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화물열차, 1만2400km 달려 런던에..'일대일로' 막 올랐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입력 2017. 1. 19. 20:09 수정 2017. 1. 19.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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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소비재 천국’ 이우 출발, 7개국 거쳐 육로 수송 첫 성공
ㆍ유럽 15개 도시 직접 연결 구상…시진핑의 야심 현실화

영국 런던 동부에 위치한 바킹 지역은 백인 주민이 절반도 안될 정도로 이민자 비중이 높고 소득 수준도 낮은 편이다. 지난해 브렉시트(유럽연합 탈퇴) 국민투표에서는 런던 안팎 다른 지역들에 비해 탈퇴표가 많이 나왔다. 그러던 곳이 유럽을 넘어 아시아와도 이어지는 신(新)실크로드의 거점으로 떠올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화물열차 한 대가 이곳에 도착했다. 열차가 끌고 온 40피트 컨테이너 34개에는 중국 저장(浙江)성 이우(義烏)시에서 실은 중국산 의류, 양말, 여행가방, 생활용품이 가득 차 있었다. 지난 1일 이우를 출발한 열차는 영불 해저터널을 통과하는 1만2451㎞의 여정을 거쳐 바킹에 도착했다. 이로써 중국과 영국을 잇는 첫 화물열차가 드디어 실현된 것이다. 열차가 거쳐온 나라만 카자흐스탄, 러시아, 벨라루스, 폴란드, 독일, 벨기에, 프랑스 등 7개국이다. 중국 온라인 매체 펑파이는 “이 화물열차가 아시아와 유럽의 무역로인 고대 실크로드를 재현했다”고 평가했다.

열차의 출발지인 이우는 ‘소비재의 천국’이다. 세계 최대 규모 상품 시장인 푸톈(福田)시장에는 매년 중국 내 바이어들만 1000만명, 해외 바이어 50만명 이상이 몰린다. 지난달 크리스마스에 세계에서 쓰인 장식물의 60%가 이 도시에서 생산됐다. 이우발 유럽행 철로가 이어지면서 더 많은 소비재가 육로를 통해 곧장 영국까지 갈 수 있게 됐다.

열차를 이용해 중국에서 유럽으로 화물을 수송하면 항공에 비해 가격은 절반이며 선박에 비해 소요시간은 단축된다. 그러나 컨테이너선과 비교하면 운송량이 100분의 1 수준이어서 경제적 파급효과는 당장 크지 않다. 하지만 상징적인 효과나 향후 성장 전망은 밝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육지와 바다 양쪽으로 중국과 세계를 잇는 ‘일대일로(육상·해상 실크로드)’ 구상을 천명해왔고, 이를 성사시키기 위해 동분서주했다. 화물열차가 런던에 도착한 것은 일대일로가 현실이 됐음을 알리는 상징적인 사건이다. 중국은 중앙아시아, 동유럽까지만 이어졌던 일대일로의 사업 영역을 서유럽으로 본격적으로 확대하고 싶어 한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은 19일 “그동안 이우에서 영국까지 이어지는 수송은 해운이나 항공운송뿐이었는데 철도가 개통되면서 육지화에 성공했다”며 “이는 중국과 서유럽의 상호연결을 강화할 뿐 아니라 일대일로 건설에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고 보도했다.

영국 유통업체들의 관심도 크다. 영국 슈퍼마켓체인 테스코는 이번 열차에 실린 화물 중 어떤 것도 주문하지 않았지만 열차 도착을 환영했다. 이 회사는 그동안 벨라루스와 슬로바키아에 있는 중국발 유럽 철도 하역장들에서 물건을 들여왔는데, 이제 영국에서 곧바로 물건을 받을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이우에서 출발하는 화물열차는 런던뿐 아니라 이탈리아 밀라노, 스페인 마드리드로도 향할 계획이다. BBC는 중국발 열차의 종착지가 유럽 15개 도시로 확대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2015년 3월 중국이 주도하는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에 영국이 가입하면서 양국 관계는 황금시대를 맞았다. 같은 해 10월 시 주석이 중국 국가주석으로서는 10년 만에 영국을 방문, 긴밀한 파트너십을 맺기로 합의했다. 그런데 영국이 EU에서 나가기로 결정하면서 영국을 유럽 진출의 교두보로 삼으려 했던 중국의 전략에 차질이 생겼다. 하지만 오히려 이것이 기회가 될 수도 있다고 양국은 보고 있다. 미국 도널드 트럼프 정권 출범으로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미국의 우방인 영국과 관계를 유지하는 것은 중국에도 이익이다. 라몬 파체코 런던킹스칼리지 교수는 “중국은 유럽과 직접 연결된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어 하기 때문에 이번 열차 도착은 정치적으로 의미 있는 일”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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