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포트 인터뷰] 김홍식 "5G가 수년내 세상 바꾼다..LTE와 비교불가"

전준범 기자 2017. 2. 16.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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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전세계 통신 분야의 최대 화두는 단연 ‘5세대 이동통신(5G)’이다. 흔히 5G는 4세대 이동통신(4G)을 대표하는 롱텀에볼루션(LTE)보다 데이터 전송 속도가 1000배까지 빠른 기술을 말한다. 유엔(UN) 산하 국제전기통신연합(ITU)은 초당 20기가비트(Gbps)의 데이터 전송 속도를 5G의 충족 요건으로 정의하고 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이 2월 9일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에서 기자와 만나 5G의 파급력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 하나금융투자 제공

이론적으로 800메가바이트(MB) 용량인 두 시간짜리 영화 한 편을 LTE 속도로 내려받으면 40초 정도 소요되지만, 5G 환경에서는 1초면 충분하다. 또 ITU는 1㎢ 내의 사물인터넷(IoT) 기기 100만개를 동시에 연결할 수 있어야 한다는 점도 5G의 충족 요건으로 제시했다.

김홍식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지난달 24일 발표한 ‘5G가 통신산업에 몰고 올 변화는?’이라는 제목의 리포트에서 “5G 사용이 본격화되면 LTE 때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큰 변화가 우리 사회 전반에서 일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과거 초고속 인터넷이 등장했을 당시 하루가 멀다하고 정보통신 관련주들이 상한가를 기록했다”며 “그때와 유사한 분위기가 수년 안에 국내 증시에서 재현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김 연구원은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오는 2020년쯤 5G를 상용화하면 자율주행차와 가상현실(VR)이 핵심 서비스로 부상하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스마트폰에서 자동차와 웨어러블 기기로 통신사의 주력 단말이 확산될 것”이라며 “그에 따라 통신사들의 매출 규모도 확대될 것으로 기대된다”고 전했다.

김 연구원은 국내 업체들의 경우 2018년쯤 기지국·중계기 업체들의 5G 수혜가 먼저 기대되고 통신사들은 2020년부터 본격적인 수혜를 입을 것으로 전망했다. 김 연구원은 이동통신 3사 중에서는 SK텔레콤(017670)이 현 시점 기준으로 가장 가시적인 5G 성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좀 더 구체적인 이야기를 듣기 위해 이달 9일 오전 서울 여의도 하나금융투자 본사에서 김 연구원을 만났다. 1997년 증권사 생활을 시작한 그는 애널리스트 업무를 본격적으로 담당한 2001년부터 지금까지 17년째 통신 관련 분야만 담당해 온 베테랑이다. 한 우물만 판 내공을 자랑하듯 김 연구원은 인터뷰 내내 어떤 참고자료도 보지 않고 모든 질문에 대한 답을 머릿속에서 바로 꺼내 막힘없이 풀어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하나금융투자 제공

- 5G가 3G 스마트폰 이상의 혁명을 가져올 것이라고 예상했다.

“3G나 LTE는 휴대폰 안에서의 변화를 이끌었을 뿐이다. 음성통화만 쓰던 사용자가 데이터도 쓸 수 있게 된 정도, 지하철에 앉아 드라마를 시청할 수 있게 된 정도였다. 반면 5G는 엄청난 속도를 기반으로 휴대폰 뿐 아니라 자율주행차, VR 등과 결합해 우리의 일상을 기존과 전혀 다른 모습으로 바꿔놓을 것이다. 여의도 곳곳을 자율주행차들이 누빈다고 생각해보면 이해가 빠르지 않나?”

- 과거에도 새로운 통신기술이 등장해 사회 전반에 엄청난 변화를 준 경우가 있었나.

“초고속 인터넷이 등장했을 때 그랬다. PC통신 쓰던 이들에게 초고속 인터넷은 대혁명이었다. 내가 그 당시에도 애널리스트 생활을 했는데, 요즘 뜨는 바이오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폭발적이었다. 정보통신 관련주들이 하루가 멀다하고 상한가를 기록하던 시절이다. 난 향후 몇년 안에 5G가 그때와 같은 분위기를 다시 몰고 올 것이라고 본다.”

- 5G 상용화 시기는 언제쯤으로 보나.

“현재 분위기를 보면 2020년쯤 전세계 주요 국가에서 상용화될 것으로 예상된다. 각 국가별로 시장 선점을 위한 경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5G는 기존 이동통신 시장을 대체하면서 급성장할 것이다. 글로벌 시장 규모는 2023년 3600억달러, 2026년 1조6000억달러 수준으로 전망된다. 한국의 5G 도입 시기는 조금 더 빠를 것으로 보인다. 이미 이동통신 3사가 2018년 평창동계올림픽에 맞춰 5G 서비스를 선보이겠다고 선언한 상태다.”

