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000일]"너무 늦게 와서 미안해"

강현석 기자 2017. 1. 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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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팽목항에서…여전히 기다립니다, 노란 리본 걸고

세월호 참사의 아픔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는 전남 진도 팽목항에 설치된 세월호를 본뜬 모형 배 너머로 희생자 합동분향소가 보이고 있다. 진도 팽목항 |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너무 늦게 와서 미안할 뿐입니다.”

세월호 참사 1000일을 하루 앞둔 8일 전남 진도군 팽목항. 서울에서 딸과 함께 팽목항 합동분향소를 찾은 김모씨(47)는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는 “꼭 한번 와봐야지 했는데 그게 1000일이 됐다. 박근혜 대통령을 보며 아무것도 안 하면 같은 일이 반복될 수 있겠다는 두려움이 생겼다. 이제부터라도 끝까지 함께하겠다”고 말했다.

팽목항은 세월호 희생자들을 추모하려는 시민들로 북적였다. 세월호 참사 현장과 가장 가까운 이곳은 2014년 4월16일 세월호 생존자들을 실은 배가 도착했던 항구였다. 차가운 바다에 가라앉은 세월호에서 잠수사에 의해 힘겹게 수습된 희생자들의 시신도 팽목항에서 가족의 품에 안겼다.

전남 진도군 팽목항에 8일 희생자 가족들이 돌아오지 못한 아들에게 선물한 축구화가 놓여 있다. 팽목항은 참사 이후 수습된 희생자들이 가족의 품에 안긴 곳으로 이날까지 미수습자는 모두 9명이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팽목항 희생자 합동분향소 앞에 노란 리본을 모아 놓은 고리들이 조금씩 녹슬어 가고 있다. 한때 발길이 뜸했던 분향소에는 요즘 주말이면 하루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찾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참사 1000일이 다가오면서, 탑승자들의 귀환을 바라며 방파제 난간에 걸었던 노란 리본과 추모 조형물은 매서운 바닷바람에 색이 바래고 군데군데 녹이 슬기도 했다. 하지만 시민들은 여전히 팽목항에서 유가족들과 함께 세월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정부가 지난 2014년 11월 유가족들에게 생필품 지원을 중단했지만 미수습자 9명의 가족들이 머물고 있는 팽목항 ‘컨테이너 마을’에는 아직도 전국에서 쌀과 김치, 밑반찬 등이 답지하고 있다. 자원봉사자들도 여전히 유가족들을 돕고 있다.

팽목항 등대로 가는 길 난간에 ‘오늘도 함께 기다립니다’라고 적힌 노란 깃발들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이준헌 기자 ifwedont@kyunghyang.com

잠시 뜸했던 시민들의 발길은 지난해 촛불 집회 이후 크게 늘었다. 최근에는 주말이면 하루 5000명이 넘는 시민들이 팽목항을 찾고 있다고 한다. 이날도 항구 주차장에는 끊임없이 차량들이 드나들었다. 아이들 손을 잡은 가족들도 많이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방파제와 분향소에 미리 준비해 온 꽃과 초코파이, 과자 등을 놓아두며 희생자들을 추모했다. 전북 전주에서 온 임민호씨(39)는 “시간이 좀 지난 만큼 달라졌을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와보니 아무것도 달라진 것이 없다는 것을 실감했다”면서 “우리 아이에게 이런 세상을 물려주고 싶지는 않다”고 말했다.

참사로 남동생 가족이 희생된 권오복씨(63)는 “이렇게 길어질 것이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어느새 1000일을 기다리고 있다”면서 “남편과 어린 아들을 냉동고에서 80일 동안 기다렸던 제수씨의 장례를 결국 먼저 치러야 했다. 우리에게 시간은 2014년 4월16일에 멈춰있다”고 했다.

<강현석 기자 kaj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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