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는 지금 "MIRV 핵 미사일 개발 전쟁중"

박병진 2017. 1. 28.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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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을 전후해 미·중 간 패권경쟁이 날로 가열되고 있는 가운데 군사대국 사이에서 다탄두각개목표재돌입(MIRV·Multiple Independently-targetable Reentry Vehicle) 기술을 이용한 핵미사일 증강 움직임이 확산하고 있다. 일반적으로 MIRV는 미사일이 대기권 내에 진입하면서 여러 개의 탄두가 각기의 표적을 향해 날아가는 분리탄두를 지칭한다.

과거 핵미사일은 하나의 핵탄두로 하나의 목표를 타격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이제는 MIRV 기술을 통해 미사일 1기에 8∼10개의 핵탄두를 탑재해 목표물을 동시에 공격할 수 있는 단계로 발전했다. 미사일에 실린 각각의 핵탄두가 비행중 개별 목표에 유도되는 장비를 갖춰 다수의 목표에 동시 타격이 가능해진 것이다. 웬만한 도시 여러 개를 한꺼번에 사라지게 할 수 있는 가공할 무기로 변모했다는 의미다.

이 정도면 20세기 미·소 냉전시대를 거치며 조성된 핵무기 감축 움직임은 사실상 폐기 처분될 지경에 이르렀다고 볼 수도 있다.

MIRV 둥펑-41
최근 중국이 사정거리 1만4000㎞대 MIRV 둥펑(東風)-41을 중국 동북지방에 배치한 것을 인정한 것은 이러한 추세를 보여준다.

 중국 환구시보(環球時報)는 지난 24일 둥펑-41의 실전배치와 관련해 “중국은 핵 능력을 강화해 어떤 나라도 감히 중국을 공격할 수 없도록 해야 하며, 반격할 수 있어야 한다”면서 “미국과 군사 충돌은 중국으로선 가장 마지막 수단이지만 중국의 핵무기가 미국을 억제할 수 있어야 한다”고 보도했다. 하나의 중국 원칙을 인정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 트럼프 행정부를 겨냥해 미국이 주도하고 있는 미사일방어(MD) 체계를 무력화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드러낸 것이란 분석이 뒤따랐다.

중국이 미국 본토 전역을 사정거리로 하는 신형 둥펑-41 개발에 나선 것은 2002년. 10년 뒤인 2012년 7월 첫 시험발사에 성공했으며, 2015년에만 5차례의 시험발사가 더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은 지난해 둥펑-41 운용여단을 창설해 제1여단을 허난(河南)성 신양(信陽)에 배치한데 이어 제2여단을 헤이룽장(黑龍江)성에 배치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19일 중국 헤이룽장성 다칭시에 나타난 둥펑-41로 추정되는 미사일과 이동식발사차량. 시나웨이보
지난 19일에는 둥펑-41을 실은 이동식 발사차량(TEL)이 헤이룽장성 다칭(大慶)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미국과의 거리로 보면 다칭은 허난성 신양보다 2000㎞가량 가깝고, 북극을 가로지르기에도 용이하다. 여기에다 이전 모델인 둥펑-31(사거리 8000㎞)과 개량형인 둥펑-31A(사거리 1만1270㎞)보다 더 멀리 날아간다.

둥펑-41은 마하 10의 속도로 비행해 30분 정도면 미국 본토에 도달한다. 미사일이 대기권에 진입한 뒤에는 극초음속으로 활강해 목표를 타격한다. 둥펑-31A의 명중오차율은 300m였는데 둥펑-41은 80m로 줄었다. 1999년 실전 배치된 둥펑-31이 3개의 핵탄두를 실을 수 있었다면, 둥펑-41은 10개의 핵탄두를 탑재할 수 있다. 각 탄두는 각기 다른 목표를 타격 가능한 MIRV로, 미국의 MD 체계로도 완벽한 방어가 어렵다는 평가가 나온다.

트럼프 행정부는 새 MD체계 개발계획에 따라 둥펑-41에 맞선 고성능 레이더와 다양한 요격수단을 보강할 것으로 보인다.

중국은 현재 중거리 탄도미사일(MRBM) 둥펑(DF)-21(사거리 1700∼3200㎞),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둥펑-31A, MIRV 둥펑-5B(사거리 1만2000∼1만5000㎞) 등 500여기에 이르는 전략 미사일을 배치해놓고 있다.

