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경찰 인사개입 정황..'경찰간부 업무수첩' 후폭풍
[경향신문] ㆍ‘윤○○ 경위→10월말 특진’ 등 인사청탁 문구 적혀있어
ㆍ‘최순실→101단장 교체’…국정농단 전부터 인지 가능성
ㆍ‘최○○, 목 의경시험’…우병우 아들 ‘꽃보직’ 다시 주목

경찰관의 인사 청탁이 오간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이 담긴 경찰 고위 간부의 업무 수첩이 공개됐다. 이 수첩은 경찰 고위 간부가 청와대 경호실에 근무할 당시 작성된 것으로 경찰 인사에 청와대와 경찰 수뇌부가 개입했을 개연성이 제기된다. 또 지난해 9월 ‘비선 실세’ 최순실씨(61)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지기 전부터 청와대 경호실이 최씨의 존재를 알고 있었다는 정황도 수첩에 나왔다. 경찰청은 8일 필요하면 감찰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SBS의 <그것이 알고 싶다>는 지난 7일 방송에서 경찰청 ㄱ국장(치안감)이 청와대에 근무할 당시 작성한 수첩 내용 중 일부를 입수해 공개했다. ㄱ국장은 2014년 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청와대 경비와 출입문 통제를 책임지는 경호실 경찰관리관(경무관)으로 재직했다. 당시 그가 작성한 수첩 내용을 방송 제보자가 촬영한 사진 11장이 공개된 것이다. 수첩에는 ㄱ국장이 경찰의 정기 인사와 특진에 관해 인사 청탁을 받은 것으로 의심되는 내용이 담겼다. ‘OO남부 강력계 김OO 경위→10월 말 경찰청 특진’이라는 문구가 있고 옆에는 ‘박OO’이라는 이름이 등장한다. ㄱ국장은 방송에서 ‘박OO을 아느냐’는 제작진의 질문에 “OO경찰청 차장”이라고 답했다. 또 ‘심OO 경위→101단 이OO 추천’이라는 문구를 두고 ㄱ국장은 “이OO은 경찰대 동기”라고 밝혔다. 이 외에도 ‘경찰청 OO과 윤OO 경위 특진’ ‘박OO OO지방청 근무 희망’ ‘박OO OO수사과장→수사국 지원/수사국장 전화’ 등의 내용도 적혀 있다. 추천한 인물들 중에는 지방경찰청장 등 경찰 고위직과 경호실 관계자, 현역 국회의원들도 포함됐다.
또 수첩에는 경찰공무원 공채와 관련된 특정인의 수험번호, 면접 및 체력시험 일정, 점수도 적혀 있다. 이 때문에 ㄱ국장이 경찰 공채 시험과 관련된 청탁을 받은 게 아니냐는 의혹도 나온다. 경찰 관계자는 8일 “해당 수험생은 공채에서 탈락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ㄱ국장도 SBS에 “나중에 합격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그렇게 한 것 같다”고 해명했다.
ㄱ국장의 수첩에는 최순실씨 이름도 등장한다. ‘최순실-101단 통제 경찰관리관 101단장 교체/OOO, OOOO 특별취재팀/정윤회·안봉근 경찰인사 개입설 취재’라는 문구이다. 작성 시기는 특정되지 않지만 ㄱ국장이 청와대에 근무한 2014년 2월부터 2015년 12월 사이다. ‘101단 통제 경찰관리관 101단장 교체’는 2013년 초부터 청와대 경찰관리관을 지낸 원경환 당시 경무관(현 경찰청 수사국장·치안감)과 101단장인 김석열 총경(현 인천청 경비교통과장)이 최씨를 알아보지 못하고 검문검색을 실시하다 좌천됐다는 의혹을 일컫는 것으로 보인다. 이 의혹은 최씨의 국정농단 사태가 불거진 후인 지난해 11월 언론 보도를 통해 처음 제기됐다. 이에 앞서 청와대 경호실과 경찰이 최씨의 존재를 2014년과 2015년 사이에 인지했을 개연성이 있는 것이다. 그러나 원 치안감 등 당사자들은 해당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ㄱ국장도 “한 언론사에서 해당 의혹에 대한 취재가 들어와 언론사와 기자 이름을 함께 적어 놓은 것”이라고 해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첩에는 의무경찰 선발과 배치가 불공정하게 이뤄졌을 정황도 담겼다. ‘박OO 형 아들 논산의경입대’ ‘OO서 의경어머니 부회장 아들’ ‘최OO 목(요일) 의경시험’ 등의 문구가 적혀 있다. 이 때문에 우병우 전 민정수석 아들의 ‘꽃보직’ 특혜 의혹이 다시 주목되고 있다. 우 전 수석의 아들은 2015년 2월 의경으로 입대한 뒤 같은 해 4월15일 정부서울청사 경비대에 배치됐다. 그러나 두달 반 만에 편한 보직인 서울경찰청 경비부장 차량 운전병으로 바뀌면서 특혜 의혹이 제기됐다. ㄱ국장이 청와대 경찰관리관으로 재직한 시기와 우 전 수석 아들이 의경으로 입대한 시기도 겹친다.
경찰청은 8일 “ㄱ국장을 상대로 전반적인 사실관계를 확인하는 중이며 필요하면 감찰 조사에 착수할 예정”이라며 “보다 명확한 의혹 해소를 위해 경찰청의 사실 확인과는 별개로 감사원에 공익감사를 청구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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