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네뷰] '여교사' 파멸로 치닫는 관계의 모든 것

한예지 기자 2017. 1. 4.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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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여교사 리뷰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문제작은 화제나 주목을 불러일으킬만한 작품을 뜻한다. 영화 '여교사'는 충분히 문제작이 될 운명을 타고났다. 비단 여교사와 남학생의 교내 성행위가 이뤄지는 파격적인 신을 다루기 때문만은 아니다. 계급사회 권력에 대한 추악한 질투와 욕망, 인간의 영악한 내면 심리와 사회적 모멸감으로 인한 파국의 절정까지 적나라하게 담아낸 까닭이다.

1월 4일 개봉된 영화 '여교사'(감독 김태용·제작 외유내강)는 계약직 여교사 효주(김하늘)가 정교사 자리를 치고 들어온 이사장 딸 혜영(유인영)과 자신이 눈여겨 보던 남학생 재하(이원근)의 관계를 알게 된 후 벌어지는 일을 그린 영화다.

전작 '거인'을 통해 평단을 휩쓴 김태용 감독의 두 번째 장편 영화다. 전작에서도 상처입은 인간의 삶을 건조하면서도 가슴 시리게 그려냈던 감독은 '여교사'를 통해 더욱 독해진 느낌이다. 물론 여전히 영화는 인물의 심리를 반영하는 섬세하고 아름다운 미장센을 추구한다. 하지만 정작 그 실체는 온갖 관계에 대한 특성이 한데 모여 악화 일로를 촉발하며, 결국 충돌하고 파편처럼 깨지는 섬뜩함을 유발한다. 섹슈얼하고 아름다운 색채를 띤 프레임도 어쩐지 음산한 기운이 드는 건 그래서다.

효주는 계약직 여교사다. 그는 지독한 무채색을 띄고 있다. 단조롭고 찌든 인물을 형상화한 인물이다. 학교라는 공간으로 부각되는 계급사회에서 효주의 위치는 보잘것 없고 권력 싸움을 시도할만한 투쟁심도 이미 진작부터 자의적으로 거세한 듯한 모양새다. 그야말로 자존감 없고, 생존을 위해 모든 것을 포기하고 그저 무의미하게 살아가고 있는 그다.

그랬던 효주는 어느날 갑자기 등장한 자신과는 완벽히 대척점에 선 이사장 딸 혜영의 존재로 인해 더욱 추락한 좌절감을 맛본다. 재밌는 건, 계급사회 철저히 밑바닥에 있는 효주 역시도 생산적 행동을 하지 않는 작가 지망생 백수 남자친구에게 히스테릭한 성향을 보이며 멸시하는 포악자의 모습을 띄는 점이다. 또 일방적 권위에 절대적인 복종을 하는 인물도 아니란 점이 눈길을 끄는 요소다. 혜영이 학교 선배였던 자신에게 호감을 내비추며 살갑게 다가오려는 시도에도 싸늘하게 배척하며 이전의 자신을 유지하기 때문.

하지만 효주가 자신의 열등감을 직시하는 것은 혜영이 재벌 남자친구와의 자리에 자신을 불러냈을 때다. 누구에게나 상냥하고 사랑스러운 혜영은 단순한 호의로 마련한 자리지만, 이는 효주의 추악한 열등감을 끄집어내는 발단으로 작용된다.

이후 자신이 눈여겨보던 순수한 욕망의 주체였던 발레 특기생 재하와 혜영의 부적절한 관계를 알게 된 후, 효주는 180도 돌변한다. 내면의 꿈틀거리는 욕망과 패를 쥐었다는 우월감이 솟구쳐오르며 폭주하는 모양새다. 이때 효주는 비로소 처음으로 생기를 되찾고, 화려하고 도발적인 색채를 띄기 시작한다. 실상은 이 또한 열등감의 또다른 표출임에도 효주는 이 폭주의 근원을 직시할 재간이 없는 어리석고 가엾은 인물이다.

그의 잠재된 폭력성이 분출될수록 영화는 더욱 처참한 파멸의 빛깔을 띄며 숨막히는 긴장감을 유발한다.

영화는 결국 노골적인 메시지를 갖고 있다. 이 시대 사회적으로 강요받고 억압당하며 인간성을 상실한 인물이 얼마나 지독하고 추악하게 타락하는지를 적나라하게 파헤치는 셈이다. 물론 영화적 극적인 묘사로 자칫 불편함을 야기할 순 있지만, 이처럼 노골적인 흥미를 따라가는 상업주의적 기능을 발휘하면서도 이를 노련하게 담아낼 수 있다는 점은 '최연소 칸 입성'이란 타이틀을 거머쥔 젊은 감독의 영특한 연출법이다.

또 배우 고유의 캐릭터를 과감하게 비트는 방식도 대차다. 실제 김하늘은 놀랍게도 겉늙고 암상궂은 효주를 감쪽같이 소화해내고, 유인영은 상냥하면서도 관점에 따라 잔인한 혜영을 입체적으로 그려냈다. 이원근은 소년의 순수함과 영악함을 오가는 인물로, 극 말미 어린아이처럼 감정을 분출하는 오열 신이 인상깊다.

[티브이데일리 한예지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영화 '여교사' 포스터, 스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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