지난 24일 파키스탄에서 아바빌 미사일이 발사되고 있다. 연합뉴스
인도와 국경을 맞댄 파키스탄도 지난 24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신형 다탄두 탄도미사일 비행시험에 성공했다. 파키스탄 군홍보기구(ISPR) 아시프 가푸르 소장은 “사거리 2200㎞인 아바빌 미사일의 첫 번째 비행시험을 성공적으로 수행했다”고 트위터에 글을 올렸다. ISPR은 아바빌 미사일이 MIRV 기술을 사용해 미사일 1기로 여러 목표물을 공격할 수 있다고 밝혔다.

1998년 핵실험 성공 이후 사실상 핵보유국으로 인정받는 파키스탄은 지난 10일 핵탄두 탑재가 가능한 바부르-3 순항미사일의 잠수함 발사 시험에 성공하는 등 최근 미사일 성능 향상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트라이던트 2 발사장면
비슷한 시기 영국도 핵 억지력을 강화하기 위해 탄도미사일 시험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주장하고 나섰다. 영국은 지난해 6월 미국 플로리다 앞 해상에서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트라이던트 2 발사 시험을 했다가 미사일이 목표지점인 대서양이 아니라 엉뚱하게 미국 쪽으로 향한 사실을 은폐해 논란을 빚었다. 테레사 메이 영국 총리는 BBC 방송과의 회견에서 발사 실패에 대한 언급은 회피한 채 핵 억지력을 높이는데 주력하겠다고 답했다.
트라이던트 2 미사일 탑재 영국 핵잠수함 빅토리어스. 연합뉴스
영국은 2000~2012년에 실시한 4차례의 SLBM 발사 실험에는 성공했다. 트라이던트 2는 각각 8∼12개의 MIRV를 적재하며, 위력은 태평양전쟁 당시 일본 히로시마에 투하된 원폭의 1000배 이상인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은 연초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의 신년사 발표 이후 하루가 멀다 하고 미국을 겨냥한 ICBM 타격 위협을 반복하고 있다. 발끈한 트럼프 행정부는 지난 20일 출범과 동시에 북한 미사일 공격에 대비한 최첨단 MD시스템 개발을 주요 국방 기조로 제시했다.

이런 가운데 실제 북한의 ICBM 발사 징후도 이어지고 있다. 이달 초에는 길이 12m가량의 신형 ICBM 2기를 제작한 정황이 한·미 정보당국에 포착된 데 이어 일본 NHK방송은 트럼프 대통령 취임 직전 이 미사일 2기가 TEL에 탑재돼 평양 북쪽에 배치됐다고 보도한 바 있다. 또 지난 23일에는 북한 군사문제 전문가인 조지프 버뮤데즈가 북한 전문 웹사이트 38노스에 기고한 글에서 강원도 원산 갈마공항 인근에서 북한이 ICBM 발사를 준비하는 것으로 볼 수 있는 정황이 포착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북한 ICBM, KN-14(KN-08 개량형)
북한의 ICBM이 과연 소형화된 핵탄두를 탑재할지는 아직 불투명한 상태다. 더 나아가 MIRV로까지 진보했다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다.

상당수 군사전문가들은 현재 준비 중인 북한의 신형 ICBM 발사 성공 여부도 속단할 수 없다고 주장한다. 신형 ICBM에 장착된 것으로 추정되는 대출력 엔진이 사이즈가 작은 무수단 미사일 엔진을 역설계한 것으로 보인다는 것이 그 이유다.

북한이 지난해 4월 지상 분출시험 장면을 공개한 이 엔진은 옛소련제 SLBM인 R-27(SS-N-6) 엔진과 유사한 것으로 추정됐다. 북한은 지난해 R-27 엔진이 들어간 무수단 미사일을 6회에 걸쳐 모두 8기를 쐈지만 1기만 성공하고 7기는 실패했다. 지난해 10월 20일 발사한 무수단 미사일은 TEL의 발사대를 벗어나는 순간 폭발해 발사 차량까지 불에 탔다.

군 소식통은 “북한으로선 트럼프 행정부와의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서라도 공언한 대로 ICBM 발사에 나서야 하는 입장”이라며 “북한 역시 이러한 실험을 통해 최종적으로는 MIRV 핵미사일 개발에 나설 것”이라고 전망했다.

북한은 스커드(사거리 1000㎞)와 노동(사거리 1300㎞), 무수단(사거리 3000㎞ 이상), SLBM에 이어 사거리 9000㎞ 이상으로 추정되는 ICBM급 KN-08과 그 개량형인 KN-14를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박병진 군사전문기자 worldp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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