전세계 이동통신 트래픽 전망(왼쪽)과 5G 시장 규모 전망(오른쪽) / CISCO·가트너·하나금융투자 제공

- 5G를 서둘러 도입하려는 이유는 뭘까.

“IoT 패권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5G는 IoT에 최적화된 네트워크다. 끊김·속도지연 현상이 없어 안정적이며 응답속도가 뛰어나다. 얼마 전까지만 해도 IoT에 5G가 적용될 것이라고 확신하는 시장 참여자가 적었다. 하지만 지금은 진화된 IoT 서비스를 위해선 5G가 적용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을 대부분 하고 있다.”

- 리포트에서 자율주행차와 VR(가상현실)이 5G의 핵심 서비스로 부상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자율주행차는 도로를 달리면서 주변 사물과 수시로 소통하고 유입 정보를 즉각 분석해내야 한다. 5G가 이를 가능하게 해줄 것이다. 이미 세계 곳곳에서 운송 시스템을 위한 5G의 역할에 대해 논의하고 있다. 자율주행차 통신시스템인 ‘V2X’에 5G가 적용되고 있으며, 여러 디바이스를 연결하기 위한 5G 매시브(Massive) IoT 체제도 구축 중에 있다. VR도 마찬가지다. VR 콘텐츠는 용량이 커 현재의 LTE 환경에서는 실시간 사용이 어렵다. 대용량 콘텐츠를 막힘없이 소화해낼 수 있는 5G 네트워크가 VR의 진정한 상용화를 이끌 것이다.”

- 좀 더 기술적으로 설명해줄 수 있나.

“예컨대 5G 네트워크 환경에선 숏 TTI(Time To Interact), 멀티 RAT(Radio Access Technology), 차량간 직접 통신 등의 기술을 통해 속도 지연·단절 현상을 해결할 수 있다. LTE는 속도 자체도 느리지만 응답 속도가 떨어지기 때문에 자율주행에 적합하지 않다. 반면 5G의 응답속도는 0.1초 미만으로, LTE 지연 속도의 50분의 1 수준이다. 그리고 LTE용 주파수는 700메가헤르츠(MHz)~2.6기가헤르츠(GHz) 대역을 사용하지만, 5G 환경에서는 고주파 밀리미터파(mmWave) 대역에 속하는 24G~40GHz 주파수를 사용할 수 있다. 전파 특성 계수가 낮은 고주파 대역을 활용할 경우 단위당 주파수 할당 가격이 저렴해진다. 기업 입장에선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여력이 커지는 셈이다.”

5G 이동통신 핵심기술 정리 / 하나금융투자 제공

- 기업들의 움직임은 어떤가.

“글로벌 기업들은 5G가 자율주행차와 VR 산업을 키울 것으로 보고 발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자율차 분야에선 완성차 업체와 정보기술(IT) 기업간 협력이 눈에 띈다. 한국의 경우 SK텔레콤과 KT(030200)가 독일 BMW와 손을 잡았다. LG유플러스(032640)는 인도 마힌드라와 협업 관계를 맺고 3년 안에 자율주행 관련 서비스를 출시하겠다고 밝혔다. 구글과 애플도 자율주행차 개발에 적극적이다. VR 분야에선 페이스북·HTC·마이크로소프트(MS)·소니 등 주요 IT 기업들이 VR 기기 또는 관련 플랫폼 개발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인텔, 에릭슨 등도 5G에 대대적으로 투자 중이다.”

- 국가나 기업간 패권 다툼으로 5G 표준화 작업에 난항을 겪을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나도 처음에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런데 요즘 돌아가는 상황을 보면 합의가 충분히 가능하겠구나 싶다. 주요국과 주요 기업들 모두 5G 기반의 차세대 먹거리 발굴에 푹 빠져있기 때문이다. 투자 속도를 보면 무서울 지경이다. 가령 이제 막 LTE 투자를 끝낸 중국이 5G 상용화를 2020년까지 해내겠다고 처음 발표했을 때 난 코웃음을 쳤다. 하지만 지금은 정말 2020년까지 해낼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중국 정부가 요즘 차이나모바일을 엄청 압박한다. 서둘러 5G에 투자하라고. 물론 중국이니까 가능한 상황이지만, 그만큼 모두가 서두르고 있다.”

- 5G가 통신사들의 수익성에도 기여할 수 있을까.

