자인 여학생들은 “어쩔 수 없이 행사를 준비하지만 불쾌하다”는 반응이 상당수다. 자매결연을 맺는 학교의 경우 한 학생은 “군부대 위문공연에 왜 참여해야 하는지 의아함을 느꼈다”고 고백했다. 자칫 불상사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비판은 군인들 사이에도 나오는 실정이다. 다음달 군 입대를 앞둔 장모씨(19)는 “군대라는 억압된 공간에서 고등학교 여학생들의 섹시댄스 공연은 여러 위험에 노출돼 있는데도 안전장치는 거의 없는 것 같다”고 우려했다. 그는 이어 “영적인 힐링을 추구하는 종교 행사에서 여·중고생을 동원해 선정적 행사를 이용하는 건 옳지 않다”며 종교단체의 윤리성에도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또 최모(27)씨는 “(종교 단체가) 선정적인 방법으로 신자를 모으고 군 사기진작을 한다는 발상 자체가 잘못됐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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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 행사가 위문 공연의 연결통로인 셈이다. 실제로 국방부에 ‘위문공연’에 대해 문의를 하면 종교 관련 부서인 ‘군종과’로 연결된다. 지난해 제대한 박모(25)씨는 “일반적으로 아이돌 행사를 제외하고 위문 공연이라고 하면 대부분 종교 행사랑 연관된다. 신도를 끌어모으기 위한 유인책으로 학교 댄스팀, 종교 관련 단체에서 학생들을 모집해 데려온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위문공연에 참여하는 학생들이 종교 단체의 설득에 못 이겨 억지로 참여하는 느낌이 들었다. 대부분 나이가 10대 후반~20대 초반인 젊은 친구들이 군부대 공연을 할 때 종교 얘기를 하면서 행사를 진행한다”고 답했다.
종교 단체들의 신자 확보 노력도 중요하지만 윤리적인 문제를 간과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2년 전 군 복무를 마친 최모(26)씨는 “교회에서 어린 여학생들의 위문공연을 유도한다는 것 자체가 문제가 있다고 본다. 그게 군대라는 조직 내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합리화되는 것 같다. 초등학교 앞에서 사탕 나눠주는 것과 같은 격”이라고 지적했다.
위문공연은 대부분 각 종교 단체에서 군인들에게 종교활동을 권유하기 위해 마련한 종교 행사 후 진행된다. 특히 논산훈련소의 경우 막 자대 배치를 앞둔 군인들이 모여 있어 각 종교별 행사에 모이는 인원 수도 최소 100명이 넘는 대규모다. 논산훈련소에서 막 자대로 배치받은 이모(21)씨의 경우 “종교행사는 20분, 그 이후 10분 정도 공연이 열린다. 대부분 섹시 댄스를 추고, 고등학생이 오는 경우도 많이 봤다. 막 군대에 들어가서 보고 있는 내가 찜찜한 기분이 들었다”고 털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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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문공연 대신 강연, 포상 휴가 등을 늘리는 편이 훨씬 사기 진작에 도움이 된다는 의견도 많다. 전방에서 군복무를 했다는 이모(28)씨는 “가장 고생하는 전방에 오히려 위문공연 문화가 별로 없다”며 “차라리 고생하는 전방 측에 핫팩이라도 더 주거나 부대 위생, 복지에 좀 더 신경 쓰는 게 사기 진작에 훨씬 도움되는 것 같다”고 말했다. 특히 “취지는 좋지만 진짜 위로가 되는 활동을 해야지 악습의 일종이라 생각한다”며 “종교 홍보일까, 누구 좋으라고 했을까, 왜 왔을까 등등의 의문이 자꾸 생긴다”고 아쉬움을 전했다.
/정수현기자·최재서인턴기자 valu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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