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제·샴푸·치약 속 계면활성제가 뇌질환·암 유발? 진실은..

2017. 1. 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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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덕환의 과학세상] (588) 계면활성제의 독성
로르산계열 '세제·삼푸·치약' 유해 논란
사용후 물로 깨끗이 씻어내면 걱정없어

계면활성제가 심각한 독성을 가지고 있다는 주장이 넘쳐난다. 계면활성제가 모발과 두피에 손상을 주어 심각한 탈모의 원인이 될 수 있고, 백내장과 뇌질환은 물론 암과 불임을 유발할 수 있다는 섬뜩한 주장도 있다. 심지어 농약 중독이 계면활성제의 독성 때문이라는 주장도 있다. 계면활성제를 완전히 포기해버리거나 독성이 약한 천연 계면활성제를 써야 한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언론과 인터넷이 지적하는 계면활성제의 문제는 대부분 세제·샴푸·치약·화장품 등에 많이 사용되는 '로르산' 계열의 계면활성제에 집중되어 있다. 그런데 일반적인 인식과 달리 로르산 계열의 계면활성제를 순수한 '합성 물질'이라고 보기 어렵다. 식용으로도 사용되는 코코넛유나 야자유와 같은 천연 식물성 기름에서 추출한 포화 지방산인 로르산(lauric acid)으로 생산하기 때문이다.

로르산을 수산화 소듐과 직접 비누화 반응을 시키면 전통적인 염기성의 코코넛 비누가 만들어진다. 코코넛 비누가 효능은 좋지만, 용도는 지극히 제한적이다. 샴푸·치약·화장품에 코코넛 비누 성분을 그대로 넣을 수는 없기 때문이다. 코코넛유를 알코올로 변환시키면 로릴설폰산소듐(SLS)이나 로릴설폰산암모늄(ALS)처럼 다양한 용도로 활용할 수 있는 계면활성제를 만들 수 있다. 코카미도프로필베타인(CAPB)도 역시 코코넛유로 생산할 수 있는 계면활성제다.

식약처에 따르면 로르산 계열 계면활성제를 사용하는 생활화학용품은 1238종에 이른다. 사용 후 물로 씻어내는 목욕·세정용이 571종, 두발용이 436종에 이른다. 사용 후 씻어내지 않는 기초화장품과 색조화장품도 각각 100여 종이 생산·유통되고 있다. 만약 인터넷과 언론이 지적하듯이 로르산 계열의 계면활성제가 심각한 독성을 나타낸다면 이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발생했어야만 한다. 그런 제품들이 어제오늘 생산·유통되기 시작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로르산 계열의 계면활성제의 위험성을 지적하는 학술논문이 있는 것은 사실이다. 피부가 극도로 민감한 소비자들에는 SLS 등이 포함된 제품을 사용한 후 피부가 당기는 등 자극을 느끼는 경우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다고 로르산 계열의 계면활성제가 절대 가까이해서는 안 되는 유해물질이라고 할 수는 없다.

화학물질에 대한 거부감은 개인적으로 크게 차이가 나는 것이 일반적이다. 일부 소비자에게 목숨을 위협할 정도로 치명적인 알러지 반응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다고 해서 새우·게·땅콩·복숭아·달걀·밀가루를 유해식품이라고 부르지는 않는 것과 같은 일이다. 현명한 소비자라면 자신에게 부작용을 일으키지 않는 생활화학제품과 화장품을 선택해서 사용하는 지혜를 활용해야 한다.

로르산 계열의 계면활성제가 들어있는 생활화학제품이라도 지나치게 자주 사용하지 않고, 사용 후 물로 깨끗하게 씻어내는 경우에는 독성을 걱정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 식약처를 비롯한 세계 전문기관의 공통적인 결론이다. 백내장·노질환·암·불임을 걱정해야 한다는 확실한 근거도 찾기 어렵다. 어차피 맹독성일 수밖에 없는 농약이 계면활성제 때문에 독성이 더욱 심각해진다는 주장도 설득력이 떨어진다.

인터넷과 언론이 강조하는 천연 계면활성제도 무작정 믿을 것은 절대 아니다. 비누나 계면활성 기능을 가진 성분을 만들겠다고 가정에서 수산화소듐(양잿물) 같은 맹독성 화학물질을 보관·사용할 이유가 없다. 가족을 위한 음식을 조리하는 주방을 독가스가 발생하고, 폭발과 화재의 위험이 있는 화학공장으로 바꿔야 할 이유도 없다. 가정에서 어설프게 제조한 천연 비누나 세제의 품질도 믿을 것은 아니다. 자칫 반응하지 않고 남아있는 원료 성분이나 엉뚱하게 만들어진 부산물 때문에 더 심각한 부작용을 경험하게 될 수도 있다.

생활화학제품과 화장품의 안전을 관리하는 일은 식약처에 맡겨두는 것이 협동과 분업으로 유지되는 현대를 살아가는 지혜다. 무책임한 인터넷과 언론에 무엇보다 소중한 우리의 건강을 맡겨버릴 수는 없다.

서강대 과학커뮤니케이션 교수, 탄소문화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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