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셋 코리아] "영재고 가야 돼" 두 살부터 영어, 네 살부터 수학학원

양영유.강홍준.천인성 2017. 2. 10. 0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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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열되는 선행학습 저연령화
최종 목표 명문대, 돌 전부터 사교육
학원선 "네 살도 한참 늦다" 부추겨
시민마이크선 "학원 옆 혼밥 초등생
뭐가 그리 절박한가 .. 안타깝다"
━ 조기 사교육 악순환 끊자
대학 4학년 조윤진씨는 지난 8일 중앙일보·JTBC의 여론 수렴 사이트 시민마이크에 “조기 사교육은 사회적으로 강요된 정서 학대”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한국 사회에서 사교육을 받는 시기가 갈수록 낮아지고 있는 현상을 근거로 들었다. 지난해 12월 육아정책연구소가 발표한 ‘영유아의 사교육 노출’ 보고서에 따르면 만 2세 아동의 35.5%, 만 5세의 83.6%가 사교육을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부모들은 자녀의 사교육이 ‘적당한 수준’(2세·69.4%)이거나 오히려 ‘부족하다’(26.9%)고 느끼고 있다.
조씨는 “남들이 다 하는 사교육과 선행학습은 더 이상 부모들에게 선택이 아닌 남에게 뒤처지지 않고 잘살게 하기 위한 필수 조건”이라며 “이러다 보니 아이들의 고통이 심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시민 황병준씨도 서울 강남 학원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초등학생 ‘혼밥’(혼자 밥 먹기) 광경을 예로 들며 “초등학생들이 뭐가 그리 절박하기에…”라며 안타까워했다. 이처럼 시민마이크 ‘#조기_사교육#영어유치원#학원 뺑뺑이’ 게시판엔 사교육에 찌든 우리 사회의 문제를 지적하고 근본적인 개혁이 필요하다는 제안이 이어졌다.
사교육 저연령화 현상 역시 강남3구를 중심으로 번지고 있다. 사교육의 밴드왜건(bandwagon, 악대가 대열의 맨 앞에서 선도하면 뒤따르는 편승 현상) 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2일 오후 6시 서울 대치동 D수학학원에서 만난 김은지(6·가명)양은 생후 10개월부터 사교육을 받았다. 백화점 문화센터의 음악 프로그램, 사설 놀이학교가 출발이었다. 만 1세부터 영어·발레·미술 등을, 만 2세부터 국어·한문·수학·영어 학습지를 시작했다. 어머니 정모(40)씨는 “딸을 영재학교에 보내기 위해 만 4세부터 사고력 수학학원에 보냈고, 지난해엔 연산 전문학원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지난해부터 오전 9시에서 오후 4시까지 다니는 영유아 대상 영어학원과 별도로 수학학원 2곳, 과학교실 1곳, 피아노·수영·미술·줄넘기를 병행하고 있다.사교육의 저연령화 현상은 학부모의 경쟁과 불안 심리를 이용한 학원의 ‘과잉 마케팅’이 부채질하고 있다. 김은영 육아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취직 등 자녀의 장래에 대한 고민이 큰 부모들이 ‘내 아이가 남보다 뒤처질까’ 하는 불안감에 시달리고 ‘미리 뭔가 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갖게 된다”고 진단했다. 4세 딸을 둔 이모(32)씨는 “학원에서 네 살은 늦어도 한참 늦었다고 말해 곧바로 등록했다”고 말했다. 고교 서열화, 학생부 종합전형 등 대입의 변화도 작용한다. 이병민 서울대 영어교육학과 교수는 “일반고가 쇠퇴하고 영재학교·과학고·외국어고·자사고가 부상하면서 사실상 대입 경쟁이 고입 경쟁으로 변했다”고 지적했다. 이로 인해 사교육·선행학습을 중학생·초등학생 단계, 나아가 미취학 단계로 끌어내렸다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놀이학교→영어유치원→초등학교 입학 후 영재교육원→영재학교·과학고→명문대학’이 요즘 학부모가 선호하는 코스다. 이런 코스를 밟아가다 수학·과학이 뒤처지면 자사고로 코스를 바꾸기도 한다. 시민단체 ‘사교육걱정없는세상’의 안상진 부소장은 “영재 교육기관은 대개 초등학교 2학년 때 지원서를 받는데, 일부 부모는 이를 감안해 자녀들이 유치원 다닐 때부터 사교육을 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 사교육의 문제는 아동의 인권과 관련돼 있다. 정찬호 정신과 의사는 “조기에 사교육을 받은 아이들이 정서 불안이나 부적응 등 고통을 겪는 것은 물론이고 공부에 대한 부정적인 생각을 갖게 된다”며 “조기 사교육은 학습을 빙자한 아동 학대”라고 비판했다. 유엔은 2011년 한국 정부에 “사교육이 학생들의 신체적·정신적 건강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문제점을 지적했다.

"현재 영재교육은 100% 선행교육”
리셋 코리아 교육분과장인 이주호(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KDI 국제정책대학원 교수는 “제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역량은 변화에 적응해 끊임없이 학습하는 능력인데 아주 어렸을 때부터 사교육에 질려버린 아이들이 어떻게 미래 사회에서 살아날 수 있겠느냐”고 우려했다.

조기 사교육의 폐해를 줄일 수 있는 대책과 관련해 주석훈 미림여고 교장은 “현재 영재교육은 100% 선행교육”이라며 “선행을 유발하는 영재교육부터 바로잡아야 한다”고 말했다. 김이경 중앙대 교육학과 교수는 “개인 간, 계층 간 격차는 유아 단계부터 벌어진다”며 “저소득층 가구도 질 높은 영유아 교육을 받을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고 제안했다.

◆특별취재팀=양영유 논설위원, 강홍준 사회선임기자, 천인성 기자 yangy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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