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누가 역사의 가해자 아베가 큰소리치게 만들었나
[경향신문] 부산 일본 영사관 앞 ‘평화의 소녀상’ 설치에 대한 일본 측 공세가 도를 넘어섰다. 일본은 2015년 한·일 위안부 문제 합의에 따라 돈을 줬다는 점을 내세워 아베 신조 총리가 직접 소녀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다. 위안부 강제 동원을 무시·부인함으로써 여전히 역사의 가해자로 남은 일본 총리의 적반하장이 아닐 수 없다. 아베 총리는 어제 NHK 프로그램에 출연해 “일본은 우리 의무를 실행해 10억엔을 이미 거출했다. 한국 측이 제대로 성의를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사회자가 서울의 일본 대사관 앞 소녀상에 대해서도 같은 생각인지 묻자 “당연하다”고 대답했다. 그는 또 “한국은 (한·일 합의를) 정권이 바뀌어도 실행해야 한다. 국가 신용의 문제다”라고 강조했다.
소녀들을 속여 전쟁터로 데려간 뒤 군대 성노예로 착취한 반인륜적 전쟁 범죄를 돈으로 씻을 수 있다는 일본 정부와 아베 총리의 인식은 천박하다 못해 섬뜩하다. 국가 잘못을 인정하는 배상금도 아닌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성격의 돈, 그것도 고작 100억원을 줘놓고 다 해결된 것처럼 양양해 있다. 소녀상을 세웠다고 일본은 자국 대사와 총영사를 일시 귀국시키고, 한·일 통화스와프 협상과 고위급 경제협의도 중단·연기시켰다. 힘없는 옆집 처자를 데려다 몹쓸 짓을 하고 푼돈을 쥐여준 뒤 ‘입을 열면 다친다’고 협박하는 깡패들과 다를 바 하나 없다.
한국 정부는 시민과 피해 당사자인 위안부 할머니들이 반대하는데 덜컥 합의해줬다. 이후 지난 1년여간 일본의 온갖 망언과 야스쿠니신사 참배, 소녀상 철거 요청 등 모욕을 받으면서 끌려다니고 있다. 아베 총리 측에서 부산 소녀상 설치에 “10억엔은 마치 보이스피싱(입금사기) 당한 것과 같다”는 막말까지 했다고 일본 아사히신문이 전했다. 그런데도 한국 정부에서는 기껏 한다는 게 발언 자제 요청, 아베 총리의 위안부 할머니 위로 편지 쓰기 요청, 일본 대사 면담 등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 정부의 거듭된 부인에도 ‘100억원 받고 소녀상 철거’에 동의했다는 의심을 지울 수 없다.
한국 정부는 아베 총리가 이처럼 큰소리칠 수 있도록 협상한 이가 누구인지, 협상이 왜 이렇게 잘못되었는지 진상을 조사하고 책임자를 밝혀 문책해야 한다. 역사 문제로 한국이 수세에 밀리며 변명이나 하고, 가해자인 일본이 공세로 나가는 기막힌 역전극을 더 이상 지켜볼 수 없다. 일본이 망언을 계속하는 것 자체가 위안부 문제 합의가 잘못되었다는 점을 방증하고 있다. 한국 정부는 먼저 일본에 망언을 멈출 것을 당당히 요구하고, 일본과 재협상에 나서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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