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검 "최순실, 장관·수석보다 위냐"..정호성 "제 잘못이다" 내용 인정

[경향신문] ㆍ“최씨에 컨펌 받고 박 대통령 보고했나” 묻자 “할 말 없다”
ㆍ최씨 통화 녹음 이유는 “두서없어 한 번 들어선 파악 못해”

최순실씨(61·구속 기소)가 장관이나 청와대 수석비서관보다 긴밀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운영 파트너였다는 취지로 정호성 전 청와대 부속비서관(48·구속 기소)이 검찰에 말한 것으로 확인됐다.

10일 사정당국에 따르면 정 전 비서관은 검찰 특별수사본부 조사에서 ‘최씨는 장관이나 수석비서관보다 위에 있는 국정의 한 축 아니냐’고 묻자 “제 잘못이다”라고 대답했다. 또 ‘중요한 보고서들을 취합해 박 대통령에게 보고하기 전 최씨에게 컨펌(확인)을 받고 박 대통령에게 보고했던 것이냐’는 질문에는 “할 말이 없다”고 답변했다.

박 대통령과 최씨가 어떤 관계인지 구체적으로 설명하지 않았지만 청와대와 정부부처의 기밀문건들을 최씨에게 유출하게 된 배경을 캐묻는 검찰 측 신문 내용을 부인하지 않은 것이다.

최씨와 정 전 비서관의 대화는 정 전 비서관의 대포폰 2대에서 주로 발견됐다. 정 전 비서관이 대화를 녹음한 뒤 나중에 듣고 파일들을 대부분 삭제했는데 과학수사를 통해 대거 복원됐다.

정 전 비서관은 “박 대통령이 최씨의 의견을 들어보라고 했기 때문에 내용을 정확히 파악해야 했다”면서 “무슨 말을 했는지 정확하게 파악하는 게 중요해서 녹음했다”고 밝혔다.

이어 “최씨가 두서없이 말을 해서 한 번 들어서는 잘 모를 정도라 정확히 무슨 말을 했는지 파악하기 어려운 경우가 많았다”고 일일이 녹음한 배경을 언급했다.

보통 두 사람의 대화는 박 대통령 지시에 따라 정 전 비서관이 현안에 대해 최씨의 의견을 청취한 뒤 다시 박 대통령에게 전화를 걸어 “선생님과 좀 상의했다”면서 대화 내용을 보고하는 식이었다고 한다. 이후 정 전 비서관은 최씨에게 전화를 걸어 박 대통령이 결정한 사안을 알려주기도 했다.

앞서 두 사람의 대화 녹음 파일 중 일부가 언론에 공개되면서 최씨가 국무총리 담화문 발표와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 개최에까지 구체적으로 관여한 사실이 드러났다.

<구교형 기자 wassup01@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