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공항공사 상대 소송 제기한 대테러폭발물 처리요원, 설 연휴 '문자해고'

이유진 기자 2017. 2. 13. 14: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경향신문] “사람을 그렇게 부려먹다가 자기들에게 한 번 대항했다고 이렇게 내치는 경우가 있나. 저를 과연 사람으로 대했는지 묻고 싶습니다.”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한 도급업체 소속 공항 대테러폭발물 처리요원이 설 연휴를 앞두고 문자메시지로 고용승계를 거부당한 사실이 13일 확인됐다. 해당 요원은 “원청(공항공사)의 부당함에 문제를 제기했다는 이유로 보복성 해고를 당했다”고 반발했으나 도급업체는 “원청과의 소송이 부담스러워 고용승계를 거부한 것으로 문제 없다”는 입장이다.

군 시절 폭발물처리 중대에서 일했던 곽모씨(38)는 군에서의 경력을 인정 받아 2008년부터 한국공항공사 소속 제주공항 대테러폭발물처리반 도급업체 직원으로 근무했다. 곽씨는 13일 “매번 2~30kg짜리 장비를 들고 다니며 폭발물 검사, 폭발물 흔적탐지기 유지·보수, 테러 신고 접수시 공항 안전 점검 등 궂은 일 마다 않고 일했다”고 말했다. 제주공항 폭발물처리반은 곽씨와 같은 도급업체 직원 3명과 정규직 직원 2명 총 5명이 한 팀으로 운영됐다. 그러다 지난해 6월 한국공항공사 대테러폭발물처리반 정규직 직원들의 대규모 비리가 검찰에 적발되면서 현재는 계약직 1명과 도급업체 직원들이 담당하고 있다.

제주공항에서 대테러폭발물관리 요원으로 일하던 곽모씨가 지난 1월20일 신규 도급 업체로부터 받은 문자메시지.

그러나 곽씨는 지난 1월20일 설 연휴를 앞두고 신규 도급업체로부터 고용승계 거부 문자메시지를 받았다. 해당 업체는 제주공항과 지난 1일부터 새로 계약을 체결한 곳으로 곽씨는 이 업체와 재계약이 예정돼 있었다. 문자에는 ‘현장실사 과정에서 법적 소송 진행 중인 것으로 파악이 되어 죄송하지만 당사 입장에서는 부담이 커서 당사와 근로계약은 불가능할 것 같다’는 내용이 담겼다. 이에 곽씨는 지난 1월31일을 끝으로 일자리를 잃게 됐다.

신규 업체가 곽씨에게 고용승계 거부 문자를 보낸 이유는 곽씨가 공항공사를 상대로 소송을 진행 중이기 때문이다. 곽씨는 지난해 12월29일 한국공항공사를 상대로 법원에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제기했다. 곽씨는 “업무지시는 물론 근태 관리도 모두 원청인 제주공항 직원들에게 받고 있었다”며 “말만 도급이지 파견처럼 일하는 ‘위장도급’이었다”고 주장했다.

앞서 곽씨와 동료 2명은 지난 2015년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가 불법 파견근무를 하고 있다며 노동청에 진정을 내기도 했다.

곽씨는 “원청 직원들과 하는 업무는 같았으나 임금과 복지 등 처우가 정규직과 크게 차이가 나 노동청에 진정도 접수했으나 여전히 해결이 안 나 소송까지 가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8년을 일했지만 2016년 기본 임금은 187만원에 불과했다”며 “공항공사의 부당함을 고발했다는 이유로 문자 해고를 당했다”고 주장했다.

경향신문 DB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소속 조영관 변호사는 “곽씨 사례의 본질적 문제는 공항공사가 시행하고 있는 위험업무의 외주화”라고 지적했다. 조 변호사는 “대테러 업무와 같이 사회의 안전을 다루는 위험업무의 간접고용은 만에 하나 문제가 생기면 돌이킬 수 없는 피해를 일으킬 우려가 있어 시급히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곽씨 역시 “임용기준도 까다로운 대테러 업무를 도급형태로 운영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국토교통부예규 제141호 ‘공항에서의 폭발물 등에 관한 처리기준’에 따르면 3년 이상의 폭발물 처리 경력을 충족시켜야만 공항 폭발물 처리요원으로 일할 수 있다.

조 변호사는 또 “근로자가 원청을 상대로 부당한 하청을 하고 있다고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이를 핑계로 도급업체가 당사자의 고용승계를 거부하는 것은 일종의 차별로 볼 수 있다”며 “고용승계 거부를 문자로 통보하는 것 역시 근로기준법 위반 소지가 있다”고 말했다. 근로기준법 제27조는 사용자가 근로자를 해고하려면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여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해고사유와 해고시기를 서면으로 통지하지 않은 경우 해고는 무효다.

해당 업체는 “곽씨가 원청인 공항공사를 상대로 진정을 접수하고 소송을 제기한 상황에서 신규 업체로서 부담을 느껴 승계를 거부한 것일 뿐 다른 이유는 없다”며 “문제가 될 것은 없다”고 말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