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늦게 '폭탄돌리기' 뛰어든 증권 초짜기자의 최후

전준범 기자 2017. 1. 29.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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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말 인사 발령이 나 금융증권부 증권팀에 합류했다. 그리 길지 않은 기자 생활의 대부분을 과학과 제약, 통신 분야에서 보낸 까닭에 여의도 증권가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밖에 없었다. ‘52주 신고가’, ‘보합권’, ‘주가순자산비율(PBR)’과 같은 용어의 의미를 이번에 처음 알게 됐다. 말그대로 증권 ‘초짜’ 기자인 셈이다.

한진해운 컨테이너선 / 조선일보DB

부서 업무에 빨리 적응하기 위해 실제 투자자가 돼 보기로 했다. 주식 한 주라도 직접 사고 팔아봐야 감이 올 것 같았다. 증권사 계좌를 만들어 100만원을 입금했다. 언제 어디서나 주식을 매매할 수 있도록 스마트폰에 주식 거래 전용 애플리케이션(앱)도 설치했다.

생애 첫 투자를 어떤 종목에 해야 할지 몰라 고민하는 사이 정유년(丁酉年) 새해가 밝았다. 1월 3일, 인터넷에서 우연히 한진해운(117930)을 검색하게 됐다. 가장 먼저 주가에 눈길이 갔다. 370원! 한진해운이 지난해 9월 법정관리에 들어간 사실은 알았지만 주가가 이 정도로 만신창이일 줄은 몰랐다. 이 회사 주가는 2012년 3월 9일 1만8950원까지 오른 적도 있다.

고민이 시작됐다. 이 고민은 해당 기업에 대한 배경 지식이 매우 적거나 아예 없는 사람만이 할 수 있는 일종의 자기합리화였다. 가령 ‘설마 대기업인데 망하기야 하겠어’와 같은, 매우 막연하고도 무책임한 종류의 분석이었다.

‘370원이면 100주를 사도 고작 3만7000원이다. 내겐 100만원이 있다. 처음인데 돈을 좀 까먹기도 해봐야 하지 않을까. 그런데 거의 모든 전문가들이 휴지조각이나 다름없다고 한다. 그래도 한진해운인데 정부가 설마 망하게 놔둘까?’

이런 생각이 머릿속을 어지럽게 만들었다. 제법 긴 시간 동안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결국 매수를 포기했다.

그런데 이상한 일이 생겼다. 내가 포기하길 기다렸다는 듯 한진해운 주가는 다음날인 1월 4일부터 무서운 속도로 치솟기 시작했다. 4일 481원에 장을 마친 이 회사 주가는 10일 1100원을 돌파하며 동전주 신세를 면했다. 이틀 후인 1월 12일에는 1430원에 장을 마쳤다. 8일만에 주가가 3배 가까이 오른 것이다.

한진해운의 최근 주가 변동 추이 / 네이버 금융 제공

주가가 가파르게 상승하는 순간에도 한진해운의 경영 상황은 한결같이 어려웠다. 딱히 주가가 오를 만한 이슈가 없었다는 의미다. 주가 상승을 이끈 건 개인 투자자들의 ‘폭탄돌리기’였다. 폭탄돌리기는 주가가 낮은 종목에 몰려들어 주가 급등을 유도한 다음 단기간에 차익만 남기고 빠지는 행위를 말한다.

이를 간파한 한국거래소도 한진해운 투자자들에게 “손실을 입을 가능성이 크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거래소는 1월 6일 한진해운을 ‘투자경고’ 종목으로 지정한 데 이어 12일에는 ‘투자위험’ 종목으로 주의 등급을 강화했다.

하지 말라고 하면 더 하고 싶은 게 사람의 본능인 모양이다. 거래소의 ‘투자위험’ 경고가 일종의 기회처럼 느껴졌다. 물론 전재산(100만원)을 한진해운에 쏟아부어야겠다고 생각한 건 아니다. 단지 매수자 입장에서 이 랠리의 결말을 지켜보고 싶다는 호기심이 들었다.

결국 1월 16일 한진해운 5주를 샀다. 1주당 1360원씩 총 6800원을 투자했다. 한진해운 외에도 4개 종목을 더 매수했다. 이 4개 종목은 모두 실적이 좋거나 성장 가능성이 큰 대기업과 중견기업들이다. 증권사 전문가들의 추천 종목을 참고해서 샀다.

한진해운 주가는 매수 직후 1670원까지 올라갔다. 은근 스릴이 느껴졌다. 기사를 쓰다가 틈틈이 스마트폰을 열어 주가를 확인했다. 언뜻 빨간색(주가 상승)이 보이면 마음이 놓였다. 반대로 파란색(주가 하락)이 보이면 우울한 기분이 들었다. 16일 한진해운은 매수가인 1360원에 장을 마감했다.

행복은 오래 가지 않았다. 한진해운 주가는 다음날인 17일부터 내리막길을 걷기 시작했다. 이날 1035원에 장을 마친 한진해운은 미세한 등락을 거듭하다가 23일 900원까지 추락하며 다시 동전주 신세가 됐다. 이 글을 쓰고 있는 26일 종가는 779원이다. 현재 한진해운에 대한 내 투자 수익률은 마이너스(-)42.88%다.

1월 18일 한진해운에 대한 투자 수익률(위)과 1월 26일의 수익률(아래) / 전준범 기자

딱 5주만 매수한 것이니 설령 주가가 0원이 된다고 해도 크게 문제될 건 없다. 하지만 만약 내가 한몫 단단히 챙겨볼 마음으로 100만원을 올인해 폭탄돌리기에 적극 참여했다면 지금쯤 아내에게 등짝 수십대 맞고도 남았을 것이다.

이번에 매수한 종목들 가운데 한진해운을 제외한 나머지 4개 종목은 주가가 모두 올라 손익분기점을 넘겼다. 물론 주가가 도로 하락할 수도 있겠지만 크게 걱정하진 않는다. 나름 해당 기업의 펀더멘털(기초체력)과 모멘텀(성장동력)을 고려해 엄선한 종목들이기 때문이다. 적어도 현재의 한진해운처럼 하루가 멀다하고 ‘널뛰기’ 등락을 거듭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짧은 투자 기간이었지만 한 가지는 분명히 배웠다. 아니, 진작부터 듣고 머리로 알고 있던 점을 가슴으로 깨달았다고 표현하는 편이 낫겠다. 튼튼한 기업에 투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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