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은행을 저축은행처럼 운영하라고?

정지성 입력 2017. 2. 2. 17:46 수정 2017. 2. 3. 0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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野 은산분리 토론회 규제완화 반대파 주장..업계 "황당하다" 강력 반발
다음달 영업에 들어가는 국내 인터넷전문은행 1호 케이뱅크 직원들이 2일 상암ICT센터에서 IT 시스템 가동 준비를 하고 있다. [사진 제공=K뱅크]
"인터넷전문은행을 은행이 아니라 저축은행처럼 운영하면 된다."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인터넷저축은행을 은행이 아닌 저축은행으로 운영하면 된다는 황당한 주장에 인터넷전문은행 측이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2일 국회 정무위원회 간사인 더불어민주당 이학영 의원과 전해철 의원은 참여연대 경제금융센터와 함께 국회의원회관에서 '은산분리 원칙인가? 족쇄인가?'를 주제로 정책 토론회를 열었다.

이날 토론회에서 은행법의 은산분리 원칙을 지키기 위해 인터넷전문은행을 은행이 아닌 저축은행으로 운영해야 한다는 새로운 주장이 나왔다. 발제자로 나선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전문은행을 저축은행처럼 운영하는 것이 현존하는 가장 좋은 해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저축은행은 은행과 달리 이미 산업자본 소유가 허용돼 있고 예금 수신·대출 모두 가능하기 때문에 기존 은행법을 손대지 않아도 된다"고 주장했다. 전 교수는 "국내에 저축은행 운영과 관련해 특별한 제한이 없는 상황"이라며 "지점 설립과 관련된 지역별 제한이 있지만 인터넷전문은행은 지점을 아예 설립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이 규제가 적용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김성진 참여연대 변호사도 "인터넷전문은행을 꼭 은행으로 운영해야 하는가라는 의문이 든다"며 "법적 테두리 내에서 저축은행처럼 운영하면서 중금리 금융 위주로 영업하면 된다"고 말했다. 케이뱅크, 카카오뱅크 등 인터넷전문은행 측은 이 같은 주장에 대해 당황스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이미 '은행'으로 출범하는 것으로 결론이 났고 인터넷전문은행업 본인가를 받은 케이뱅크가 3월부터 실제 영업에 나설 계획인데 저축은행처럼 운영하자는 주장이 나오는 것 자체가 부적절하다는 지적이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상호저축은행은 애초에 지역 기반 금융사 육성과 사금융 양성화 취지로 만들어진 것"이라며 "이 같은 특성은 전 국민을 대상으로 혁신적인 금융서비스를 제공하려는 인터넷전문은행 도입 취지와 전혀 맞지 않는다"고 꼬집었다.

업계에 따르면 인터넷전문은행을 저축은행처럼 운영하면 은행채 발행이 불가능하기 때문에 자금 조달을 위해 전적으로 예금 등 수신에 의존할 수밖에 없게 된다. 이익을 남기려면 고금리 대출을 통해 예대마진을 키울 수밖에 없게 돼 기존 저축은행과 다를 바 없는 또 하나의 저축은행이 생기는 것에 그치게 된다. 인터넷전문은행 설립을 통해 기존 은행권과 경쟁시키고 전체 금융권의 혁신을 가속화해 금융산업 선진화를 앞당긴다는 금융당국의 인터넷전문은행 설립 취지와도 배치된다. 야권이 우려하는 '재벌의 사금고화'를 막기 위해서라면 오히려 저축은행법이 아니라 은행법을 적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에 대한 소유 지분 제한 논란과 관련해 상호저축은행법보다 은행법이 더 강력한 제한을 두고 있기 때문이다. 또 금융당국의 감독 편의성이나 은행 내부 통제 등을 위해서도 은행법에 근거한 현행 방식이 적절하다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인터넷전문은행 측은 "지나치게 은산분리 이슈에 갇힌 시각으로 인터넷은행 출범 문제를 바라보면 해결책을 도출하기 쉽지 않다"며 "인터넷전문은행 출범과 활성화가 고객 이익을 키우는 새로운 금융서비스 확장이라는 점에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윤호영 카카오뱅크 공동대표는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에 앞서 제도적 차원의 해법 마련이 너무 늦어지면 본래 취지와 특색을 상실한 채 '또 하나의 은행'이 출범하는 것에 그칠 것"이라며 "인터넷전문은행이 ICT 기업 주도의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실험할 혁신 허브가 될 것이라는 데 집중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지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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