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다고지' '철학의 빈곤' 등 불온서적 낙인

허진무 기자 2017. 1. 8. 22: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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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ㆍ검찰, ‘노동자의 책’ 대표 구속영장서 드러난 이적표현물
ㆍ‘러시아 혁명’ 등 130권 적시…“군사독재도 아닌데 황당해”

“민중의식화를 목표로 하는 민중교육론을 전개한 것이며 폭력투쟁을 정당화하고 계급의식을 고취하는 논리를 전개한 불온서적.”

검찰이 전자도서관 ‘노동자의책’을 운영하는 이진영 대표(50)를 지난 5일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이적표현물 판매)로 구속하면서 파울로 프레이리가 쓴 교육학 고전 <페다고지>를 설명한 내용이다.

경향신문이 입수한 이 대표 구속영장 청구서의 범죄일람표를 보면 검찰이 이적표현물이라고 주장한 서적 130권의 목록이 나온다. <페다고지>는 물론 <역사란 무엇인가>로 유명한 E H 카가 쓴 러시아 혁명사의 고전 <러시아 혁명>, 존 리드의 <세계를 뒤흔든 10일>, 대학 교재로 쓰이는 마르크스의 <독일 이데올로기>와 <철학의 빈곤>, <노동해방문학> 등이 포함돼 있다. 검찰은 <러시아 혁명>에 대해서는 “좌경적 혁명 방법을 익히려는 목적으로 악용될 수 있는 책”이라고 밝혔다.

서울남부지검은 구속영장 청구서에서 “이씨가 한국철도공사라는 국영기업체 직원임에도 신분을 망각하고 사회변혁 활동에만 전념하면서 학생과 일반인에게까지도 의식화 활동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철도공사의 영향력이 매우 높아 그 위험성은 더욱 크다”며 “가치관이 형성되지 않은 학생과 일반 네티즌들에게 이씨가 게시·반포한 이적표현물들이 지속적으로 유포되게 방관하는 것은 우리 사회에 끼칠 해악이 너무도 크므로 조속한 격리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서울남부지법은 지난 5일 구속영장을 발부했다.

노동자의책은 2002년 11월 대학원생 4명이 설립한 ‘노동자 전자도서관’으로 2010년부터 이 대표가 운영하고 있다. 이 대표는 책을 낱장으로 분해해 고속스캐너에 한 장씩 넣고 스캔한 뒤 PDF 파일로 만들어 전자도서관 사이트에 게시했다. 노동자의책은 사회과학서 3000여권을 보유하고 있고 회원은 1300여명이다.

이 대표 측 김종보 변호사는 8일 “이해를 못하겠다. <페다고지> 같은 책은 고전 아닌가. 그런데 이적표현물이라니 진짜 황당하다”고 밝혔다. 노동자의책 회원인 윤모씨는 “그냥 도서관이다. 절판돼서 구하지 못했던 책들을 읽을 수 있었다. 군사독재 시절도 아닌데 국가보안법이라니 합당한 일인가”라고 말했다.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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