“물론이다. 통신사 매출을 단순히 표현하면 P(가입자당 평균 매출액·ARPU) 곱하기 Q(가입자)다. 그런데 지난 10여년 동안 Q의 성장은 정체돼 있었다. 3G와 4G는 무선인터넷 통신 속도를 향상시켜 휴대폰 1대당 매출액을 늘려줬을 뿐이다. 그러나 5G는 P와 Q의 성장을 동시에 가져올 것이다. 통신사 입장에서 보면 실로 오랜만에 휴대폰 이후 새로운 먹거리가 등장하는 셈이기 때문이다. 자율주행차는 인포테인먼트(정보·오락 장치) 트래픽의 급증을 야기할 것이고, VR의 대중화도 통신 트래픽 증가를 불러일으킬 것이다. VR 콘텐츠의 용량은 일반 HD급 콘텐츠보다 2배 이상 크다. 여기에 네트워크가 진화해 인터넷 속도가 빨라지면 통신사 ARPU는 자연스레 상승할 수밖에 없다.”

통신사 주력 단말 변천사 / 하나금융투자 제공

- 자율주행차가 통신사 수익에 영향을 끼친다는 게 흥미롭다.

“노트북과 태블릿PC는 당초 기대와 달리 이동통신 트래픽 급증을 초래하지 못했다. 유선 통신을 사용하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도로 위를 달려야 하는 자동차는 태생적으로 이동통신을 사용할 수밖에 없는 단말이다. 또 노트북과 태블릿은 와이파이 사용이 가능하지만, 자동차는 와이파이를 사용하기 어렵다. 와이파이는 핸드오버 기능이 없어 이동 중 사용은 쉽지 않기 때문이다. 결국 자동차에선 5G와 같은 이동통신을 필수적으로 써야 한다. 데이터 트래픽은 교통상황 파악·대처·구동 등 운행 목적에서 증가할 수 있고, 검색·동영상 등 인포테인먼트 측면에서도 증가할 수 있다.”

- 국내 이동통신 3사 중에서는 누가 가장 5G 분야에서 앞서가는 것 같나.

“정부와 적극적으로 협력해 스텝을 맞춰나가는 건 KT다. 그런데 현시점에서 앞서가는 회사는 SK텔레콤 같다. 지난해 말 영종도에서 BMW와 함께 선보인 5G 커넥티드카가 대표적이다. 인수합병(M&A)에 일가견이 있는 박정호 사장이 SK텔레콤으로 자리를 옮긴 것도 자율주행차 사업과 무관치 않다고 본다.”

- LG유플러스는 어떤가.

“사실 처음에는 LG유플러스에 거는 기대가 컸다. LG그룹은 일단 라인업이 좋다. 전장 사업도 하고, 디스플레이 사업도 하고, 반도체를 한 경험도 있다. 5G와 연결될 수 있는 것들이 많다. 그러나 지금 시점에 다시 보면 확실히 후발사업자로 보인다. 홈IoT와 산업용 로봇 정도만 자꾸 내밀 뿐 5G에 대한 구체적인 청사진을 제시하지 않아 안타깝다.”

국내 통신산업 CAPEX 추이 및 전망 / 하나금융투자 제공

- 통신사들의 5G 시설투자(CAPEX)가 대대적으로 이뤄질 경우 비용부담이 불가피하다.

“LTE 도입 때와 달리 5G 시설투자는 5년 정도에 걸쳐 장기적으로 진행될 것으로 예상된다. 개인적으로 5G 도입 초기엔 LTE와의 혼용망을 운용하다가 자율주행차 상용화 시점에 맞춰 5G 전용망을 구축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5G의 총 시설투자 규모는 LTE의 1.5~2배가 되겠지만, 연간으로 보면 LTE 투자 정점인 2011~2012년보다 커질 가능성은 낮아 보인다.”

- 이동통신 3사 외에 5G 수혜를 입을 수 있는 업체들이 있을까.

“5G 투자 초기인 2018년에는 기지국·중계기 업체, 투자 말기인 2020년에는 통신서비스 업체들이 수혜를 받을 것으로 보인다. 수혜 정도는 기지국 장비=인빌딩 중계기=계측기=스몰셀>통신서비스>모바일백홀>전송장비 순으로 예상된다. 특히 총 투자 규모가 크고 투자 기간이 길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기지국 장비·중계기 업체들이 수혜를 크게 입을 것으로 보인다. 스몰셀 업체들도 통신사의 스몰셀 채택 증가에 따라 수혜를 입을 가능성이 크다. 5G가 트래픽 분산에 탁월한 특성을 가지고 있고, 최근 미국·중국 등에서 스몰셀에 높은 관심을 나타내고 있기 때문이다. 통신서비스 업체들의 경우 수혜 시기는 늦지만 기지국 장비 업체 못지 않은 수혜가 예상된다. 앞서 언급한 대로 오랜만에 Q와 P의 동시 성장이 기대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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