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건찬 업무수첩' 청탁 의심인물 중 총경급 이상 13명
[경향신문] ㆍ김양제 경기남부청장 이름 2차례…새누리 국회의원도
ㆍ인사 청탁 대상 경찰 선후배·자녀에 교수 제자 등 다양
박건찬 경찰청 경비국장(치안감)이 2014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청와대에 근무하면서 작성한 업무수첩에 거론된 인사 청탁 의심 인물 가운데 총경급 이상 현역 고위 간부는 13명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탁 대상으로 의심되는 인물은 박 국장의 선후배, 경찰 고위 간부의 친·인척, 대학 교수의 제자 등이었다.
경향신문이 11일 표창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을 통해 입수한 박 국장의 업무수첩을 보면 박 국장에게 인사를 청탁한 것으로 의심되는 인물 중 현직 총경급 이상 고위 간부로 추정되는 인물은 13명이다. 치안정감·치안감이 각각 1명, 경무관 3명, 총경 8명 등이다. 전직 총경급 이상 간부도 3명이 나온다.
인사 청탁이 의심되는 인물로 김양제 경기남부경찰청장(치안정감)의 이름이 두 번 등장한다. 현재 청와대에 근무하고 있는 박모 치안감으로 추정되는 이름도 있다. 경찰에서 고위 간부를 지내고 새누리당 국회의원이 된 이모씨와 청와대 경호실 차장을 한 뒤 새누리당 지역위원장을 맡고 있는 인사로 추정되는 이름도 나온다. 김 청장은 “제가 101경비단에 근무해 봤기 때문에 괜찮은 이들을 추천했을 뿐”이라며 “두 명 모두 자격이 되지 않아 지원조차 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현직 의원인 이씨도 “2014~2015년 고향 주민들이 청와대에 견학을 간다고 하기에 청와대 근무 중인 박 국장에게 잘 설명을 해달라고 전화를 한 적은 있지만 인사 관련 내용은 전혀 없다”고 해명했다.
인사 청탁 대상자들은 다양했다. 경찰 내 선후배, 경찰 간부 아들, 조카, 처남, 제자 등이다. ‘○○○→○○청 청문관 ○○○ 아들’ ‘101 배○○ 경사→주○○ ○○서장 처남’ ‘이○○ 경감→101단, 김○○ 선배’ 등이다. 수첩에는 인사 청탁 전화를 받고 구체적으로 내용을 검토한 것으로 추정되는 글귀도 등장한다. ‘박○○: 경북 칠곡 ○○과 차장조카사위 통신 경과→○○지방청 근무 희망→5·11 현○○ 부장 통화→1종 대형 면허 미소지로 배차관리담당 배치 불가’라는 것이다. 여기에는 ‘7월 정기인사 시 전화요’라는 문구가 딸려 있다. 해당 간부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청탁이 의심되는 다른 간부들도 모두 의혹을 부인했다. 한 현직 총경은 “박 국장이 내 말을 들어줄 이유가 없다”며 “반대로 박 국장이 나한테 인사 관련해 물어보려고 전화했을 수는 있다”고 말했다.
수첩에는 대학 교수들이 제자의 인사 문제를 박 국장에게 전달한 내용도 담겼다. 수도권 소재 모대학 이모 교수는 “제자가 101단에 지원해 합격했다. 제자 한 명이라도 더 취직시키기 위해 추천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 교수는 2011년 8월부터 3년간 경찰위원회 위원을 지냈다.
한편 박 국장 감찰을 진행 중인 경찰청은 박 국장으로터 해당 수첩을 제출받지 못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 국장은 자신에게 수첩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수첩 확보를 위해 강제 수사를 할 수 없다”며 “다른 기법으로 명단을 확인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박 국장이 수첩이 공개된 지난 7일을 전후로 수첩을 파기했다면 증거인멸이 될 수 있다.
<정희완·이유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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