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악3호분을 해부한다(3) - 동수의 집 구경
[고구려사 명장면-14] 안악3호분은 무덤방 크기에 있어서도 고구려 벽화고분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크며, 또한 널길과 앞방, 좌우 곁방, 널방, 그리고 널방을 'ㄱ'자 모양으로 돌아가는 회랑 등으로 가장 복잡한 내부 구성을 하고 있다. 더욱 무덤 내부에 4각 기둥과 8각 기둥이 여러 개 설치되어 공간을 나누는 구실을 하는데, 널길과 앞방 그리고 회랑은 통로로 연결된 독립 공간이 아니라 기둥과 사이 벽으로 구성되어 전체 평면은 마치 두 칸처럼 보인다. 공간의 분할과 통합이 적절하게 이뤄져 마치 귀족 저택과 같은 느낌을 충분히 자아낸다.
무덤 주인 부부는 앞방 서쪽 곁방에 자리하고 있는데, 각각 장막을 친 방안에서 좌상 위에 앉아 남녀 시종들의 시중을 받는 모습으로 그려져 있다. 남자 주인공이 그려진 공간은 일종의 사랑채를 상징하며, 부인이 그려진 공간은 안채를 상징하는 것으로 보인다. 안채와 사랑채는 조선시대 주거 공간 개념이라 용어가 적절하지는 않겠지만, 어쨌든 부부의 남녀 공간은 저택 안에서도 구분되었을 것이다. 비록 무덤 안에서는 하나의 곁방에 모두 그려져 있지만, 귀족인 무덤 주인공이 생활하는 공간으로서 사랑채와 안채 등 여러 채의 건물을 상상하는 것이 실제 고구려 귀족의 저택 모습에 가까울 것이다.
모두 3명의 여인이 부지런히 부엌일을 하고 있다. 한 사람은 조리를 하고, 또 한 사람은 부뚜막 아궁이에 불을 지피고 있다. 옆에서는 한 여자가 소반 위 접시 등을 정리하고 있다. 부엌 앞에는 개 두 마리가 서성거리고 있는데 부엌에서 풍기는 음식 냄새에 입맛을 다시고 있는 듯한 매우 생동감이 넘치는 장면이다. 부뚜막의 모습은 순천 용호동1호분에 출토된 철제 부뚜막 모형(국립중앙박물관 소장)과 그 형태가 같다.
부엌 옆에는 고기창고가 있다. 노루, 멧돼지 등이 쇠갈고리에 꿰어 매달려 있다. 왼쪽 기둥 안쪽에 '경옥(京屋)'이라는 붉은색 글씨가 희미하게 남아 있다. 고깃간 옆에는 차고가 그려져 있는데, 두 대의 수레가 그려져 있다. 지붕을 덮고 장막을 두룬 수레, 장막이 없는 개방된 수레 두 채인데, 밖에서 보이지 않도록 장막을 두룬 수레는 무덤 주인공의 부인이 사용하는 수레일 것이다. 왼쪽에 있는 수레는 대행렬도에서 주인공이 타고 있는 수레와 같다.
수레를 끄는 소들은 외양간에서 여물을 먹고 있는데, 검정소, 누렁소, 얼룩소 등 세 마리 소가 있으며, 모두 뿔을 빨갛게 그려 놓았고, 코뚜레를 달았다. 마구간에는 사냥이나 전쟁에 나갈 때에 주인공이 타는 말들이 그려져 있는데, 말 세 마리가 털색이 조금씩 다르며, 말 갈기 한 올 한 올까지 묘사할 정도로 세밀한 표현이 돋보인다. 마구간 아래 나무방책 앞에서는 관리자로 보이는 사람이 시동에게 무엇인가를 지시하는 중이다.
방의 북벽에는 지레 원리를 이용한 용두레 우물이 그려져 있으며, 우물 주변으로 다양한 모양의 물항아리와 말이나 소의 구유가 자리하고 있다. 방아를 찧고 있는 여인과 키질을 하고 있는 여인의 모습이 눈길을 끈다. 앞방과 널방에는 행렬도 등 무덤 주인공의 공식적인 행사와 관련된 그림들이 그려져 있어, 동서 곁방의 그림과는 그 성격이 다르다. 이는 다음 회에 살펴보도록 하겠다.
매우 사실적인 그림들은 고구려 귀족 저택에서 이뤄지던 일상의 한 순간을 생생하게 보여주고 있다. 이렇듯 주거 공간을 자세하고 정성스럽게 묘사한데는 생전의 풍요로웠던 생활이 내세에도 재현되기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이 담겨 있을 것이다. 과연 동수는 내세에서도 그런 풍요로운 삶을 누렸을까?
[임기환 서울교육대학교 사회과교육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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